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 핫플레이스 투어
이탈리아 북부 핫플레이스 투어
  • 글 사진 이두용
  • 승인 2018.09.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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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거점에서 로미오와 줄리엣까지, 밀라노~베로나

이탈리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북부’를 얘기하면 고개를 갸우뚱한다. ‘밀라노’를 말하면 그제야 “아하!”를 외친다. 미국의 뉴욕, 영국의 런던, 프랑스의 파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도시인 밀라노. 이탈리아 거장들의 예술혼이 오늘날 패션으로 이어졌다. 역사적 유물과 함께 이탈리아 예술의 과거와 오늘을 볼 수 있는 곳. 인근 베로나에선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알 듯 모를 듯 오묘한 이탈리아 북부여행, 함께 떠나보자.

밀라노 성당을 마주하고 서면 웅장함과 화려함에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밀라노 성당을 마주하고 서면 웅장함과 화려함에 경외감을 느끼게 된다.

밀라노를 숨 쉬게 하는 ‘두오모’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눈앞의 이국적인 풍광이 점점 비슷해진다고 느껴진다. 건물이 그러하고 거리나 사람들의 모습이 그렇다. 그럴 때면 지역의 랜드마크를 가장 먼저 찾는 게 좋다. 가령 로마의 콜로세움이나 파리의 에펠탑, 런던의 빅벤 같은 것이다.

성당의 옆면에서 보면 정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거대함을 느낄 수 있다.
성당의 옆면에서 보면 정면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거대함을 느낄 수 있다.

밀라노에는 두오모 성당이 있다. ‘이탈리아 건물은 아름다운데 전부 비슷한 거 같아’라고 떠올리려는 순간 광장 너머로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이 나타났다. 예상하지 못했을 때 놀라움은 더 큰 법, “우와!”라는 탄성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왔다.

밀라노 대성당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밀라노의 중심이자 전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만큼 의미가 있다. 성당 앞까지 걸어가서 건물을 올려다보니 대단하다는 말로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문 가까이 다가서니 시대를 이어오며 여러 예술가가 남긴 작품이 보였다.
정문 가까이 다가서니 시대를 이어오며 여러 예술가가 남긴 작품이 보였다.

두오모 성당의 대단함은 열 손가락으로 꼽아도 모자라다. 우선 규모와 건축 양식만 봐도 남다르다. 가톨릭 대성당으로 로마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성당과 스페인 세비야의 대성당 다음으로 큰 규모다.

문에 새겨진 작품들이 마치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다.
문에 새겨진 작품들이 마치 움직일 것처럼 생생하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 인근에서 생산되는 백색 대리석과 벽돌로 만들어졌는데 길이가 158.6m고 폭은 92m, 높이는 65.6m, 첨탑 최고 높이는 108.5m다. 독특하게 독일식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 건축 기간은 자그마치 500여 년. 1386년 건립을 계획하고 1851년에 완공했으나 부대공사까지 포함하면 1965년에 공사가 끝났다고 한다.

오랜 기간 만들다 보니 다양한 예술가가 참여할 수 있었고 그들의 개성이 건물 곳곳에 담겼다.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인 조각상이 총 3,159개나 된다. 성당에 조각된 것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숫자다. 이 중 2245개는 건물 외벽과 첨탑, 처마에 조각돼 있다. 성당 입구의 문과 외벽, 기둥을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 그 어떤 것 하나도 허투루 볼 수 없을 만큼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인물의 동작도 정교했다.

두오모 성당 조각의 최고봉은 가장 높은 첨탑에 우뚝 서 있는 ‘마돈니나(Madonnina : 작은 성모)’다. 3900장이 넘는 금박으로 덮인 이 작품은 멀리서도 햇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걸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스포르체스코 성.
대표적인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스포르체스코 성.

밀라노에서 놓치면 안 될 보물들
어느 도시나 한 지역을 중심으로 유적이나 명소가 모여 있다. 밀라노 역시 두오모 성당을 중심으로 인근에 보물 같은 명소들이 흩어져 있다. 간격도 멀지 않아서 걷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두오모 성당을 보고 도보로 명소 투어를 즐길 수 있을 정도다.

스포르체스코 성 일대에는 과거의 흔적이 오롯이 남은 정원이 있다
스포르체스코 성 일대에는 과거의 흔적이 오롯이 남은 정원이 있다

밀라노 성당을 돌아보고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면 두 번째도 성당을 추천한다. 두오모에서 서쪽으로 지척에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성당이 있다. 이곳은 15세기 중반 고딕 양식으로 세워진 도미니크회 수도원이다. 성당이 크거나 자체로 화려하지 않지만, 이곳이 인기 있는 이유는 독보적이다. 수도원 식당 한쪽 벽에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작 <최후의 만찬>이 그려있기 때문이다.

도보로 여행했다면 성 뒤편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좋다.
도보로 여행했다면 성 뒤편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즐기는 것도 좋다.

43세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성경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인물들의 섬세한 표정과 동작을 그려냈다. 그는 완벽한 작품을 위해 벽에 색을 칠해 놓고 다 마른 후 다시 덧칠하는 정교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대를 거치며 그림은 많이 손상됐다. 현재의 그림은 1977년부터 1999년까지 복원한 것이다.

성당 두 곳에서 미술품의 최고를 만났다면 다음은 음악의 거장을 만나보자. 두오모 성당 위쪽에 스칼라 극장이 있다. 베르디와 푸치니가 오페라를 초연했던 곳이다. 극장은 내부로 들어가야 진짜를 볼 수 있다. 베토벤이나 슈베르트가 주인공인 중세 영화에서 봤음 직한 극장과 꼭 닮았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한 장면에 들어온 느낌이다. 이곳은 여전히 다양한 공연이 열리는데 입석은 생각보다 저렴하다.

