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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알기위해 달린 길
세상을 알기위해 달린 길
  • 이지혜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사진제공 정재종
  • 승인 2018.06.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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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라토너 정재종

정장에 구두를 갖춰 입고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신기한 이야길 들었다. 어떨 때는 서류가방을 들기도 했단다. 학자를 꿈꾸면서도 달리는 동안 ‘나’라는 사람을 연구한다는 정재종 마라토너. 대화 내내 재밌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갓 서른을 넘긴 앳된 얼굴과 대조되는 침착한 입꼬리가 인상적이다.

Q. 캐릭터가 너무나 확실해 살아온 인생이 절로 궁금해지네요.
A. 하하. 그런가요? 평범한 삶을 살았어요. 오히려 남들 앞에선 이야기도 잘 못 했어요. 특전사에 들어가 매일 10km씩 뛰었는데, 뛸 때만큼 생각이 명쾌해지는 순간이 없었어요. 그 시간 동안 ‘나’라는 사람을 돌아보고, 부족한 부분을 찾고, 나를 비로소 나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더군요. 그때부터 시작됐어요. 달리며 생각하는 인생이.

Q. 달리며 생각한다라. 단순하면서도 심오하네요.
A. 저에게 달리기는 휴식과 같아요. 기록을 얼마나 내고 얼마나 길게 뛰었느냐는 큰 의미가 없어요. 100km나 10km나 저에게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저 달리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달리기는 나를 알게 해주는 도구라고 생각해요. 이런 것을 말하고 싶어서 강의도 하고 있고요. 정장 마라톤으로 하는 기부활동도 같은 맥락이에요.

Q. 정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군요.
A. 국내·외 마라톤에 참가하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한 끝에 결심하게 됐어요. 마침 세계여행을 끝내고 복학했는데 제 또래 친구들이 모두 취업 걱정을 하더라고요. 저를 포함한 청춘에게 말보단 행동으로 응원하고 싶었어요. ‘목표 지점으로 가는 저마다의 방식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마라톤으로 후원받은 정장을 각자의 방식으로 길을 찾고 있는 친구들에게 기부하기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네요. 현재 수제 정장회사인 포튼가먼트와 정장 기부 프로젝트를 함께하고 있어요. 특별히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거나 유명하고 착한 사람에게 기부하는 게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이타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찾고 있어요.

Q. 정장 마라톤 외에도 인생 철학을 강의한다고 들었어요.
A. 광주소방학교나 군부대 등에서 ‘나로서 세상에 서는법 을 배우다’는 주제 혹은 ‘청춘은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는 주제로 강의하고 있어요. 사람들에게 ‘내 삶을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컸거든요. 분명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제 자존감에 큰 의미를 두진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달라질 건 없거든요.

Q. 이야길 듣다 보니 철학자가 떠올라요.
A. 훗날 분석 철학도 공부하고 싶어요. 지금은 군사안보 분야에 관심이 많아 공부를 계속 할 예정이에요. 배낭여행 초반엔 같은 이유로 국제 분쟁에 관심을 갖고 관련국을 다니기도했어요. 국제정치와 관련된 연구소에서 공부하기도 했고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의 공부를 지속해야 한다는 생각이 명확해요. 인내가 필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부지런히 제 갈 길을 가려고요.

Q. 멋진 계획이네요. 마지막으로 재종씨에게 달리기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저에게 달리는 행위는 여행하거나 독서를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나를 찾는 시간이라는 큰 범주에서 하는 행위죠. 저에게 군사안보 학자라는 큰 꿈이 있는 동시에, 휴식하기 위한 수단으로 마라톤을 하죠. 휴식의 영역에서 마라톤은 계속될 거예요. 그 과정에 ‘정장’과 ‘기부’라는 도구를 넣었어요. 전 계속 달릴 거예요. ‘나’라는 사람을 찾기 위한 삶을 사는 한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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