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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놀이, 섬진강 자전거 캠핑
벚꽃 놀이, 섬진강 자전거 캠핑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8.04.14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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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 십리벚꽃길, 화개장터, 쌍계사 소개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또다시 실시간 음악 차트에 올라왔다. 장범준의 간드러진 목소리에 몸과 마음은 이미 벚꽃 세상이다. 7년째 봄만 되면 등장해 에디터의 마음을 흔드는 벚꽃. 꽃비 내리는 섬진강에서 벚꽃 파티를 벌여보자.

구례 화엄사 IC를 지나자마자 보이는 섬진강변은 벚꽃 물결로 한창이었다. 길게 뻗은 벚나무 행렬에 도로변 운전자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셀카 삼매경이다. 차창을 내리고 벚꽃 비를 어루만지니 슬며시 봄바람이 들어온다.

예정보다 일주일이나 앞서 만개한 벚꽃 탓에 구례에서 하동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관광차로 가득했다. 화개장터 앞 십리벚꽃길까지 2km밖에 남지 않았는데, 내비게이션은 도착 예정시각을 30분 뒤라고 알려줬다. 흩날리는 벚꽃 비가 아쉬워 동행자 나라 씨, 효진 선배를 차에 두고 내렸다. 팝콘 같은 꽃잎이 눈썹 위로 떨어지며 온 세상을 핑크빛으로 물들였다.

사쿠라 아니고 왕벚나무
벚나무는 버찌(체리)가 열리는 나무로 왕벚나무, 산벚나무, 겹벚나무 등 종류가 다양하다. 벚나무의 다양한 변종과 품종은 꽃잎의 모양이나 크기 등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통칭해 벚나무라 부른다. 벚꽃으로 유명한 여의도 윤중로, 섬진강, 덕유산 등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벚꽃은 왕벚나무 꽃이다,

왕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낙엽 교목으로 15m까지 자라는 제법 키가 큰 나무다. 꽃은 4~5월에 대여섯 개씩 뭉쳐서 피는데 나뭇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는 게 특징이다. 열매는 6~7월 검게 익어 약재로 사용된다. 벚나무는 목재로 손색없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팔만대장경의 64%가 벚나무로 만들어져 튼튼함을 인정받았다. 벚나무는 지금도 침대, 책상 등 가구 제작에 쓰인다.

벚꽃하면 일본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왕벚나무의 원산지는 사실 제주도다. 1908년 제주도로 선교 활동을 온 프랑스 신부가 한라산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하고, 1912년 독일 식물학자도 한라산 관음사 근처에서 왕벚나무를 발견해 학계에 보고하면서 왕벚나무의 원산지가 제주도라고 밝혀졌다. 더 이상 일본식 명칭인 ‘사쿠라’에 익숙해 왕벚나무를 외래종으로 오해하지 말자.

그렇다면 왜 유독 섬진강변에 벚꽃이 많은 걸까. 구례군 문척면사무소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이 쌍계사와 화엄사 진입로에 벚꽃을 심었다. 광복 이후, 벚꽃과 일본을 동일하게 여겨 쌍계사 진입로를 제외하고 모두 없앴다. 시간이 흘러 1990년대 후반 섬진강변에 벚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벚꽃 축제까지 오게 됐다.”라고 전했다.

지나치면 아쉬운 화개장터
“전라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섬진강 줄기 따라 화개장터엔.” 화개장터 하면 익숙한 가사와 리듬이 먼저 떠오른다. 조영남의 <화개장터>는 1991년 발표됐지만 1992년생인 에디터가 따라 부를 만큼 유명한 노래다. 전 국민에게 화개장터를 알린 조영남의 노고에 감사했는지 이곳 상인들은 조영남 갤러리 카페를 설립하고 그림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본관 1층엔 카페가, 본관 2층과 별관에 갤러리가 있다.

사실 화개장터를 관광지로 발돋움시킨 원조 장본인은 따로 있다. 김동리 작가의 소설 <역마>다. 화개장터는 <역마>에 등장하는 옥화주막의 배경지로, 2016년 하동군청이 화개장터 한편에 안채와 바깥채로 꾸민 옥화주막을 개장했다. 군청은 공모를 통해 국악인 이명숙 씨를 주막의 초대 주인 ‘옥화’로 선정했다. 건물 내외부는 조선 후기 주막처럼 꾸미고 직원들도 생활한복과 앞치마를 둘러 실제 소설 속 시대에 들어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주막 뒤편에는 봉놋방과 마당도 전시해 놓았다. 서울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에 사진을 찍었다. 봉놋방도 찍고 싶었지만 민폐일까 우물쭈물하는 사이 옥화 주인이 주막으로 나왔다.

“안쪽에 봉놋방이랑 마당도 있으니까 편히 사진 찍으세요.”
“주막 안에서 사진 찍어도 괜찮을까요?”
“아유 괜찮아요. 어디서 오셨어요?”

시골 인심을 느껴본다. 인자한 옥화 주인의 미소에 작별 인사를 연신 건넸다.

장터에 왔으면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지역 막걸리, 장터 국밥, 참외장아찌, 노가리, 왕 닭꼬치, 고로케 등 일반 재래시장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부터 섬진강 특산물 벚굴(강바닥에 붙어있는 모양이 벚꽃과 비슷하고 벚꽃이 피는 시기에 가장 맛이 좋아 붙여진 굴), 물이나 술에 타먹을 수 있는 벚꽃 진액, 벚꽃 진액으로 만든 벚꽃 빵 등 벚꽃 관련 상품도 있다.