밀라노는 어느 거리에 발을 디뎌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밀라노는 어느 거리에 발을 디뎌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다시 두오모로 돌아와 입구 정면에서 광장을 가로질러 직진하면 스포르체스코 성에 닿을 수 있다. 이곳도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브라만테의 손길이 거쳐 갔다. 그러고 보면 당시 거장들은 쉴 새 없이 바쁘게 살았던 것 같다. 두오모 성당이 밀라노 최고의 고딕 건축물이라면 스포르체스코 성은 대표적인 르네상스 건축물로 불린다. 입구에 다다르면 양쪽으로 막아선 다갈색 높은 담과 마주한다. 이제껏 봤던 성이나 극장과 달리 웅장함과 근엄함에 위축되는 기분이 든다. 이곳은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안쪽 잔디밭에 앉아서 오후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좋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간단한 간식을 사 와서 피크닉 즐겨보기를 권한다.

두오모 광장 오른편에 쇼핑거리라 불리는 빅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있다.
두오모 광장 오른편에 쇼핑거리라 불리는 빅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있다.

세계를 주목하게 하는 명품 전시장
이탈리아를 떠올리면 자동응답기처럼 ‘로마’가 튀어나온다. 수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거 오랜 세월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 구전됐을 정도로 로마는 이탈리아를 넘어 수많은 유럽국가와 이들이 통치했던 나라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로마가 정치적인 성향이 강한 수도라면 밀라노는 경제적인 수도라고 불러도 좋겠다. 익히 알고 있는 패션을 시작으로 실제 금융, 제조, 분야 산업이 발달한 경제도시이기 때문이다. 세계 패션을 리드하는 도시면서 다양한 명품의 본사가 이곳에 있다. 덕분에 쇼핑의 천국이라 부르며 세계의 셀럽은 물론 쇼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밀라노로 날아온다. 그들에게 밀라노는 쇼핑이 우선이고 관광은 덤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거리로 소문날 만큼 몰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쇼핑몰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명소가 있다. 바로 두오모 성당 옆이다. 성당이 바라보는 광장 오른편에 쇼핑거리라 불리는 빅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가 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쇼핑거리로 소문날 만큼 몰 자체가 또 하나의 작품이다.

이곳은 쇼핑을 위해 1877년 만들어졌는데 당시 지어진 아치형의 유리천장과 바닥의 모자이크가 아직 그대로 보존돼 있다. 고풍스러운 멋과 현대식 제품의 디자인이 어우러져 그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이 있다. 이곳에는 이탈리아가 원산지인 명품부터 전 세계의 다양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다. 국내 매장보단 저렴하지만, 고가의 제품이 많다.

베로나에 있는 로마 원형 경기장 아레나는 콜로세움과 많이 닮았다.

구입할 마음이 없다고 해도 최신 패션 트렌드를 살피거나 명품 브랜드의 숍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몰 자체가 거대한 예술작품처럼 화려해서 지루하지 않다.

진짜 쇼핑만을 위해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세라발레 아울렛으로 가면 된다. 두오모 성당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1시간 반 정도 달려가면 국내의 아울렛 매장과 비슷한 쇼핑 타운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진짜 명품 쇼퍼들의 천국이다. 밀라노에서 명품을 싸게 샀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이곳이다. 이곳은 평소에도 할인하지만 브랜드와 이벤트 세일 기간 등을 알고 가면 말 그대로 득템 할 수 있다고 한다.

최초 이 건물에 없었다가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1930년대에 만들었다는 발코니.

로미오와 줄리엣만으로도 충분해
밀라노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반이면 베로나에 도착한다. 이탈리아에 워낙 명소가 많아 신경 쓰지 않으면 이곳은 지나치기 쉬운 코스다. 하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데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가 있어 들려보는 것이 좋다.

도시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콜로세움이다.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이 왜 여기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로마에 온 것은 아니다. 이 건물은 콜로세움과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중요한 유적인 로마 원형 경기장으로 이름은 아레나(Arena)다. 콜로세움과 카푸아의 경기장에 이어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원형경기장이다. 놀라운 건 여전히 오페라와 같은 공연의 극장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건물이 밀집한 골목으로 들어가 5분 정도 걸으면 드디어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자취가 느껴진다.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마을인데 한편에 ‘줄리엣의 집(casa di Giulietta)’이 있다. 입구 벽부터 세계 곳곳에서 날아온 사람들의 사랑을 기원하는 낙서가 가득하다. 안쪽에는 팔등신의 미녀로 형상화한 줄리엣 동상이 있다.

동상 주변은 연일 사람으로 넘쳐난다. 세기의 소설 주인공이니 당연하지만 재미있는 속설 때문이다. 줄리엣 동상의 오른쪽 가슴을 만지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덕분에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슴에 손을 얹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선생님의 설명을 듣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줄리엣 동상 가슴에 손을 얹고 해맑게 웃었다.

줄리엣의 집에 들어서면 안쪽에 팔등신의 미녀로 형상화한 줄리엣 동상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줄리엣의 집 발코니다. 로미오가 줄리엣을 만나기 위해 올라섰다는 이곳은 최초 이 건물에 없었다가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1930년대에 만들었다고 한다. 건물의 가장 최근 시설이지만 벌써 80년은 족히 넘었다. 이곳을 찾는 연인들은 이곳에 올라 사랑을 약속하곤 한다.

곳곳에서 책에서나 봤음직한 이야기나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피아차 에르베(Piazza Erve) 광장 한 편에는 신곡(神曲)으로 잘 알려진 단테의 석상이 있다. 그 뒤로는 건물 꼭대기에 로마 시대 인물들의 석상이 여럿 올라서 있다. 과거와 현재, 소설과 실제가 공존하는 베로나가 묘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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