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정하고 강건한 안동 봉정사
단정하고 강건한 안동 봉정사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10.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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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봉정사 가람 배치, 극락전, 영산암 둘러보기

지난 7월 1일 한국의 일곱 개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가 주인공이다. 본지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일곱 개 사찰을 매달 한 곳씩 둘러본다. 이번호는 안동 봉정사다.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여름 휴가지 봉정사. 문 대통령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일곱 개 산사 중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봉정사를 방문해 대웅전, 극락전, 영산암 등 경내를 둘러봤다. 에디터도 문재인 대통령의 발자취를 따라 봉정사를 거닐었다.

논밭을 양옆에 낀 구불구불한 길과 울창한 숲을 지나면 봉정사 입구 일주문이 나타난다. 일주문 옆으로 해묵은 굴참나무가 봉정사를 감싸고 있는데, 세월의 풍파를 겪어 까지고 헤진 나무가 봉정사의 오랜 연식을 보여준다.

안동 봉정사의 극락전은 현존하는 목조 건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창건 연대를 확실히 알 수 없으나 1972년 봉정사 극락전을 중수하기 위해 해체했을 때 기문장처(기록이 들어 있는 곳)를 열어봤더니 1363년 중수했다는 상량문이 발견됐다. 봉정사 극락전이 영주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13년 앞선 1376년에 중수됐음을 증명한다. 또한 상량문에 따르면 절이 앉은 자세가 마치 봉황이 머무는 듯해 봉정사로 부르게 됐다고 전한다.

봉정사는 소박함과 역사성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인 국보 제15호 극락전, 조선 건축양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자료가 되는 국보 제311호 대웅전과 보물 다섯 점은 유교 성지 안동에서 불교 명맥을 이어 온 인류의 자산으로 인정받았다.

정갈함이 느껴지는 건물
굴참나무 길을 오르면 산사 진입로 덕휘루가 나타난다. 덕휘루의 자그마한 입구에는 돌계단 열 개가 가지런히 쌓여 있는데, 계단을 오르면 정방형의 봉정사 앞마당이 모습을 드러낸다. 덕휘루를 등지고 정면에는 대웅전이, 왼편에는 화엄강당이, 오른편에는 무량해회가 진득하니 자리 잡고 있다.

봉정사 대웅전은 국보 제311호로 고려 말부터 조선 초기 건축양식이 담겼다. 규모는 앞면 세 칸 옆면 세 칸이고 지붕은 옆에서 볼 때 팔(八)자 모양을 한 팔작지붕이다. 단정하고 힘찬 짜임새를 갖춘 단청은 조선 전기 건축 양식의 중요한 자료가 된다.

화엄강당은 보물 제448호로 규모는 앞면 세 칸 옆면 두 칸이다. 인(人)자 모양과 비슷한 맞배지붕과 주심포 양식 등 다양한 건축 기법이 섞였고, 모양새가 대웅전보다 간결하다. 주로 승려들의 공부방과 강당으로 쓰여 두 칸은 방으로 한 칸은 부엌으로 사용된다. 무량해회는 스님의 거주공간으로 객승의 방이나 종무실로 사용된다. 이 세 건물의 위치가 정사각형 구조를 이루고 있어 보는 이로부터 안정감을 자아낸다.

화엄강당을 지나치면 우리나라 최고(最古) 목조 건물이자 국보 제15호 극락전이 나타난다. 곡선미를 보이는 배흘림기둥, 빛바랜 단청, 단청 문양이 새겨진 공포, 깨끗한 기와가 단정하고 강건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또 모양새가 비틀어지거나 기욺이 없어 안정적이고, 다부지다.

극락전은 기둥과 기둥 사이 대들보에 복화반 모양의 나무 받침을 댔는데 이는 고구려 건축의 특징을 나타낸다. 복화반이란 꽃잎은 엎어 놓은 문양으로, 사찰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문양이다. 또한 고구려 자(尺)를 사용해 건축했으며, 씩씩하고 힘찬 기운이 고구려의 기상을 보인다.

단정한 가람배치
봉정사는 작지만 소박한 미가 있다. 개개의 건물의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건물의 구도 즉 가람의 배치가 단정하다. 봉정사는 대웅전과 극락전을 중심으로 두 개의 공간이 분리돼있는데, 덕휘루, 화엄강당, 무량해회를 품은 대웅전의 정방형 앞마당은 안정감을 준다. 또한 앞마당에 어떠한 석등, 석탑 등 장식물을 설치하지 않고 덕휘루와 대웅전, 화엄강당과 무량해회가 서로 굳건히 마주 보고 있어 불교의 위압감이 느껴진다.

극락전이 위치한 곳은 경쾌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봉정사의 유일한 삼층석탑과 그 앞에 놓인 귀여운 돌탑은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극락전 맞은편은 장애물이 없어 시야가 틔어 있고 큰 고목들이 극락전 뒤를 감싸 아늑하다. 유홍준 작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산사 순례>에서 “이 대조적인 두 공간의 병존이 우리로 하여금 봉정사의 가람배치에 경찬을 금하지 못하게 하며 우리나라 산사의 대표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찬사를 보내게 하는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봉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 영산암
영산암은 봉정사 동쪽 약 100m 떨어진 부속 암자다. 19세기 말에 건축한 것으로 추정되며 응진전, 엄화실, 송암당, 삼성각, 우화루, 관심당 등 총 여섯 개 건물로 이루어졌다. 문루(아래에 출입하는 문을 내고 위에 누를 지어 사방을 살피는 건물)인 ‘우화루’를 통해 영산암으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마당이 드러난다. 질서 정연한 대웅전과 극락전 앞마당과 달리 향나무, 꽃 등 다양한 식물을 심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마당을 둘러싼 암자에 툇마루, 누마루(다락처럼 한층 높게 만든 마루), 정자 마루가 설치돼 아늑한 여염집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산암은 작은 앞마당을 건물이 둘러싼 ‘ㅁ’자로 구성돼 답답하고 폐쇄적인 느낌이 든다. 그러나 지형의 높이를 이용해 삼단 마당 형태를 취하고, 송암당을 누마루로 처리해 시원한 느낌이 들도록 배려했다. 또한 우화루와 송암당의 건물구조, 삼성각 앞의 조경 등에서 아름다운 공간처리 기법을 엿볼 수 있다.

겉모양은 수수하지만 굳센 기운을 내뿜는 봉정사. 화려함보다 소박함으로 웅장함보다 편안함으로 1400년간의 불교 역사를 써 내려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7대 산사로 선정된 후 봉정사가 앞으로 써나갈 역사는 또 얼마나 강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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