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기어의 전북 대둔산 하이킹
마이기어의 전북 대둔산 하이킹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18.07.2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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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같은 바다가 반겨주는 곳

시원한 계곡과 바다를 찾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 태양 이글거리는 여름이다. 조금 더 시원한 곳을 찾기 위해 모두의 발걸음이 분주한 이 여름날, 이열치열로 땀을 시원하게 흘리고 싶었다. 짜릿한 아름다움이 기다리는 전남 대둔산으로 배낭을 둘러 메고 떠나보자.

‘인적이 드문 두메산골의 험준한 큰 산’란 뜻의 대둔산(大屯山)은 노령산맥 북부에 속하는 잔구 가운데 하나다. 침식된 화강암 암반이 드러나 봉우리마다 절벽과 기암괴석을 이루는데, 정상에 위치한 길이 81m, 너비 1m의 금강구름다리가 명소다. 대둔산 낙조대(落照臺)에서 맞는 아침 해돋이와 낙조 또한 유명하다.

최근 곳곳에 설치된 구름다리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대둔산에는 그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아찔하고 아름다운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이 있다. 출렁출렁 구름다리를 건너 아찔하게 위로 솟아있는 긴 삼선계단을 오르면 무엇인가 큰 도전을 해낸 듯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십분 정도 올라가면 금강구름다리를 만날 수 있으니 각각 동행자의 체력을 감안해 다양한 방법으로 대둔산을 즐겨보자.

내리쬐는 땡볕, 걷지 않고 서 있기만 해도 등줄기를 타고 땀이 주르륵 흐를 지경이었다. 집에서 배낭을 챙겨 나올 땐 힘들다가도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신비한 힘이 샘솟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더위에 숨어있던 신비한 힘이 대둔산 초입, 매끈하게 빠진 봉우리들을 바라보니 샘솟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이 등장했지만, 어서 빨리 푸른 숲에 몸을 숨기기 위해 속도를 내 본다. 터질 것 같던 심장도 이내 적응을 하고 잠잠해질 때쯤 금강구름다리에 도착했다.

높게 솟은 바위들 사이로 가지런히 놓여있는 구름다리. 걸을 때마다 흔들흔들 거리는 다리를 따라 우리 다리도 흔들거렸지만, 올라서서 사방을 둘러보면 두려움이 없어진다.

아찔한 구름다리를 무사히 지났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진정한 짜릿함은 삼선계단을 올라야 나타난다. 좁은 계단이 수직으로 세워져 있어 계단에 올라서면 앞 계단이 거의 코에 닿을 듯하다. ‘할 수 있다’는 다짐을 해가며 한 발씩 올라본다. 계단 중간쯤 올라섰을까. 용기를 내서 뒤를 한번 돌아본다. 시원하게 뻥 뚫린 시야에 탄성이 터진다. 계단을 지나 펼쳐질 아름다운 암릉을 기대하며 다시 고난도의 숙제를 마친다.

마의(?) 구간을 지나면 대둔산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맑고 순한 산으로 변한다. 대부분 오르막이 바위 계단과 흙길로 되어있기 때문에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도와주는 등산화를 신으면 좋다.

이어지는 바위 계단을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온몸이 땀으로 흥건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기암괴석과 나무들의 모습을 보니 고된 몸이 다시 스르륵 회복되는 듯했다. 그렇게 피로회복제 같은 정상을 만끽하고 숙영지로 이동했다.

이동 중 적당한 곳에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은 비화식으로 준비하고 간단히 요기한다. 곧 해가 뉘엿뉘엿 퇴근준비 하면서 하늘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돈 주고 살 수 없는 이런 멋진 모습에 자연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눈부신 해가 눈꺼풀을 똑똑 두드려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깨어났다. 새벽에 일출을 꼭 보겠다고 다짐했는데 벌써 날이 밝았다.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봤다. “맙소사.” 눈앞에 하얀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로 이맘때쯤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운해(구름이 만들어낸 바다)다.

분명 산에 왔는데 눈앞에 하얀 바다라니. 저만치 떨어져 있는 일행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밖에 좀 보세요. 빨리!” 나의 호들갑에 밖으로 나온 일행도 입이 떡 벌어진 채 그대로 멈춰서 한동안 말이 없었다. 훌륭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지만, 오늘은 그냥 있는 그대로의 표현 “너무 아름답고 멋있다”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새벽의 그 상쾌한 공기와 이제 막 떠오르기 시작한 싱싱한 해. 그 아래로 거품처럼 하얗게 펼쳐진 운해와 그 사이로 뾰족뾰족 삐져나온 암릉. 어느 것 하나 거슬리는 것 없이 아름다웠다. 운해는 거칠다가 점점 잔잔해지고 그러다 또 희미해져 갔다. 이것을 바로 일장춘몽이라고 하는 것일까? 잠시 꿈을 꾼 듯했다.

하산은 태고사 방향으로 숲길을 따라 빠르게 마쳤다. 귀하게 만난 경이로운 운해로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 들어 일상복귀가 아쉬움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자연을 즐기기에 참으로 어려운 대한민국이다. 출입을 금지하는 곳이 늘어난다. 그저 순수하게 자연을 느끼고 싶은 여정은 자꾸만 불법이 되어간다. 책임감 없는 행동 때문에 강제성을 부여하게 된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은 자랑거리이자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보물인데, 발길을 할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져가니 참으로 안타깝다. 의식전환과 책임감 있고 배려있는 행동으로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아름다움을 자유롭게 만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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