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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8.09.09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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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임, 김멋지 작가

스물에 처음 만난 여대생 둘. 풋풋했던 대학 시절, 두 친구는 맥주 한잔을 앞에 두고 약지를 걸었더랬다. 우리 꼭 세계여행가자. 깜짝할 사이 서른이 되었고 사회라는 곳에 발을 담그던 여대생들은 어느 날 문득, 모든 걸 내려놓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서른에 뭘 내려놨냐고? 별건 아니다. 결혼 정도.

느낌부터 어울리는 두 분이네요.

김멋지 (이하 김) 같은 대학 의류학과 신입생으로 처음 만났어요. 풋풋하던 시절에 만나서 이젠 반 부부가 되었죠.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네 명인데, 그 중 두 명이 저희예요. 넷이서 대학교 때 배낭여행을 떠났는데, 친한 것과 여행 스타일이 맞는 건 다르잖아요? 큰 계획이 없는 것 하며, 박물관보다는 재래시장을 좋아한다거나 한국음식점보단 현지식을 찾는 점이나, 빨리 빨리 움직이는 걸 싫어하는 부분들이 서로 맞더라고요. 이후로도 둘이 여행을 자주 떠났어요.

결혼대신 야반도주를 선택했다고요?

위선임 (이하 위) 사실 제 이야기예요. 멋지는 어릴 적부터 뭔가 선명하고 자존감이 높았어요. 고민도 오래 하지 않았고요. 반면 저는 세상이 원하는 틀에 맞춰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고민도 많은 편이었죠. 졸업 하면 취업, 다음은 결혼이라는 순서에 맞춰 살다 문득, 답답하고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뒤늦게 자아 성찰을 했다고나 할까요? 당시 남자친구와 결혼 이야기가 오가던 시기였는데,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어요. 멋지에게 여행가자! 하니 바로 콜!이 왔어요. 기다려주겠다던 남자친구도, 여행을 실제로 준비하는 걸 보며 많이 힘들어하더군요. 결국 연애와 결혼을 포기하고 여행을 선택했죠.

사실 여행 기간에 비해 방문한 곳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저희 여행 스타일이 그랬어요. 좋으면 더 오래 있기도 하고, 따로 여행하기도 하고, 서로 좋았던 곳에 다시 한 번 방문하기도 했죠. 둘 다 남미를 너무 좋아해서 그곳에 오래 있었어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돈이 많이 부족했어요. 나름 준비해서 온다고 왔는데, 여행 경비가 떨어져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9개월 동안 일했어요. 딸기를 포장하는 일이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온종일 단순노동을 해야 하는 점이나, 공장과 컨테이너로 만든 숙소만 오가야 했던 점이 힘들게 했죠. 나중엔 목표 금액을 다 벌지도 못했는데, 못 견디고 결국 여행을 다시 시작했어요.

싸우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항상 물어보세요. 많은 분이 기대하시는 것(!)과 달리 저희는 크게 싸운 일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어요. 가장 크게 싸운 건 요르단에 있는 페트라에 갔을 때였어요. 평소처럼 아무 계획 없이 페트라가 좋다더라는 말만 듣고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엄청나더라고요. 아침을 부실하게 먹고 들어갔는데 날도 덥지, 배도 고프지. 둘 다 팽팽하게 날이 서 있었어요. 저는 일단 숙소로 들어가서 씻고 싶은데, 멋지는 음식부터 먹고 들어가고 싶어 했어요. 서로 원하는걸 알면서도 양보하긴 싫고. 말도 없이 멀찍이 걸어갔어요. 그게 저희가 가장 크게 싸운 일이죠.

결국 제가 져줘서 먼저 씻고 나가서 식사를 했죠.

항상 이 말을 빼놓지 않죠.

여행하다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 같아요.

행복해서 눈물이 났던 적 있어요. 제가 코끼리를 너무 좋아해요. 세상에서 가장 큰 육지 동물이, 어떻게 그렇게 착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프리카에서 우연히 코끼리 무리를 만난 적이 있는데, 감동해서 펑펑 울었어요. 또 만나고 싶고, 그들이 잘 살아내면 좋겠고, 밤이었고, 달이 밝았고, 이 순간이 다시없을 것 같고, 행복했어요.

또 다른 여행을 준비 중인가요?

<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를 출간하고 다양한 일을 많이 하는 중이에요. 저희가 가는 방향이 꼭 여행은 아니에요. 여행하지 못하거나 안 하는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 있다는 점도 항상 기억해요. 무조건 여행을 떠나라는 식의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아요. 저희는 지속적이고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고, 사람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로 다가가고 싶어요. 무엇인지 확실하진 않아요. 아시다시피 저희가 계획적인 스타일이 아니잖아요? 한계를 두지 않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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