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한국의 일곱개 사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보은 법주사, 해남 대흥사,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가 주인공이다. 본지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은 일곱개 사찰과 주변 볼거리를 매달 한 곳씩 둘러본다. 이번호에는 공주 마곡사다.<편집자주>
천년 고찰의 숨결이 느껴지는 마곡사는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 자장율사가 세웠다가 고려 초까지 폐사되었던 절이다. 이후 재건과 폐지를 반복하다 조선 효종 2년(1651년)에 각순대사가 대웅전, 영산전, 대적광전 등을 중건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다사다난한 역사를 지닌 만큼 마곡사로 향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계속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통과한 후 태화산 산허리로 들어서야 마곡사를 만날 수 있다. 태화산 속에 꼭꼭 숨겨져 현대의 손길이 적은 대신 세월의 흔적이 건물 곳곳에 남아있었다.
매표소에서 한참 올라가면 개울 앞에 자리한 영산전이 가장 먼저 관광객을 반긴다. 영산은 석가모니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던 곳이다. 내부에 일곱 분의 여래불상과 천분의 작은 불상이 모셔져 있는데, 이곳에서 눈을 감고 기도한 후 천불을 바라봤을 때, 그중에 눈에 띄는 부처님을 닮은 인연이 생긴다는 전설도 내려온다.
영산전을 지나치면 해탈문과 천왕문을 순서대로 볼 수 있다. 해탈문을 지나면 속세를 벗어나 불자의 세계로 진입하고 해탈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천왕문을 지나면 악가의 범접을 막고 마음속 잡념을 없애준다. 일반적으로 사찰로 진입하는 두 개의 문은 일(一)자로 놓여 있는데 마곡사는 일렬로 놓지 않고 조금 비틀어 사찰의 깊이를 더했다.
사찰 중앙에는 마곡사의 본전인 대광보전이 자리한다. 가공하지 않은 돌을 지대석으로 놓고, 돌 모양에 맞춰 나무 기둥을 깎아 자연의 멋이 그대로 드러난다. 빛바랜 단청도 대광보전의 자랑거리다. 오랜 세월 바람과 비에 쩍쩍 갈라진 틈이 고찰의 분위기를 더욱 심오하게 몰고 간다.
대광보전 앞 오층 석탑도 마곡사의 역사적 가치를 더한다. 8.67m 높이의 오층 석탑은 2층 기단 위에 5층짜리 몸돌을 올린 후 라마교 특유의 청동 머리 장식을 얹었는데, 이런 형태는 전 세계적으로 희귀한 사례다.
마곡사를 소개할 때면 백범 김구 선생을 빼놓을 수 없다. 대광보전 옆에는 백범 김구 선생이 출가해 수행 생활을 한 백범당이 자리한다. 이곳은 1896년 명성황후 시해에 분노한 김구 선생이 황해도에서 일본 장교를 살해한 후 마곡사로 들어와 1898년 원종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한 장소다. 광복 후 김구 선생은 이곳을 다시 찾아 과거를 회상하며 향나무를 심어 놓았는데,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백제시대부터 지금까지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마곡사.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 당시 역사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외될 뻔했으나 창건 이후의 지속성, 탁월한 보편적 기준이 적용돼 등재에 성공했다. 마곡사는 지금도 새로운 역사를 써 가고 있다.
마곡사에서 뭐 하고 놀지?
마곡사 주변 볼거리와 먹거리를 소개한다.
태화식당
공주 시청에서 2018 으뜸식당으로 선정된 곳. 산채 비빔밥과 더덕구이가 지나치는 이의 발길을 붙잡는다. 국내산 더덕과 나물을 사용해 신선하고 건강한 맛을 낸다. 정식을 시키면약 20가지의 푸짐한 밑반찬이 밥상을 채운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마곡상가길 10
041-841-8020
08:30~20:30 (연중무휴)
산채비빔밥정식 1만2천원, 더덕구이정식 1만5천원
장승마을
마곡사 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장승 조각 공원 겸 테마파크. 2200여 점의 진귀한 장승 조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공원 내부에는 펜션, 카라반, 레스토랑, 카페, 체험학습장 등이 조성됐다. 밤에는 장승에 매단 색색의 전구가 장승 마을을 더욱 빛나게 한다.
충남 공주시 사곡면 유구마곡사로 1231
041-841-5220
3천원
유구벽화마을
마곡사에서 12km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시내. 유구 시장을 중심으로 벽화마을이 조성됐다. 구불구불한 골목길 사이 인생샷을 남길 아기자기한 그림 벽화가 있고, 색색의 타일을 붙여 만든 타일 벽화도 있다.
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시장길
041-840-2705
gongju.go.kr/yugu.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