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은의 런트립 수원 화성행궁 편
안정은의 런트립 수원 화성행궁 편
  • 글 사진 안정은
  • 승인 2018.05.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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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 간직한 문화유적지 러닝 코스

“꿈이 클수록 기회도 커진다.” 꿈과 야망이 가득한 어느 왕이 있다. 조선 최초의 계획도시. 도시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인 ‘수원화성’을 달렸다. 고층빌딩과 차들로 가득 메운 서울을 조금 벗어나면 병풍처럼 마을을 둘러 싼 성곽이 있다. 이 성 안에는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수원화성은 길이 좋고 완만해 러닝하기 좋았다.

달리는 것을 좋아하는 당신이라도 이곳에서는 느긋하게 걸어도 좋다. 정조의 5가지 마음이 당신의 느린 발걸음을 헤아려 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하나라도 공감했을까. 그렇다면, 이곳 수원화성 런트립은 제대로 성공이다.

창룡문 가는 길,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효심이 가득한 나라
화성행궁을 시작해 서남각루 방향으로 쉼 없이 올라갔다. 머지않아 소나무 사이에서 늠름하게 자리잡은 성곽이 줄지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엔 효원의 종이 있다. 수원화성은 조선 22대의 왕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를 옮기기 위해 설계했다. 효심이 지극한 만큼 ‘효원의 종’ 타종 횟수의 의미도 남다르다. 1타는 부모님의 건강, 2타는 가족의 건강, 그리고 3타는 자신의 발전기원이다. 성곽길을 따라 북쪽으로 달리면 서장대가 나온다. 수원 일대가 한 눈에 담기는 만큼 군사들을 지휘하던 장소이다.

수원화성길에서 만나는 서남각루.

국방이 튼튼한 나라
거대한 성벽은 팔달산 자락을 옹호하듯 감싸고 있다. 규칙적이거나 대칭이 아닌 땅의 지형에 따라 자유롭다. 당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모였다. 철저히 정약용의 기술로 계획된 동양 최대의 성곽이다. 장안문을 지나 화홍문의 뒤쪽으로는 용이 살았다는 용연이 나온다. 연못 가운데에 봉긋 솟은 작은 언덕이 보인다. 한 소녀를 사랑한 용이 하늘로 올라가기 못하고 돌이 되었다는 전설이 뭉클하게도 들린다.

서장대에서 바라 본 수원 시내 전경.

수려한 미의 나라
성을 지으며 정조는 말했다. “미려함은 적에게 두려움을 준다.” 실제 화성을 달려 보니 여성의 곡선처럼 아름다움을 느꼈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당시, 전문가는 말했다. “동양 성곽의 웅장함과 서양 성의 화려함이 만나 달빛 아래 장관을 이룬다.” 그렇다. 밤을 달리면 더욱 아름답다. 밤하늘의 꽃 같기도 하다. 성곽위에 떠오른 달을 나침반 삼아 성곽을 한바퀴 돌고 나면 왜 정조가 수원화성을 이곳에 설계했는지 알 것이다.

애민정신의 나라
건설 당시의 보고서와 현재 성곽의 모습은 조금 다르다. 성을 쌓다 보니 자연스레 민가가 성 밖으로 밀려났다. 성의 확장으로 인한 국고의 손실. 하지만 왕은 주민을 우선했다. “성을 세 번 구부렸다 폈다 해서라도 모두 수용하라.” 그의 품 안에서 살고있는 백성들은 행복을 누렸을까. 왕의 노력 덕분인지 실제로 성 안의 사람들은 연을 날리거나 열기구를 타며 그들의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아름다운 용안의 저수지.

백성이 배부른 나라
세계 문화유산을 거닐다 보니 10개의 문을 지났다. 창룡문, 화서문, 팔달문, 장안문의 사대문과 4개의 암문, 2개의 수문. 사람과 물자, 그리고 정보를 교환한 교통로이다. 이러한 사대문을 통해 수원화성은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로 성장했다. 왕이 만든 팔달문 시장 초입에는 ‘불취불귀(不醉不歸)’라고 적혀 있었다. 취하지 않으면 못 들어간다는 뜻으로 백성 모두가 풍요롭게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 싶었건 것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선시대 왕의 향을 느꼈다. 유산의 모든 요소들이 성곽의 품 안에 담겨 있다. 어느 하나 놓치지 않기 위해 힘썼을 왕의 배려가 느껴졌다. 수원화성을 달리면 잠시 놓쳤던 나의 목표와 방향이 떠오른다. 다시 달려야 할 이유는 아직 너무나도 많다.

창룡문 가는 길에 만난 애드벌룬.

달리기 코스: 화성행궁 ~ 장안문 ~ 창룡문 ~ 팔달문 (성곽 길이 총 5.74km)

추천 즐길거리: 열기구, 국궁 체험, 화성어차, 효원의 종 타종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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