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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세상을 꿈꾸는 김물길 작가
재밌는 세상을 꿈꾸는 김물길 작가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08.13 11: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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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3일간 세계 일주에 성공한 여행 화가 인터뷰

24살에 세계 일주를 시작한 김물길 작가. 1년 10개월 동안 전 세계를 누비며 400여 장의 그림을 그렸고, 여행 에세이 <아트로드>를 출간했다. 세계 일주가 가능했던 그의 마음가짐과 아웃도어 라이프가 궁금하다.

사진제공 김물길
사진제공 김물길

빈털터리 대학생이 2년 반 만에 2천 5백만 원을 모으기 쉽지 않다. 에디터는 대학 시절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쓰곤 했다. 에디터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물길 작가는 달랐다. 휴학 후 양말 기업 인턴으로, 벽화 마을 화가로, 로고 디자이너로 일하며 세계 일주를 꿈꿨다.

사진제공 김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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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거든요. 해외여행은 꿈도 못 꿨어요. 우연히 대학 해외 봉사자로 선정돼 프랑스 작은 마을에서 미술 봉사를 했죠. 처음 맛본 외국 문화에 매료돼 세계 일주를 결심했어요. 그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미술 강사로 일하다가 턱없이 부족해 휴학했어요. 평일에는 양말 기업 디자인 인턴으로, 주말에는 벽화 제작으로 돈을 벌었어요. 그렇게 2년 반 동안 돈을 모아 아프리카로 떠났어요.”

사진제공 김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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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작가는 673일간 400여 점의 그림을 남겼다. 한국에서 가져간 건 공책과 펜뿐. 도착지에서 재료를 구하자고 마음먹었지만,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작업은 어려웠다. 물감은커녕 필기도구조차 구하지 못했고, 필기도구가 떨어진 날은 사막 모래를 이용하기도 했다.

사진제공 김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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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꿈만 같았어요. 일상을 뒤엎는 문화로 가득 찼죠. 눈에 보이는 새로운 것은 모조리 그림으로 남겼어요. 힘들게 돈을 모아 간만큼 무언가 남기고 싶었죠. 그런데 사정은 달랐어요. 좋은 재료를 구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그때 그린 그림은 색도 많이 바랬고, 종이 질감도 좋지 않아요. 세계 일주 그림을 모아 놓으면 아프리카 그림이 가장 상태가 안 좋아서 한 번에 알 수 있죠.”

혼자 46개국을 여행하는 건 말만 들어도 가슴 벅차지만, 미지의 세계와 고독 그리고 싸움이라는 두려움이 동반된다. 이방인으로서 현지 정보도 부족하고, 무엇보다 무시와 차별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세계 일주를 마쳤다.

“인도 여행 중, 친할머니의 편지를 받았어요. ‘졸졸 흐르다가 추우면 할미가 힘이 돼 줄게. 할미 뒤로 숨어’라고 적혀 있었어요. 한참 울었지만, 할머니가 든든하게 지켜주실 거란 생각에 꼭 세계 일주에 성공하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이후로도 힘들 때나 지칠 때 할머니의 편지를 다시 읽고, 전시할 때마다 편지를 항상 걸어 둬요.”

사진제공 김물길
사진제공 김물길

혼자 여행에서 강한 멘탈이 필요한 건 당연하다. 그러나 개발되지 않은 국가에 머물 때 실질적인 문제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크다. 현지에서 예상치 못한 사고에 휘말리거나, 숙소를 해결하지 못 하기도 한다. 물길 작가가 독자를 위한 팁을 공유했다.

사진제공 김물길

“카우치 서핑으로 숙소를 해결했죠. 카우치 서핑이란 말 그대로 여행자를 위해 자신의 소파를 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호스트는 다양한 외국인을 접하고 게스트는 숙소를 얻게 되죠. 몇몇 불성실한 호스트 때문에 사고가 일어나지만, 몇 가지 사항만 주의하면 좋은 호스트를 선택할 수 있어요. 좋은 호스트는 카우치 서핑 호스팅을 백 번 넘게 하고, 공간이 분리된 방을 제공하며, 100% 긍정적인 리뷰를 받아야 해요. 또 다양한 국가와 대륙의 남녀 게스트를 초대했으며, 다양한 취미 사진을 올린 호스트를 추천해요. 이 기준으로 수많은 카우치 서핑을 이용했는데 모두 좋은 호스트를 만났어요.”

사진제공 김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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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짓다가 생각하게 만드는 물길 작가의 그림. 작품 속에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의 그림을 보면 따뜻함, 밝음이 공존한다. 사람, 동물 등 생명체와 사물을 짜임새 있게 조합해 화폭에 담아낸다. 그는 그림에 무엇을 담고 싶었을까.

사진제공 김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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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초반에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렸는데, 어느 순간 실제와 다른 이미지가 생각이 났어요. 그때부터 생각이 들어간 그림을 그렸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상상이 늘었고, 일상에서 무엇이든 재밌게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수백 가지 생각 중에 가장 재미있는 하나를 그림으로 표현하죠. 실존하지 않는 독특한 결과물을 완성했을 때 희열을 느껴요. 과정이 즐거우면 결과물도 매우 만족스럽죠. 사진과 영상은 불가능하지만 그림으로서 가능한 것을 만들고 싶어요.”

사진제공 김물길

여행에서만 그림 소스를 얻는 것은 아니다. 물길 작가의 SNS에는 여러 아웃도어 피플과 콜라보를 진행한 피드가 있다. 그는 프리다이빙, 자전거 라이딩, 패러 글라이딩 등 최근 아웃도어에도 관심이 많아졌다.

사진제공 김물길

“물길이라는 이름답게 물을 좋아해요. 카누를 타거나 프리다이빙을 하죠. 그래서 바다 그림이 많아요. 여행 중에 이집트에서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어요. 지난 4월 호주에서는 스카이다이빙에 성공했고요. 얼마 전 기부하는 자전거 행사에 그림 작가로 참여했어요. 자전거 선수들을 따라다니며 그들을 그렸죠. 수많은 그림 중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자전거 그림을 행사에 기부했어요. 선수들의 열정이 그대로 드러난 작품이었거든요. 그 후로 자전거에 관심이 생겼어요.”

사진제공 김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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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추억을 말하는 물길 작가. 그는 틀에 얽매이지 않은 그림을 그리면서 자부심과 행복을 느끼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웃음이 끊이질 않는 물길 작가를 보며 한편으론 걱정이 없을까 의문이 들었다. 조심스레 고민과 꿈에 대해 물었다.

“프리랜서다 보니 금전적으로 불안정해요. 책을 내고, 전시하면서 생계를 유지하지만, 자기계발을 하지 않으면 당장 몇 달 뒤에 가라앉는 게 프리랜서예요. 그래서 느슨해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활동합니다. 그래서 강연, 방송 출연, 인터뷰 등 다양한 활동을 하려고 노력해요. 올해는 멕시코, 호주 여행 그리고 개인전까지 굵직한 계획을 마무리한 상태라 특별한 일정은 없어요. 남은 4개월은 한국에서 작업하고 11월에 잠시 개인 여행을 다녀올까 합니다. 9월에는 영상을 찍어볼까 해요. 항상 완성된 그림만을 보여드렸는데, 그 과정이나 방법을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아서 영상으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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