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진 선장과 함께한 요트 체험
김승진 선장과 함께한 요트 체험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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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에디터의 역대급 생존 액티비티

한여름에 즐기는 액티비티 기사가 필요했다. 가마솥 찜통더위에 뭘 할까 고민하던 중, 요트에서 액티비티를 즐기고 여유로운 시간도 갖기로 했다. 그런데 여유는커녕 리얼 액티비티 세계에서 생존 전쟁을 치렀다.

출항을 위한 준비
먼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던 ‘요트’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본지 요트 외고를 연재 중인 김승진 선장이 도움을 주기로 했다.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 인천 왕산 마리나로 향했다. 왕산 마리나는 급수와 급전, 주유소, 세척장 등을 갖추고 요트 300척을 정박할 수 있다. 눈 앞에 펼쳐진 진풍경에 “와~”하고 감탄을 연발했다.

김승진 선장의 ‘타노아TANOA호’를 찾아 마리나를 샅샅이 뒤지려는데, 멀리서 선장 포스를 풍기며 김 선장이 달려 나왔다. 선장 옆에는 하얀 돛을 탄 타노아호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영화에서나 볼법한 이국적인 요트에 잠시 옷차림새를 살폈다. 이왕이면 하늘하늘한 원피스를 입고 올 걸 하고 후회했지만, 금세 룰루랄라 휘파람 불며 요트에 승선했다.

내부는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컸다. 침실 네 개, 화장실 두 개, 주방, 대형 소파와 탁자가 여유롭게 있을 만큼 공간이 넓었다. 김 선장은 출항에 앞서 간단한 교육을 진행했다.

“선장의 존재는 굉장히 중요해요. 배를 움직이는 것은 물론이고 그 안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다음 장소까지 옮겨줘야 해요. 그리고 반드시 승선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안전하게 항해하는 법, 비상시 구조법 등을 완벽히 알고 있어야 하죠. 가끔 큰 파도가 배를 탕 때릴 때, 모든 승선원은 일제히 선장의 표정을 관찰해요. 선장의 표정에 따라 안심을 하거나 당황하죠. 만약 선장이 불안해하면 스스로 난국을 타개하려고 해요. 그때부터 배 안은 뒤죽박죽이 되고 ‘선상 반란’이 일어나죠. 서로 의견이 엇갈리고 싸우면 배는 물속으로 가라앉게 돼요. 선장의 카리스마는 굉장히 중요해요.”

선장의 조건은 여유, 품위 있는 언어, 판단력이다. 어떤 상황이라도 여유로워야 한다. 확실한 조정 실력은 물론이고 바다, 인생, 사람을 알아야 선장이 될 수 있다. 선장의 언어도 중요하다. 선장이 상스러운 언어를 사용하면 선원들은 선장에 대한 신뢰감을 잃는다. 마지막으로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력이 중요하다. 계획을 밀고 나갈 것인지, 바꿀 것인지 옳은 판단을 빨리 결정해야 한다. 세 가지를 꼭 기억해야 한다.

물 공포증 환자의 다이빙
김 선장의 말을 잘 새겼으니, 바다로 나갈 차례다. 그러나 강렬한 태양에 잠시 요트에서 쉬기로 했다.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교육을 마치자마자 선상 위로 뛰어 올라가는데, 옆에서 선배 에디터가 구명조끼를 입기 시작했다. “아, 물놀이도 하는구나.” 물 공포증 중환자인 에디터지만 선배가 준비하는데 적어도 따라 하는 척은 해야 했다. 주섬주섬 구명조끼를 입고, 갑판에 앉아 발만 담갔다. “꺄~ 신나요. 선배” 재밌는 척하며 물놀이를 충분히 즐긴다고 어필했다. 그러나 물속으로 들어오라는 선배. 결국 풍덩 뛰어들었다. 물보다는 선배가 더 무서우니까.

