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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위의 산책…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구름 위의 산책…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 김경선 부장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8.10.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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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만끽하는 일본 북알프스

비행기가 도야마 상공에 접어들자 낮게 깔린 구름 위로 북알프스가 머리를 드러냈다. 한국에서 보기 힘든 웅장한 산세는 역시나 감탄을 자아냈다. 유럽에 알프스가 있다면, 아시아에는 북알프스가 있다. 비행기로 불과 2시간이면 북알프스 발치에 닿으니 첫 여행에서 사랑에 빠졌던 에디터는 어느새 세 번째 방문을 앞두고 있었다. 올 때마다 새롭고 볼 때마다 경이로운 자연의 숭고함에 착륙을 앞둔 에디터의 마음은 첫사랑과의 대면을 앞둔 것 마냥 초조하고 설렜다.

날씨가 문제다. 에디터에게 여행의 성공을 가늠하는 8할은 청명한 날씨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여정의 출발지인 다테야마역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오전 내내 파랗던 하늘은 북알프스 코앞에서 잔뜩 습기를 머금었다. 잿빛으로 뒤덮인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절로 한숨이 나온다. 알펜루트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다. 7년 전에는 무로도 설벽이 짱짱하던 5월이었다. 설렘을 안고 올랐던 무로도는 에디터의 부푼 기대를 구름 속에 잔인하게 가뒀더랬다. 다행이 오늘은 미다가하라에서 숙박한다. 1박 2일간의 일정 중 날씨가 좋아지는 순간이 있겠거니, 조심스레 희망을 품어본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도야마현 다테야마역에서 나가노현 오기사와까지 이어지는 약 37.2km 구간으로 케이블카와 고원버스, 트롤리버스, 로프웨이 등 6개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2천~3천m급 북알프스를 만끽하는 산악루트다. 산을 관통하는 두 개의 긴 터널을 지나고 케이블카와 로프웨이를 이용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비용은 물론 비싸다. 다테야마역에서 오기사와역까지 모든 구간을 관통하려면 약 1만엔(약 11만원)이 든다.

해발 1900m에 펼쳐진 고원 습지, 미다가하라
첫 관문인 케이블카에 올랐다. 급한 경사를 약 7분간 올라 해발 977m 비조다이라에서 고원버스로 갈아탔다. 버스는 호텔이 있는 미다가하라까지 서서히 고도를 높였다. 끊임없이 나오는 방송은 삼나무 군락이며, 폭포 같은 볼거리를 설명했지만, 현실은 안개 속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안개는 더욱 짙어졌다. 다테야마의 가을을 만끽하고 돌아가겠다던 희망이 푸시시 사그라졌다. 그렇게 30분 만에 미다가하라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자 거짓말처럼 시야가 맑다. 하늘은 여전히 희뿌옇고 산기슭엔 구름이 잔뜩 끼었지만 미다가하라 일대는 구름과 구름 사이에 낀 샌드위치마냥 시야가 밝았다. 다테야마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무로도를 첫 기점으로 삼지만, 미다가하라에는 일본에서도 드문 고산습지가 있다. 1600~2100m 고지대에 펼쳐진 습원은 2012년 람사르조약에 등록됐을 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하다. 습지를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목도는 긴 직사각형 형태의 원점회귀 코스다. 짧게는 1km, 길게는 2km의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

초가을의 길목에 선 미다가하라 습지는 초록빛과 황금빛이 미묘하게 혼재된 공간이었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아 습원을 풍요롭게 가꾸는 여름이 가고 가을로 접어든 9월, 치토우(작은 연못과 늪)는 말랐고, 습원 가득 피었던 엉겅퀴도 생기를 잃었다. 그러나 습지를 맴돌던 구름이 산군을 넘나드는 꿈결 같은 풍경에 발걸음이 점차 습원으로 빨려 들어갔다. 한시간 여의 산책을 끝마칠 무렵, 쏜살같이 몰려든 구름은 습지를 점령했고, 시야는 다시 탁해졌다. 날씨 운이 나쁘지가 않다.

무로도의 북알프스 파노라마
다음 날 아침, 미다가하라에서 무로도로 향하는 첫 버스를 탔다. 전날의 흐린 날씨가 무색하게 하늘은 한없이 맑았다. 무로도로 향하는 버스 안은 창밖을 보려는 이들로 부산했다. 구불구불 코너를 돌 때마다 다테야마 연봉과 도야마 시내가 교대로 얼굴을 내미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그렇게 20여 분을 달려 해발 2450m 무로도에 도착했다.

