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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롬톤과 함께한 자전거 여행
브롬톤과 함께한 자전거 여행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18.05.14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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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영동군 송호리 브롬핑

시원한 바람이 부는 6월은 꼭꼭 숨겨둔 캠핑 유전자가 샘솟는 달이다. 파란 하늘에 자리한 양털 구름이 밖으로 나오라며 손짓하고, 바람에 흔들리는 어린 나뭇잎이 자연의 노래를 만든다. 잔디밭에 누워만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지금이다.

송호관광단지에서 캠핑하는 두 여자

브롬핑은 브롬톤과 캠핑의 합성어로 바퀴가 작은 브롬톤에 장비를 싣고 캠핑을 떠난다는 용어다. 폴딩이 되는 편리함에 아기자기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브롬톤. 앞뒤로 길쭉한 프레임에 다양한 크기의 가방을 달 수 있어 뭇 캠퍼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지만 과연 저 작은 자전거에 장비를 실을 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이 라이딩 메이트에게 연락이 왔다. “날도 좋은데 브롬핑 갈까?”

이지니

아는 동생, 이지니
라이딩 메이트가 갑자기 약속을 취소했다. 브롬핑 준비를 다 해놨건만 혼자 가게 생겼다. 아무리 나 홀로 캠핑이 대세지만 첫 브롬핑을 혼자 하고 싶지 않아 냉큼 아는 동생에게 연락을 취했다. “지니야, 뭐해? 자전거 타자. 언니가 다 준비해 놓을 테니까 넌 몸만 오면 돼.”

금강변을 달리는 지니와 에디터

아는 동생 지니는 풋풋한 대학생이다. 역사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팅에 관심을 보이는 동생이다. 매번 만날 때마다 콘텐츠 제작에 대해 묻는 지니. 이번 기회에 이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려줄 참이다.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인사를 하는 지니를 차에 태워 송호관광지로 나섰다.

송호관광단지에서 금강을 바라보는 이지니

지니의 첫인상은 강렬했다. 은색과 보라색의 투톤헤어와 눈에 띄는 예쁜 얼굴에 속으로 ‘미쳤다. 왜 이렇게 예뻐’를 연발했다. 실제로 그녀는 지하철에서도 종종 대시를 받는다.

한때는 그녀의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오해를 했다. 또박또박한 표준어에(물로 에디터도 서울 사람이다) 빈틈없는 성격으로 ‘친해지긴 어렵겠네’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친구 같다. 힘든 일이 생겨도 보채거나 징징거리지 않는 모습이 에디터의 마음에 쏙 들었다. 에디터보다 3살이나 어리지만, 친구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에디터의 갑작스러운 호출에도 아무 말 없이 달려와 준 그녀이기에 더욱 애정이 간다.

브롬톤
안정적이고 견고한 도심용 자전거
잔디밭이나 흙길에서도 주행 가능
접어서 간편히 보관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디테일

FEATURE
무게 10.6kg
사이즈 270×585×565mm(폴딩)
소재 스틸, 티타늄
색상 블랙, 그레이, 레드, 라군 블루 등 12색
소비자가격 205만원
산바다스포츠

캐리프리덤 시티 트레일러와 가방
최대 45kg까지 적재 가능한 자전거 트레일러
접어서 간편히 보관
12인치의 휠로 안정적인 주행 제공
70L까지 채울 수 있는 넉넉한 공간

FEATURE
프레임 36×51×125cm
무게 5kg(가방 포함)
소비자가격 66만원
산바다스포츠

수두교를 건너는 두 여자
수두교를 건너는 두 여자

지금 건너러 갑니다
“언니, 송홧가루 엄청 날린다. 예전에 엄마가 송홧가루로 종종 떡 해주셨는데. 이거 보니까 떡 먹고 싶다.”

충북 영동군 금강 변에 위치한 송호관광지는 100~400년 이상 된 노송 군락지다. 구불구불 멋들어진 소나무 아래 캠핑 사이트가 있어 소나무 바로 옆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앞쪽에 금강과 뒤쪽의 노송을 낀 모습은 무릉도원이나 다름없다. 한쪽에는 카누․카약장이 있어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고, 양산팔경이 시작되는 금강 둘레길이 있어 트레킹하기에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신선놀음이라 칭할 만큼 경치가 좋아 많은 캠퍼가 찾는 곳이다.