라이프 라인을 잡고 물장구를 쳤다. 에디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선배는 옆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다. 십 분쯤 지났을까 이만하면 됐다 싶어 갑판으로 올라오는데, 이번에는 사진 기자가 다이빙을 하란다. 동공 지진을 일으키며 거부했지만, 에디터만 바라보는 사진 기자와 선배의 얼굴에 김 선장의 말이 떠올랐다. ‘승선원들은 선장의 표정에 따라 안심을 하거나 당황하죠. 만약 선장이 불안해하면 자기 스스로 난국을 타개하려고 하죠.’ 그래, 나는 오늘 기사의 선장이다. 결국 다이빙 포인트로 이동했다.

다이빙 포인트의 실제 높이는 2미터지만 에디터에겐 20미터로 느껴졌다. 발만 앞으로 내밀면 된다는 선장과 사진 기자가 원망스러웠다. 두 눈을 꼭 감고 시도해보지만 될 리가 없다. 김 선장이 시범을 보이겠다며 멋진 다이빙을 선보였다. “헐, 대박….” 깜짝 놀라 온 몸이 꼿꼿이 굳었다.

이제 정말 다이빙을 할 때다. 멘탈 관리가 시급했다. “할 수 있어. 첫 취재를 생각하자.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선배의 말에, 아니 단호한 표정에 발을 뗐다. “꾸엑” 살다 보면 많은 시련을 겪는다곤 하는데, 그날이 오늘이 될 줄이야.

죽다 살아난 썰
한바탕 물놀이를 끝내고 출항 준비를 했다. 돛 옆에는 수많은 줄이 가지런히 정돈돼 있었다. 메인 돛과 보조 돛을 만지는 뱃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장비들이었다. 출항 준비는 복잡했다. 김 선장은 갑판 위를 오가며 돛과 줄을 정비했고, 콕피트(조타석)에서 조종대를 잡았다.

순항 중인 타노아호. 요트 타고 처음으로 여유를 맛봤다. 이제 진짜 선상 파티를 벌여볼까 슬슬 움직이는데, 마스트헤드(돛의 꼭대기)에 올라가라는 사진 기자. 돛이나 풍향기를 수리할 때 반드시 마스트(기둥)에 올라야 한다. 선원이라면 반드시 해내야 할 과제다. 못해도 15미터는 돼 보였지만, 다이빙보다 낫겠지 하며 하네스를 착용했다.

5미터까지는 괜찮았다. ‘아웃도어 기자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는 자신감에 되도 않는 공중 댄스를 추기도 했다.

그러나 높이 올라갈수록 가중되는 공포감. 덜덜 떨리는 다리와 심장. 눈을 가리는 머리칼.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뚱이. 그리고 체형과 맞지 않은 하네스 때문에 불타는 허벅지.

“살려주세요. 너무 무서워요. 내려주세요. 그만할래요. 허벅지에 불나요.” 꼭대기에 올라서자 울음이 터졌다. 발아래는 까마득했지만, 이 와중에 재밌다고 영상 찍는 선배는 또렷이 보였다. 처음으로 선배가 미웠다.

기둥에 찰싹 붙어 강제 매미 코스프레를 하는데, 사진 기자가 배튼으로 걸어 나오란다. 배튼이란 돛이 휘는 것을 방지한 얇은 판으로 돛의 뼈대다. 생명줄인 기둥과 떨어지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계속해서 배튼으로 걸어 나가라 명령 아닌 명령에 조금씩 발을 내밀었다. 발이 미끄러지는 순간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 발가락에 온 힘을 주고 배튼 위에 똑바로 섰다.

겨우 촬영을 마치고 지면으로 내려왔다. “서해를 발아래 품은 소감은 어때? 감동이지?”라고 묻는 사진 기자. “아니요. 무서워 죽을 뻔했어요.” 아웃도어 에디터는 극한 직업이라며 징징거렸지만, 사진 기자와 선배는 노을 지는 서해 풍경의 진짜 모습을 모를 것이다.

비록 바닷바람에 원피스 흩날리는 선상 파티는 못 했지만, 더 짜릿한 리얼 액티비티를 경험했다. 요트가 부자의 전유물이라는 것은 선입견이었다. 요트는 삶이라는 선장의 말이 잊히질 않는다. 요트는 더없이 짜릿하고 아찔한 액티비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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