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의 탄생과 핵심 기술
아웃도어는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신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사투는 소재의 진화로 이어졌다. 그리고 고어텍스가 탄생했다. 고어텍스는 외부의 물과 바람은 막아주고 내부의 수증기는 밖으로 배출하는 합성수지 기반의 소재다. 한마디로 방수·방풍·투습이 가능하다. 이러한 소재는 고어텍스 말고도 여럿 있지만 최초로 개발된 고어텍스는 기능성 원단의 대명사로 여겨진다.
윌버트 리 고어Wilbert Lee Gore는 합성수지인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이하 PTFE, Polytetra-Fluoroethylene)을 연구하다 집 지하실에 자그마한 공장을 만들어 PTFE를 취급하는 W.L 고어를 창업했다. 이후 그는 PTFE로 전선 피복을 만들었고, 약 10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고어텍스 멤브레인이 만들어진 건 1969년 윌버트 고어의 장남 밥 고어Bob Gore에 의해서다. 그는 PTFE를 압출하고 성형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고 실패를 거듭하다 가열된 합성수지를 늘리면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많이 발생하는 것을 발견했다. 밥 고어는 특정 조건에서 늘어난 PTFE를 e-PTFE(expanded PTFE)라고 이름 지었다. 그 후 10년 동안 e-PTFE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했고, 1976년 고어텍스라는 이름으로 상용화에 성공한다.
초박형 필름 형태를 띤 e-PTFE를 멤브레인이라고 한다. 멤브레인 필름에는 1평방 인치(2.54cm×2.54cm≒6.45㎠) 당 약 90억 개의 구멍이 있다. 구멍 하나의 크기는 물방울 입자 크기의 2만 분의 1이고, 수증기 분자 크기의 700배로 외부의 물은 막아주고 내부의 땀과 수증기는 밖으로 배출한다.
멤브레인 만으로는 옷을 만들기 힘들다. 촉감을 위해 안감을 대고, 내구성을 높이기 위해 겉감을 덧붙인다. 이렇게 겉감-멤브레인-안감을 접합하는 것을 라미네이트Laminate라고 한다. 우리가 말하는 고어텍스는 멤브레인이 아닌 겉감-멤브레인-안감을 라미네이팅한 원단이다.
아크테릭스, 진화를 위한 첫 걸음을 떼다
고어텍스는 100% 방수 원단이다. 멤브레인이 손상되지 않는 한 방수 기능은 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옷을 만드는데 수많은 패턴이 필요하고 이를 잇기 위해 박음질을 하면서 구멍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경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수테이프로 모든 바늘땀을 코팅한다. 이를 심실링Seam sealing이라 한다. 고어텍스 재킷은 완벽한 방수를 위해 심실링 작업을 한다. 아크테릭스의 활약은 여기서 빛을 발한다. 1998년 첫 알파 SV 재킷을 출시하며 17mm 방수테이프를 사용한 아크테릭스는 지속적인 연구개발 끝에 2016년 8mm 방수테이프를 사용하기에 이른다. 테이프 폭을 줄이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진화냐 의문이 들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 엄청난 기술력을 요하는 작업이다. 심실링 작업은 완벽한 방수를 가능하게 하지만 테이핑한 부분은 투습이 안 된다. 물과 수증기가 통과하는 길을 막아버린 셈이다. 보통 하드쉘 재킷 하나를 만드는 데 10m 내외의 방수테이프를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테이프의 폭을 줄이는 작업은 옷 전체의 무게를 줄일 뿐 아니라 투습력을 높인다.
아크테릭스가 알파 SV 재킷을 출시하기 전까지 아웃도어 업계는 통상 21mm 방수테이프를 사용했다. 알파 SV 재킷에 17mm 방수테이프를 사용하자 옷의 무게는 줄었고 투습력은 20% 이상 향상됐다. 현재 8mm 테이프를 사용하면서 투습력은 과거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아졌다. 그럼 고어텍스 재킷을 만들 때 모두 8mm 방수테이프를 사용하면 되지 않느냐, 싶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좁은 방수테이프 작업은 고도의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다. 또 제작 단가가 높아지고 A/S도 숙련된 기술자만이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아크테릭스는 아크원에 별도의 ‘연습생’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오랜 시간 경험과 기술을 쌓게 한 뒤 일정 수준에 오르면 메인 라인에 투입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