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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오트맨 여행기
미국 서부 오트맨 여행기
  • 앤드류 김 | 앤드류 김
  • 승인 2018.12.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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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당나귀가 어슬렁거리는 금광마을

미국 애리조나 금광마을에 기구한 운명의 올리브 오트맨 실화가 전해진다. 1850년 미국 중부 일리노이주에서 서부로 떠나는 거대한 이주 대열이 있었다. 몰몬 교도 아버지 로이 오트맨과 어머니 메리 오트맨은 자식 일곱 명을 태운 역마차를 끌고 서부로 달리던 중 매복하던 야바파이 인디언의 거센 공격을 받고 황량한 사막에서 생을 마감했다.

당시 열네 살 올리브와 일곱 살 메리는 숲에 몸을 숨겨 살아남지만 곧 포로로 붙잡혀 모하비 부족에게 팔렸다. 미국 기병대와의 전투로 인디언들은 식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 메리는 기아로 죽고 올리브는 족장의 수양딸로 살게 됐다. 5년 후 미국 기병대에 의해 구조된 올리브는 다시 백인사회로 돌아왔다.

오트맨 마을은 제2의 라스베이거스로 불리는 네바다주 라플린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애리조나주 모하비 카운티 자치구에 위치한다. 높고 험한 바위산과 인적 드문 황야의 고속도로를 지나쳐야 마을에 도착한다.

건조한 사막을 가로지른 이 길은 황무지인 미국 서부를 개척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잇는 최초의 대륙횡단 66고속도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미국인 존 스타인백의 작품 <분노의 포도> 속에서는 모로라고 불렸지만 실제로는 66고속도로 또는 마더로드Mother Road다.

160년 전, 조니 모스가 근처 블랙 마운틴에서 금을 발견하면서 개발된 오트맨은 전성기 시절 인구가 만 명이나 되는 서부의 제법 큰 금광마을이었다. 그러나 이곳은 금세 금광이 고갈돼 유령마을로 변했다. 66고속도로 역시 수많은 다른 고속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이용률이 줄었고, 1985년 미국 지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당시 금광에서 금을 운반하던 작은 꼬마 당나귀들을 놔두고 떠난 광부 덕분에 지금까지 야생 당나귀들이 이곳에서 살아간다. 당나귀들은 방문객이 던져주는 간식을 먹기 위해 동네로 내려오는데,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된 선술집, 호텔, 우체국을 기웃거리며 이방인 향해 친근하게 다가온다. 꼬마 당나귀들을 따라 동네를 돌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다.

말고삐를 매 놓던 색 바랜 거치대, 올리브 오트맨의 초상화, 키 작은 전봇대에 축 늘어진 전선을 보면 타임캡슐 안에 꼭꼭 숨겨진 서부시대의 민낯을 그대로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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