무로도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에서 교통수단으로 오르는 가장 높은 지대다. 일본 주부(中部)산악국립공원의 험준한 산줄기를 발품 없이 감상하는 곳. 뾰족한 암봉이 아찔한 쓰루기다케(2999m)부터 봉긋한 조도산(2831m)까지 북에서 남으로 줄달음치는 장쾌한 산세가 압권이다. 다테야마 연봉은 2400m가 넘는 봉우리가 18개이며, 3천m급 봉우리도 2개나 있다. 가을색으로 물든 황금빛 무로도 평원과 줄달음치는 다테야마 연봉이 어우러져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감탄이 새어나왔다. 산책로를 따르다 보면 미쿠리가 연못과 미도리가 연못, 지옥처럼 희뿌연 가스를 분출하는 지고쿠다니 계곡,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산장 다테야마무로도가 곳곳에 자리해 지루할 틈이 없다.

무로도는 본격적인 다테야마 트레킹 들머리다. 묵직한 배낭을 둘러멘 등산객들이 줄지어 동남쪽 봉우리 오야마산(3003m)으로 향했다. 무로도에서 오야마산까지는 왕복 4시간이 걸리며, 능선을 따라 북쪽 쓰루기다케까지 종주도 가능하다.

일본의 3대 영산 중 하나라는 다테야마 능선에 서고 싶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겨 다음 목적지 다이칸보로 가야했다.

구로베댐에서 만난 쌍무지개
이번엔 트롤리버스다. 오로지 전기로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10분간 산을 관통한다. 그리고 만난 다이칸보의 절경. 구로베 호수와 아카자와다케(2678m) 능선, 그리고 다테야마 로프웨이의 삼박자에 “우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다이칸보(2316m)에서 구로베다이라(1828m)까지 이어지는 다테야마 로프웨이는 중간 지주 없이 이어지는 일본 내 가장 긴 로프웨이다. 다시 구로베 케이블카로 갈아탔다. 가파른 경사를 5분간 내려가자 드이어 구로베 호수다.

해발 1455m에 자리한 구로베 호수는 도쿄돔의 약 160배 크기로 아치 형태의 구로베댐이 막아 조성된 인공호수다. 관광객들은 댐 위를 걸어 호수를 건너는데, 이때 1초에 10톤이 넘는 계류가 쏟아지는 장관을 만난다. 높이 186m의 거대한 댐에서 폭발하듯 쏟아지는 물줄기는 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했다. 쏟아지는 물줄기 위로 갑자기 형형색색의 무지개가 등장했다. 협곡에 뜬 무지개에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일제히 멈췄다.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토록 선명한 무지개를 본적이 있던가. 그것도 쌍무지개다. 햇살이 선물한 귀한 풍경은 눈이 시릴 만큼 신비로웠다.

구로베댐은 7년간 171명에 달하는 순직 노동자의 희생으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댐은 관광객들을 위해 6월 26일부터 10월 15일까지 일부 수문을 열어 방류 이벤트를 진행한다.

목적지인 오기사와로 가기 위해 마지막 트롤리버스에 올랐다. 아카자와다케산을 관통하는 긴 터널 끝으로 햇살이 비췄다.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다양한 탈것으로 표고차 2천m를 넘나드는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다테야마역부터 비조다이라~미다가하라~무로도~다이칸보~구로베다이라~구로베댐~오기사와까지 이어지는 약 37.2km의 대장정이다. 케이블카, 고원버스, 트롤리버스, 로프웨이 등 다양한 탈 것을 이용해 횡단하며, 모든 구간을 관통하지 않아도 일부 구간만 왕복할 수 있다. 승차권은 5일간 유효하며, 차량이 접근하는 다테야마역에서 오기사와역까지 편도요금은 8290엔이다.(어린이는 50% 할인)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는 매년 4월 중순부터 11월 30일까지 운영한다. 겨울에는 20~30m까지 치솟는 적설량 때문에 출입을 통제한다. 겨우내 내린 눈은 개통을 앞두고 제설차로 제거하기 때문에 4월부터 6월까지 무로도 일대에서 거대한 눈벽을 만날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홈페이지 참조.

alpen-route.co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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