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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진 선장의 신대항해시대 1
김승진 선장의 신대항해시대 1
  • 글 사진 김승진
  • 승인 2018.07.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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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스플리트~이탈리아 메시나

하얀 돛에 바람을 가득 담고 푸른 바다를 건넌다. 들리는 것은 바람과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 소리뿐. 반바지에 맨발이 익숙해질 즈음에 적도를 지나겠지. 때로는 거친 풍랑도 만나겠지만 멋지게 헤치고 나아가면 야자수 우거진 아름다운 낙원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검게 그을린 피부의 건강미 넘치고 미소가 아름다운 친구를 만들어야지….

설레는 항해의 꿈
사람들은 가끔 이런 꿈을 꾼다. 상상속의 요트여행이 더 이상 꿈이 아니길 바라며, 다만 몇 사람만이라도 그것이 가능 한 일이라고 여기게 해주고 싶었다. 프로젝트명 ‘신대항해시대’. 2016년 12월부터 약 9개월간 유럽에서 한국으로 함께 넓은 바다를 항해하자고 SNS를 통해 알렸다. 요트는 크로아티아에 타노아호와 그리스에 아라파니2호 두 척을 준비했다. 3만2천km의 대장정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며 각자 참가하고 싶은 구간을 신청했다.

타노아호의 첫 구간은 크로아티아 스플리트에서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이다. 12월 초,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인 스플리트는 예년보다 추운날씨가 계속됐다. 시내 북서쪽 내만에 위치한 루시카 스핀넛Lucica Spinut마리나에 평소에는 보기 힘든 동양인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와~ 이 배가 우리가 타고나가는 배에요?”

“너무 예쁘다.”

이번 항해를 함께할 ‘타노아호’에 사진 작가 전명진, 여행화가 김물길, 에세이작가 최재원, 직장인 이미현, 요트사업을 꿈꾸는 홍정우 씨 그리고 이번 항해의 영상을 기록할 주현식 피디가 모였다. 상기된 이들의 얼굴에는 요트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홍정우 씨을 제외한 나머지는 요트를 조종할 수 있는 실력이 전혀 없는 왕 초보자들이다. 요트가 처음이거나 한국에서 며칠 타본 것이 고작이다.

이들과 함께 요트이름 타노아를 디자인해 배에 붙이며 명명식을 가졌다. 그리고 영사관에서 임시선박국적증을 발급받고 태극기를 계양하여 타노아호는 대한민국의 영토가 됐다. 요트 및 선박의 국적을 물을 때는 “What flag?(어떤 깃발인가?)” 라고 묻는다. 타노아는 순우리말을 합성해서 지었다. 바람이나 파도를 타다 에서 ‘타‘자와 빠르게 달리는 돛단배란 의미의 노아가다에서 ’노아‘를 합성해 ’바람을 타고 빠르게 달리는 돛단배‘라는 의미로 지었다.

무너지는 요트의 꿈?
12월15일 2~30대 젊은이들의 꿈을 싣고 드디어 첫 출항이다. 모두들 환호를 하며 기뻐한다. 특별히 멋진 뒤태를 자랑하며 타노아호는 스플리트항을 멀리한다. 겨울 지중해는 많이 거칠다. 섬 사이를 지나 넓은 바다에 나왔을 때는 이미 어두워진 후였고 바람이 거세져 파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첫 야간항해에 긴장한다. 레이더를 아직 설치하지 못해 눈으로 사방을 감시하며 항해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때 선실 안 테이블에 둘러앉은 크루들이 촛불을 켜고 파티를 준비하는 모양이다. 초보라서 항해 상황이 얼마나 긴장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모양이다.

“야간항해 할 땐 불 켜는 거 아니다!”

이 한마디에 선실 안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팔을 벌려 어깨를 들어 올리며 낮은 목소리로 불만을 이야기 한다. 지금까지 한껏 부풀었던 크루들의 기대가 와르르르 무너지는 순간이다.

“왜 왔지?”

“뭐하러 여기 온 거야?”

어두운 선실 속에서 충격에 휩싸인 크루들의 당황한 모습이 역역하다,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고 선체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나는 어두운 선실 밖에서 그들의 몰락을 지켜보며 미소 지었다. ‘흐흐, 이제 시작이군….’

이어 야간 항해 시 선원들이 해야 할 임무와 주의 사항을 지시했다.

“2명이 한조가 되어 세 시간 씩 교대로 불침번을 선다. 주변에 섬 혹은 이탈리아와 크로아티아를 오가는 여객선이 많다. 지나치는 선박들의 항해등을 잘 살피고 선박이 가까이 접근하거나 어떤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나를 깨워라.”

