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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R이 걸어온 50년의 이야기
MSR이 걸어온 50년의 이야기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8.06.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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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러의 기적

구제불능의 몽상가들이 이뤄낸 정밀한 공학. 안전 향상에 기여하고자 발행된 소식지로 시작된 MSR은 현재 세계 백패킹 시장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생에 전반에 걸쳐 산악을 즐긴 창업가 래리 팬버시가 안전을 향상하고자 원맨프로젝트인 MSR을 탄생시켰고, 지금까지도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MSR은 50여 년간 언제 어디서나 안전한 캠핑을 위한 제품을 내놓았다. 1969년 창업 이래 한 번도 고집을 꺾지 않았고, 소비자를 생각하지 않은 적 없다. 산악 안전 장비 시장의 소식을 전했고, 그 수익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MSR 제품이다. MSR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리는 캐스케이드 디자인에 대해 알아야한다.

캐스케이드 디자인
Mountain Safety Research. 생각보다 더 단순명료한 MSR의 풀네임이다. 산악 안전을 위한 연구 모임이나 협회 정도로 생각될지도 모른다. 이것 만으로도 MSR의 DNA를 매우 잘 보여준다. MSR은 말 그대로 안전한 산악을 위한 장비를 제조하는 브랜드다. MSR의 역사는 끈기 있는 제품 개발과 우연한 경제적 합병이 모여 만들어졌다.

1971년 시애틀에 근거지를 둔 보잉사는 사상 최대 5만 명이라는 구조조정을 한다. 당시 엔지니어였던 짐 리와 네일 앤더슨 역시 해고된다. 두 엔지니어는 산악 등반가인 친구 존 버로스에게 ‘야영을 위한 더욱 편안한 매트리스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매트리스 개발을 시작한다.

개방형 셀 폼과 샌드위치 메이커로 최초의 공기 자동 주입식 에어 매트리스가 그렇게 개발됐고, 1972년 특허를 신청하며 캐스케이드 디자인 회사를 설립한다. 이후 캐스케이드 디자인은 최상의 품질을 제공하는 것을 회사의 원칙으로 삼고 등반, 트래블, 캠핑 등 아웃도어 어드벤처를 위한 12개 카테고리에 걸친 1천여 개의 혁신적인 제품을 현재까지 제공한다. 캐스케이드 디자인은 카테고리의 집중을 위해 써머레스트, MSR, 실라인, 플래티퍼스 등의 브랜드로 제품을 제공 중이다.

래리 팬버시의 의지
하지만 MSR이 처음부터 캐스케이드 디자인의 브랜드는 아니었다. 사실 MSR은 캐스케이드 디자인사의 설립보다 더 일찍 시작된 브랜드다. 등산가이자 전문 발명가인 래리 팬버시는 쉽게 망가지는 기존의 등반 장비에 불만을 품고 스스로 장비를 개발하기 시작한다. 팬버시의 연구는 입소문을 타고 산악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했고 1969년 등반 장비 전문 개발 회사를 설립한다.

초반의 팬버시는 자신의 직접 연구, 개발한 장비를 소개하는 뉴스레터에 집중했다. 뉴스레터는 1년 반 이상 스토브 연료, 로프의 인장률, 피톤의 유지력, 피켈의 강도 등을 측정하며 오지에서의 안전을 위한 소식을 담았다. 뉴스레터를 만드는 지출이 래리 팬버시가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구독하는 등산가들에게 인쇄와 우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3달러를 기부받는다. 또 뉴스레터와 얼음도끼 보강 키트, 장갑, 썬더버스 아이스액스 등의 장비도 함께 만들어 판매하게 된다.

1973년, 세계 최초로 연료통과 버너가 분리된 모델9 스토브를 만들어 전 세계 등반가들이 눈을 녹여 식수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스토브는 당시 등반가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된다. 리튬 배터리를 최초로 헤드램프에 적용하는가 하면, 레인 재킷의 옆구리와 소매 안쪽에 지퍼를 만들어 통기성을 향상해주는 핏집(Fit Zip)을 최초로 시도했다. 1984년 출시된 위스퍼라이트 스토브는 2014년 가스도 사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버전이 나오며 현재까지도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MSR은 2000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모스 등 3개 텐트 메이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텐트 시장에 뛰어든다.