송호관광단지의 노송 군락지
송호관광단지의 노송 군락지

송호관광지에서 천태산 방면으로 2km쯤 가면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촬영지 수두교가 나온다. 비주얼이 다 잡아먹었던 이 영화의 대표 이미지는 수두교를 건너는 장면이다. 붉은 노을 아래 남녀가 자전거를 타고 다리를 건너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봉황대에서 수두교로 향하는 길
봉황대에서 수두교로 향하는 길

우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차에서 브롬톤과 트레일러를 꺼내 들고 패킹을 시작했다. 지니의 브롬톤엔 트레일러를 달고, 내 브롬톤엔 배낭을 맸다. 캠핑 장비를 넣은 커다란 배낭이 브롬톤에 실릴까 의심이 들었다. 조심스레 짐받이에 배낭을 얹고 줄을 맸다. 짐받이보다 배낭이 컸지만, 짐받이에 고무줄이 달려있어 배낭을 안전하게 고정할 수 있었다.

수두교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휴식하는 두 여자
수두교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휴식하는 두 여자

양산팔경 중 하나인 봉황대에서부터 수두교까지 브롬톤을 타고 내달렸다. 가벼운 자전거를 타던 습관이 몸에 뱄던지 뒤가 무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10kg 배낭이 무게를 더했다. 잠시 중심이 흔들렸지만 금세 균형을 찾고 제 실력을 발휘했다. 지니는 행동반경이 커졌다. 옆으로 가거나 뒤로 갈 때마다 트레일러 이동 공간을 확보해야 했다. 자전거와 친하지 않은 지니가 걱정됐지만, 다행히도 트레일러가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줘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두 여자가 만든 양배추 샌드위치

영화 <리틀 포레스트> 따라잡기
수두교를 지나 다시 송호관광지에 입성했다. 오후 4시가 넘어가던 참이었다. 슬슬 배가 고파지자 서둘러 캠핑 사이트를 구축하고 앞치마를 입었다.

요리 재료를 들고 있는 두 여자
양배추 샌드위치와 딸리 샐러드 재료를 정리하는 두 여자

“자, 오늘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에 나온 레시피를 따라 할 거야. 주인공인 김태리가 툇마루에 앉아 양배추 샌드위치를 베어 물던 장면 기억하지? 요리 과정도 복잡하지 않고 재료도 단출하니까 금세 만들 수 있어. 또 올해 마지막 딸기를 듬뿍 넣은 딸기 샐러드도 만들어 먹자.”

요리와 담쌓은 우리. 양배추를 썰자마자 본격적인 난장판이다.

재료를 다 갖춘 테이블

“언니, 양배추 너무 커. 어떻게 잘라? 도마가 너무 작아. 그릇도 작다.”
“달걀 넘치는 거 아니냐? 빨리 불 꺼 불 꺼.”
“마요네즈 얼마나 넣어?”
“있는 대로 들이 붓자”
“너무 많이 넣었나 봐. 질퍽해.”

셀카 삼매경에 빠진 두 여자
셀카 삼매경에 빠진 두 여자

<리틀 포레스트> 레시피에서는 달걀 다섯 개를 완숙으로 끓이고 양배추를 잘게 다진 후, 마요네즈와 머스타드를 섞으면 샌드위치 속 완성이라는데, 왜 우리의 요리에는 자꾸만 브레이크가 걸리는 걸까. 결국, 레시피대로 따라 한 것은 지역산 달걀과 양배추를 사용했다는 것뿐이었다. 양상추와 어린잎 채소를 씻어 넣고 그 위에 딸기를 듬뿍 담아 올리면 딸기 샐러드 끝. 그 위에 달달한 딸기 요플레를 얹어주면 맛있는 한 끼가 완성된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입에 넣자마자 탄성을 터뜨렸다. 달걀에 마요네즈가 듬뿍 들어갔으니 맛이 없을 수가 없다. TV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먹칼리스트 이영자가 한 말을 인용하자면, “혀로 봄맞이 중”

완성된 양배추 샌드위치와 딸기 샐러드
완성된 양배추 샌드위치와 딸기 샐러드

달걀과 상큼한 양배추의 조화로움에 한번, 새콤달콤한 딸기 부대의 달달함에 두 번, 마지막으로 몸을 데워주는 따끈한 우유 한 잔에 강제 먹방을 찍었다. 잠자코 먹기만 하는 에디터를 본 지니도 먹방에 합류했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리틀 포레스트> 따라잡기는 성공이다.