밤바다 불빛이 사라진 어두운 수평선을 처음 대하는 미현이는 감동이 컸던 것 같다. 육지가 삶의 전부였던 그녀에게 바다가 자리하기 시작한다. 불침번을 마친 미현이는 멀미에 시달려가며 물을 끓여 만든 보온 물주머니를 나에게 건네고 침실로 들어간다. 밤새 콕핏(운전대와 로프조절 장치가 있는 실외 조종 공간)에서 지내는 나에 대한 배려다. 따스한 물주머니를 배에 얹고 밤하늘을 보며 미소 짖는다.

항해의 시작 멀미
무사히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한낮이 되어도 콕핏에는 나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여성크루들의 얼굴엔 화장기가 없어졌고, 남성 크루들의 머리카락은 헝클어지고 있다. 식사시간이 되면 부스스 콕핏으로 나왔다가 얼굴색이 안 좋아지며 다시 선실로 들어간다. 촬영을 해야 할 주PD는 쓰러져 누워 꼼짝을 못한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추위와 멀미에 전멸이다. 꿈꾸던 아름다운 지중해 요트항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이들은 지옥을 맛본다. 이런 그들을 놀리는 것이 선장인 나의 취미생활중 하나이다. 멀미가 심한 물길이에게 영양제를 건네며 멀미약인척 했다.

“이거 굉장히 잘 듣는 멀미약인데 한번 먹어볼래?”

“네~에.”

“약 안 먹고 이기는 게 좋긴 한데…. 아, 그리고 토할 땐 바람 계산 잘 해. 잘못하면 배가 지저분해지니까, 히히….”

약을 먹고 한 낮잠 자고난 오후 그녀가 말한다.

“와아 약을 먹어서 그런지 멀미가 없어졌어. 완전히는 아닌데 머리가 가벼워 졌어요.”

“그치, 그치? 그 약이 효과가 무척 좋다니까.”

나는 능청을 떨며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 갑자기 인기가 많아진 멀미약 아니 영양제를 신나게 크루들에게 나누어 주며 즐거웠다.

이오니아해를 지나다

항해 삼일 째, 모두에게 비밀로 한 채 나는 타노아호를 남부 이탈리아의 한 마리나로 향했다. 깜짝 선물로 지쳐있는 크루들에게 잔잔한 곳에서 하루저녁 쉬게 해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리나 입구에 들어서자 생각 보다 수심이 낮다. 속도를 늦추고 매우 천천히 마리나 중앙 정도 들어섰을 때다. 스윽 선체가 바닥에 닫는다. 급히 후진기어를 넣어 그곳을 빠져 나왔다.

“안되겠다. 수심이 너무 낮아 정박을 못하겠다.”

실망하는 모두의 얼굴을 못 본체 배를 돌려 밖으로 나왔다. 헌데 육지 쪽에서 불어오는 북풍 때문에 방파제 밖도 비교적 잔잔한 편이다. 항구처럼 아늑하진 않지만 닻을 내리고 마을 앞에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했다. 저녁 메뉴는 닭백숙을 준비했다. 멀미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크루들 따스한 닭국물에 기운을 회복한다.

“우와, 선장님 진짜 맛있어요.”

“내가 끓였지만 맛있네… 흐흐.”

작은 것에도 행복해 하는 우리들은 불침번을 서지 않아도 되는 마음편한 잠자리를 즐겼다.

다음날 새벽 동틀 무렵, 간단히 양치만하고 서둘러 출발 준비를 한다. 엔진 시동과 쇠로된 체인이 감기는 소리가 배 전체에 울려 퍼진다. 요트의 알람이다. 잠시 후 사진작가인 명진이가 선실에서 나오며 한마디 거들기 시작한다.

“선장님 뭐 도와드릴 일 있나요?”

“돛 올리자.”

늘 가장 먼저 나와 무엇이든 거들려는 배려 깊은 청년이다. 함께 돛을 펴고 이오니아해의 파아란 물을 가른다. 우측으로는 바위와 키 작은 나무들 그리고 집들이 어우러진 남부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이 따라온다. 내일이면 우리는 시칠리아섬의 메시나에 도착해 육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저녁이 되자 풍향이 남풍으로 바뀌며 어김없이 바람이 거세진다. 강풍에 약 4마일(7.4km정도)떨어진 해안선을 따라 타노아호가 빠르게 질주한다. 만일 어둠속에서 항해가 어려운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대처하는데 시간이 빠듯해 보인다. 육지로부터 거리를 좀 더 멀리 떨어트리기로 했다.

“정우야 좌로 20도 틀어라.”

“네 좌로 20도.”