텐트 3사 합병
MSR은 2000년 모스, 윌러스, 아마딜로 텐트의 제조사인 엣지웍스를 합병하고 이들 브랜드의 텐트를 모두 MSR 브랜드로 출시한다. 모스텐트 특유의 디자인을 MSR에 적용하며 새로운 텐트 시장을 주도하기도 했다. 모스를 인수한 직후인 2001년 MSR은 현재의 캐스케이드 디자인에 인수 합병된다. 결과적으로 캐스케이드 디자인의 인수합병은 다양하고 혁신적인 MSR의 제품개발에 날개를 달아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MSR은 기존의 뉴스레터보다 새로운 등산 장비에 더 의존하게 된다.

2007년 MSR은 드디어 대류열과 복사열 모두를 생산하는 MSR 리액터 스토브를 수년간의 연구 끝에 시장에 내놓는다. 효율이 높고 바람에 대한 저항력이 있는 리액터는 가스 연료통의 공기압을 조절해 복사열과 최초 유입 공기 연소 방식을 적용한 최초의 작품이다. 가볍고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내열성 금속 페크랄로이 다공 디스크를 활용했다.

리액터 스토브는 발표 직후부터 이스포 아웃도어 베스트 어워드를 비롯해 I.D 인터내셔널 디자인 애뉴얼 디자인 리뷰 어워드, 독일 아웃도어 에디터스 초이스 어워드 등을 휩쓸며 획기적인 평가를 받는다.

발광체인 버너 헤드가 열교환기로 둘러싸여 바람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가장 빛을 보는 작품이다. 탁월한 열효율과 압도적인 화력으로 순식간에 물이 끓어 취사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복사열을 사용해 열 발산이 뛰어난 점을 이용, 많은 백패커 사이에선 임시 난로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MSR이 리액터를 난로 대용으로 써도 된다고 발표하진 않은 상태다.

리액터와 텐트
리액터 외에도 MSR의 대표 제품은 텐트다. MSR은 아웃도어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였음에도 창립 이래 30여 년간 알파인 텐트 제작을 하지 않았다. 1973년에 잠깐 트럭 짐칸에 설치할 수 있는 텐트를 개발하기도 했지만, 산악지대에서 사용할 목적은 아니었다. 그러나 텐트 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던 MSR은 2000년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모스 등 3개 텐트 메이커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텐트 시장에 뛰어든다.

MSR은 세 브랜드의 독자적인 텐트 구조는 유지한 채 로고와 디자인만 하나로 통합해 텐트를 탄생시켰는데, 그 모델이 바로 MSR 그레이 버전이다. 모카색에 가까운 플라이와 검은색 이너 바닥 시트, 붉은색의 슬리브, 흰색의 이너텐트 원단으로 구성됐다. 기존의 모스 텐트 특유의 묵직한 무게감과 완성도를 잘 살린 작품이었다. MSR의 다채로운 그레이 버전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음에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중반, MSR은 그레이 버전의 텐트 시리즈를 전량 단종시키고 완전히 새로운 텐트 라인업을 구축하는 도전을 시도했다. 이후 캐스케이드 디자인에 합병된 뒤 탄생한 것이 허바허바 시리즈다. 경량화 바람이 불던 캠핑 시장에 편승한 도전이었다. 허바허바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허바허바NX, 무타허바 NX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이며 ‘가장 가벼운 텐트’로 출시 중이다. 특히 허바허바NX 시리즈는 2013년 독일 아웃도어 트레이드 페어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또 다른 텐트 엘릭서 2 역시 더블월 텐트로 백패킹 입문자를 위한 엔트리급 라인이지만 엔트리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 3계절용으로 상황에 따라 여닫을 수 있는 양쪽 출입문으로 통풍과 개방감이 뛰어나다. 1,500mm 내수압의 플라이는 어지간한 소나기나 폭우 정도는 거뜬히 견뎌낸다.

자연을 즐겨라
누군가의 고집스러운 제품 개발과 3달러짜리 뉴스레터로 시작된 MSR의 역사. 당시 산악 안전 장비 시장의 소식을 전했고, 그 수익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이 현재의 MSR 제품이다. 시장의 풍파에 인수 합병을 겪기도 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잃지 않은 채 끈기 있는 제품 개발에만 매달린 노력의 성과다.

아래는 지난 2013년, 캐스케이드 디자인의 글로벌 마케팅 매니저를 담당하는 토마스 트렐켈드가 한국을 방문해 남긴 말이다. 여기엔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MSR 고유의 가치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자연이 첫 번째이고, 장비는 그다음입니다. 장비란 자연을 즐기는 데 필요한 물건입니다. 장비가 여건에 따라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장비를 믿을 수 없죠. 그럼 자연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습니다. 우리의 모든 장비는 안심하고 자연을 즐기기 위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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