노을 진 금강변
노을 진 금강변

캠핑의 밤은 낮보다 뜨겁다
빈티지 랜턴을 켜 놓으니 캠핑의 밤이 시작됐다. 한바탕 요리 대전을 치른 후라 지니는 의자에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군산 여행 때 사 온 무전력 스피커에서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자 슬쩍 리듬을 타기도 했다. 느긋한 지니를 바라보자니 에너자이저 에디터는 안절부절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보드게임 ‘할리갈리’를 꺼냈다. ‘할리갈리’는 중학생 사촌 동생의 성화에 못 이겨 한동안 꺼내 들던 보드게임이다. 몇 개월간 쌓인 할리갈리 노하우를 믿고 지니에게 설거지 내기를 제안했다. 자, 판을 벌여 볼까.

보드 게임에 빠진 두 여자
보드 게임에 빠진 두 여자

테이블에 침묵이 감돌았다. 오로지 카드 넘기는 소리와 종소리만 들렸다. 잠시 영화 <타짜>의 고니로 빙의돼 본다.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동일한 과일이 다섯 개가 됐을 때 재빨리 종을 쳐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종을 쳤을 땐, 카드를 뺏기고 만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침낭을 뒤집어 쓰고 춤 추는 두 여자
침낭을 뒤집어 쓰고 춤 추는 두 여자

지니의 눈도 활활 타올랐다. 대단한 집중력을 보이는 지니에게 자칫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꼼수를 부렸다. “지니야, 네 발에 애벌레 붙었어.” 애벌레라는 말에 기겁하는 지니를 뒤로하고 종을 울렸다. 승자는 에디터다.

새들의 지저귐과 수련회 온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잠에서 깼다.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탓에 시침은 이미 8시를 지나고 있었다. 텐트 밖, 금강 위로 아침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다. 아름다운 풍경 앞에서는 라이더 기질이 발동하기 마련. 브롬톤을 끌고 금강 변을 달렸다. 아직 바람이 쌀쌀했지만 따사로운 햇볕이 추위를 녹이고 상쾌한 공기가 온몸으로 들어왔다. 자전거가 없었더라면 느끼지 못할 기분이었다.

안개 낀 금강변을 달리는 두 여자
안개 낀 금강변을 달리는 두 여자

“언니, 다음에 캠핑하면 또 불러줘.”
“싫은데?”
“아 왜, 또 불러줘. 알았지? 꼭 이야.”

송호리 인생 사진 스팟 BEST 3

수두교에서 <지금 만나러 갑니다> 따라 하기
봉황대는 양강 들머리 수두리에 위치한 누각으로 아름다운 조망이 유명하다. 봉황대 위에서 수두교를 찍으면 금강, 비봉산을 모두 프레임에 담을 수 있다. 특히 노을이 질 때의 풍경이 아름답다.

강선대에서 신선놀음하기
양산팔경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곳이 강선대다. 강선대는 금강 가에 우뚝 솟은 바위 위에 서 있는 육각 정자로 멀리서 보면 주변 노송들과 어울려 우아한 멋을 풍긴다. 정자 위에 서면 아찔한 바위 절벽도 볼 수 있다.

양산 팔경 금강 둘레길에서 봄의 정취 느끼기
금강 둘레길은 양산 팔경의 비경을 둘러 볼 수 있는 약 5.5km 트레킹 코스다. 송호관광지 솔밭부터 코스가 시작돼, 송호리 캠퍼들이 발걸음 하기에 좋다. 특히, 얕은 잔디 사이로 길이 구불구불하게 나 있는 금강 수변공원이 인생샷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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