“육지로부터 10마일 이상 떨어지면 다시 방향 유지하고!”

“네 알겠습니다.”

막내인 홍정우 군은 크루들 중 유일하게 요트 조종 경험이 있어서 믿음직스럽다. 게다가 요리를 좋아하고 그 실력이 수준급이어서 우리를 감탄하게 한다.

거친 태풍속으로
해안선에서 멀어진 새벽 2시경 바람세기가 심상치 않다. 폭풍 수준의 바람 탓에 돛을 작게 줄여도 배 속도가 평소보다 훨씬 빠르다. 긴장하며 바람세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평균풍속 시속 40노트 가끔 50노트를 넘는다. 태풍 급이다. 재빠르게 선실로 들어가 방한복과 방수 요트복을 겹쳐 입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태풍과 긴 싸움을 준비를 한다. 육지로 밀어붙이는 태풍은 가장 우려되는 바람이다. 거슬러 올라갈 수 없어 좌초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폭풍우와 이제 가혹하고 긴 싸움이 예상 된다. 순간 최대 풍속 시속62노트(시속115km정도), 이제 시작이다.

“모두 선실로 들어가라! 안에서 자.”

크루들을 모두 들여보내고 출입문을 닫았다. 선원들의 낙선도 방지하고 만일의 전복 시에 해수유입을 최소화시키기 위해서다. 수동항해로 전환하고 바람과 파도를 읽는다. 그리고 항로를 계산한다. 피할 수 있는 길은 하나, 바람을 등지고 메시나해협을 통과해 티레니아해로 빠져 나가는 것이다. 대형 선박의 통행량이 많은 좁은 수로여서 정교하게 조종하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다. 휘모는 강한 폭풍우에 방수복도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 어느덧 빗물이 스며들어 온몸이 젖어 버린다. 추위에 손이 얼어 손가락 움직임이 둔해진다. 그렇게 몇 시간을 버티자 동이트기 시작한다. 선실 문을 열며 재원이가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재원아 주PD한테 고프로 하나 달라고 해.”

“네? 잘 안 들려요.”

비바람소리에 잘 안 들리는 모양이다. 큰 소리로 외쳤다.

“폭풍 촬영하게… 소형 카메라… 부착할 수 있게… 만들어서 달라고 해.”

내가 카메라를 받아 설치하고 있는데 멀미하던 주PD가 큰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오려 시도한다.

“주PD 나오지마 위험해! 거기서만 찍어 뒤는 내가 찍을게.”

녹화를 하며 주PD가 질문 한다.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네 어제 밤부터 태풍이 시작 됐습니다. 이대로라면 메시나 항에 입항이 어려워서 그냥 지나쳐야 될 것 같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뒤에 되돌려 입항할 예정입니다.”

“안전상의 문제는 없나요?”

나는 손으로 괜찮다는 사인을 손으로 보냈다. 파도는 더욱 높아져 그 위를 간혹 타노아호가 서핑을 하기도 한다. 옆을 지나던 커다란 자동차 운반선이 강풍에 기울어져 위험한 모습으로 항해하고 있다. 타노아호는 점차 메시나해협 깊숙이 들어섰고 메시나시의 건물들이 보인다, 정박할 수 없음을 아쉬워하며 항해하고 있는데 갑자기 바람이 약해진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는데 이내 약풍으로 바뀌며 태풍이 물러갔다. 행운이다.

“약 40분 후에 메시나 항에 입항한다.”

“와~ 기가 막힌 타이밍이네요”

크리스마스의 선물
메시나항의 높은 탑 조형물이 무척 반갑게 느껴진다. 무사히 태풍을 지나온 것에 안도하며 우리는 입항 준비를 했다. 선체 양측에 휀더를 4개씩 매달고 정박용 로프를 준비한다. 그리곤 모두 말없이 갑판에 올라가 항구를 바라본다. 무전기로 마리나를 부르는 내용을 들었는지 멀리서 작은 보트가 다가와 수신호로 우리를 인도했다.

“스타보드 접안 스타보드쪽 휀더 밑으로 내려 달아라.”

용어를 잘 못 알아들은 신참들이 어리둥절해하자 정우가 설명한다.

“행님, 스타보드는 배에서 오른 쪽을 말합니더. 오른 쪽에 매단 휀더를 정박장 높이에 맞추어 아래로 내려 달란 말입니더.”

“오~.”

“누가 휀더 매듭을 이리했노? 참~나 오면서 가르쳐 줬고마.”

막내의 잔소리와 함께 잔잔해진 항구 메시나의 넷튜노Nettuno마리나에 접안하며 첫 항해를 무사히 마쳤다. 이곳에서 우리는 2016년의 크리스마스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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