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알프스 품은 해안도시, 도야마
북알프스 품은 해안도시, 도야마
  • 김경선 부장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8.10.1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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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후간운하 칸즈이공원, 거대한 선박공원 카이오마루 파크

태풍과 함께 도야마에 도착했다. 오사카를 강타한 태풍 제비는 일본열도를 사납게 할퀴며 북으로 북상중이었다. 초속 40m의 강풍이 닥칠 거라는 예보에 잔뜩 긴장했지만, 제비는 북알프스 앞에서 날개가 꺾였다. 물론 사정없이 불어대는 강풍에 우산 하나를 버렸지만 우려했던 것만큼의 피해는 없었다. 태풍은 그렇게 반나절 만에 동해로 빠져나갔고, 이른 아침의 도야마는 그 어느 때보다 맑고 화창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는 오후 5시발이다. 그때까지 알차게 도야마 시내 투어를 계획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도야마미술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관이다. 대신 옥상정원으로 향했다. 거대한 트램펄린과 놀이시설이 가득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장소다. 진짜 볼거리는 전망이다. 확 트인 시야 끝에 다테야마 연봉이 걸렸다. 높다. 웅장하다. 풍경에 압도당했다. 발밑으로는 후간운하 칸스이공원이 한 눈에 내려다보였다. 운하를 품은 낭만적인 도시공원이다. 탁 트인 잔디밭 한 쪽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 매장’ 중 하나라는 카페도 있다. 가이드북에 따르면 낮보다는 밤이 훨씬 운치있단다.

마지막 목적지는 카이오마루 파크다. 1930년에 운항을 시작해 59년간 지구 50바퀴에 해당하는 거리를 항해했다는 카이오마루가 정박한 해안공원이다. 폭이 13m, 길이가 100m에 달하는 2천톤급 카이오마루선은 돛이 무려 29장이다. 일 년에 10번만 돛을 펼치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에디터가 찾은 날은 안타깝게도 돛이 모두 접혀 있었다. 안내서에 나온 사진을 보니 만화 속에서나 봄직한 박력 있는 선체가 위풍당당하다.

태풍에 뒤집힌 바다는 깨끗했다. 바닷가에서 흔히 풍기는 비릿한 향기도 없다. 북알프스의 속살과 주변을 둘러보는 4박5일간의 여정은 그렇게 깨끗한 바다 앞에서 끝을 맺었다. 구름도 바람도 비도 에디터의 뒤꽁무니를 아슬아슬하게 쫓았지만, 여행 내내 날씨 운이 기가 막히게 좋았다. 여행의 8할은 날씨다. 북알프스의 깨끗한 민낯을 만끽한 이번 여행의 결말은 결국 해피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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