불멍과 별멍
화개장터에서 하동 방면으로 약 10km 직진하면 섬진강을 앞에 둔 평사리 공원 오토캠핑장이 나타난다. 에디터는 텐트 안에서 밤을 보내기로 결정, 한적한 곳에 사이트를 구축했다. 최고 온도 24도, 최저 온도 12도로 추위에서 떨리라는 불안감은 없었다. 처음 해보는 오토 캠핑이라 체어며 테이블이며 모두 화려하게 준비했다.

벚꽃과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잔디 사이트에 텐트 세 동을 나란히 치고 지인에게 특별히 공수한 달빛아래 화로대에 불을 피웠다. 산꼭대기에서 달랑 텐트만 쳐 놓고 백패킹을 하던 초보 에디터에게 불멍(불타는 화로를 보며 멍 때리기)이라는 특별한 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SNS에 올라오던 불멍을 할 생각에 잔뜩 들떠있는데 사진 기자가 한 마디 던졌다.

“장작은 준비했소?”
“네? 숯이랑 착화제 가져왔어요.”
“장작이 있어야 불이 활활 타지. 어디 가서 마른 나뭇가지 주워 오소.”

장작은 꿈에도 생각 못 했다. 화로를 피워 본 적이 없으니 삼겹살집에서 사용하는 화로로 착각했다. 진정한 캠퍼로 거듭나려면 한참 멀었다. 헐레벌떡 텐트 뒤쪽에 떨어진 잔가지와 솔방울을 모아 화로대에 넣었다.

“하늘 봐봐.” 나라 씨의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완전한 밤이 내리지 않은 남색 하늘에 별이 빛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개가 눈에 들어오더니 시간이 지나자 무수한 별들이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화로는 잠시 밀어두고 별멍(별을 보고 멍 때리기) 시간을 가졌다.

평사리 공원 오토캠핑장
오토캠핑장 58개와 텐트 야영장 29개를 갖춘 캠핑장이다. 산책로, 분수대, 족구장, 바비큐장, 샤워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춘다. 섬진강의 안개 낀 새벽과 꽃으로 둘러싸인 캠핑을 해 보고 싶다면 평사리 공원 오토캠핑장을 추천한다.

위치 경남 하동군 악양면 섬진강대로 3145-1
운영 기간 연중 오픈
가격 자동차 야영장 2만4천원
카라반 야영장 3만원
텐트 야영장 2만원

십리벚꽃길 클라쓰
한산한 벚꽃길을 만나기 위해 새벽같이 십리벚꽃길로 향했다. 십리벚꽃길은 약 4km로 화개 삼거리에서 쌍계사까지 벚꽃 터널이 줄 서 있는 곳이다. 아침 7시였지만 이미 출사를 나온 사진작가 여럿이 보였다. 대포 카메라를 든 사진작가들 사이로 오렌지색 스트라이다를 타고 벚꽃을 만끽했다.

십리벚꽃길 끝에 위치한 쌍계교를 건너면 쌍계사 매표소가 보인다. 쌍계사는 지리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사찰로 723년 창건됐다. 840년 진감국사가 중국의 차(茶) 종자를 가져와 절 주위에 심고 쌍계사라 이름을 바꾼 후, ‘차 시배지’ 등 수많은 차밭이 쌍계사 주변에 조성됐다. 이외에도 국보 제57호 진감국사대공탑비 등 30개의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다.

쌍계사의 또 다른 볼거리는 동백꽃이다. 쌍계사로 향하는 길목부터 붉은 동백꽃이 탐스럽게 펴있다. 지리산 물줄기에서 내려오는 약수에 동백꽃을 얹으면 물맛이 끝내준다. 어린 시절, 할머니를 따라 약수를 뜨러 산에 가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마셔도 됐으나, 요즘은 약수도 수질검사를 통과해야만 마실 수 있다. 약효가 있는 샘물이라고 해서 약수지만 검사를 받아야 한다니 약수(藥水)가 악수(惡水)가 됐다. 다행히도 쌍계사의 약수는 수질 검사를 통과한 좋은 물이니 걱정하지 않고 먹어도 된다.

쌍계사 대웅전을 지나면 지리산 10경 중 하나인 불일폭포까지 가는 왕복 5km의 탐방로가 나온다. 탐방로 중간에 작은 절인 국사암, 최치원의 유적인 환학대와 마족대 등 다양한 문화자원과 경치를 만나는 것도 쌍계사 필수 코스다.

어느 새 쌍계사에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아침 9시인데도 다들 벚꽃 구경이 한참이다. 새벽보다 더 많은 꽃비가 내리는 십리벚꽃길을 바라보자니 어지러웠다. 술에 취한 듯 벚꽃에 취했다.

서울로 올라가는 내내 고개를 몇 번이나 돌렸는지 모르겠다. 차창으로 지나치는 벚나무가 발목을 잡는 듯했다. 지나치는 풍경에 가다 서기를 반복, 스마트폰과 액션캠에 벚꽃 영상을 담아 아쉬움을 달랬다. 내 기억 속 가장 아름다운 섬진강 벚꽃. 내년에는 엄마와 함께 섬진강으로 자전거 여행을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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