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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말레이시아 크루즈 여행
싱가포르~말레이시아 크루즈 여행
  • 글 사진 이두용
  • 승인 2018.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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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 만난 특별한 여름
바다 위를 항해하는 휴양지

방송에선 올겨울 최강한파가 온다고 겁을 줬다. 서울 -18도, 강원도 철원 -25도.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인데 이번이 유독 기대됐다. 겨울의 중심에서 여름으로의 여정. 난 추위를 유독 싫어한다. 어릴 적부터 추운 집에 살았던 탓이다. 피서도 아니고 피한(避寒)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더욱이 바다 위 호텔이라는 크루즈라니. 짐을 싸면서 콧노래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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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는 삶의 여유를 찾기에 더없이 좋은 아이템이라고 느꼈다.

Green, 싱가포르를 칭찬해!
새벽 4시 반, 집을 나섰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새벽. 고작 20여 분 서 있었는데 살이 에이는 듯 춥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스마트폰으로 싱가포르 기온을 검색했다. 낮 기온 29도.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자 미소가 흘러나왔다. ‘몇 시간 후면 난 더운 나라에 있겠구나.’

싱가포르의 느낌은 늘 변함없었다. 면적이 서울보다 조금 크고 부산보다는 작기 때문에 한두 번 와보면 속속들이 알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크루즈 여정의 출발지로 아시아에서는 유명하다고 하니 여유 있게 둘러보며 따뜻한 몸과 마음으로 워밍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산 아래에서부터 2.2km 길게 이어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전망이 뛰어나다.

싱가포르 관광은 자연을 보는 것이 정수다. 하지만 재미있는 건 싱가포르에는 단어 의미로의 ‘자연(自然) : 사람의 힘이 더해지지 아니하고 세상에 스스로 존재하거나 우주에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든 존재나 상태’의 자연은 거의 없다. 단어 자체도 모순일 수 있지만, 사람이 만든 ‘인공자연’이 대부분이다.

싱가포르 최대 관광지인 센토사섬에서 해변을 걷고, 숲을 지나면서 신기하리만큼 건강한 기분을 느꼈다. 사람이 만든 것인데, 원래 자연적으로 생긴 곳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비밀이지만 날씨가 따뜻해서 점수를 후하게 준 것도 무시하지 못한다.

살기 좋은 자연 도시를 부르짖는 싱가포르지만 이곳엔 산이 없다. 수도에 높은 산이 여럿 있는 곳으로 전 세계에 또 서울만 한 곳이 없다. 서울에는 가장 높은 북한산(837m)을 시작으로 사방이 고산으로 이루어져 있고 안쪽에도 남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산이 있다. 서울에만 40여 개의 산이 있다고 한다. 생각보다 더 많다. 예전에 해외 아웃도어 담당자들이 서울에 방문하면 열에 아홉은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는 고산에 놀라고, 주말마다 산을 찾는 등산 인구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러고 보면 우린 자연에 감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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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정부가 ‘공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낸 식물원.

싱가포르엔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법을 가지고 있다. 담배, 술에 대한 것은 물론 길에 껌을 버리지 못하게 하려고 껌 자체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껌을 사거나 파는 것도 법에 걸린다.

자동차 매연을 줄이기 위해 방법도 세웠다. 별도의 자동차 등록세(COE)를 내야만 차를 구매할 수 있다. 세금이 차량 가격보다 더 비싸다. 더욱이 차량의 대수가 정해져 있어 돈만 있다고 차를 구매할 수도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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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스 바이 더 베이는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온 거대 나무 같아서 웅장하다.

어딜 가나 숲이 조성된 공원과 물길을 만날 수 있다. 싱가포르의 자연사랑은 식물원을 가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은 단연 도심의 오아시스라고 불리는 보타닉 가든.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이자 자연주의자였던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 1822년 식물원과 실험용 정원을 조성했고 이후 이전과 개관을 반복하며 현재 세계 수준의 열대식물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개인적으론 가든스 바이 더 베이 식물원이 가장 놀라웠다. 싱가포르 정부가 ‘공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라는 프로젝트로 만들어낸 곳이다. 실내인데도 자연을 무대로 한 영화 세트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대자연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걸음마다 ‘우와!’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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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항지에서 복귀할 때 마주한 크루즈는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처럼 반가웠다.

Great, 크루즈에서 살고 싶다
바다 전망이 좋은 호텔에서 하루를 보냈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하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일 수밖에. 한국에 남겨진 가족과 지인들에겐 미안했지만, 창문을 열어두고 잠들 수 있는 날씨에 감사했다.

처음 오르는 크루즈, 어느 때보다 긴장되고 설렜다.

드디어 크루즈. 비행기나 여객선, 유람선 등을 얘기하라고 하면 아는 척 좀 할 텐데. 크루즈는 처음이다. 여느 여행보다 기대가 큰 건 당연했다. 크루즈 선착장으로 향하는 길이 길게 느껴졌다. 오랜만의 설렘이었다.

전 세계 바다를 오가는 크루즈도 여러 회사가 있다. 이번에 경험한 프린세스 크루즈는 18척의 대형 선박을 가지고 있는 큰 회사였다. 사실 처음이기 때문에 얼마나 큰지, 어떤 배가 큰지도 몰랐지만,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크루즈에 승객 약 2,700명과 승무원 1,100명이 탄다는 말을 듣고 놀랄 노자를 외쳤다. 나중에 알았는데 길이가 291m에 높이가 63m라고 한다. 길이는 63빌딩을 눕힌 것보다 길고, 높이는 건물 17층보다 높다고.

크루즈 대부분의 식당은 무료지만 수준은 최고다.
일등 요리사가 직접 요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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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좋은 날, 방 발코니에서 무료 룸서비스를 즐기는 것도 크루즈의 낭만이다.

비행기를 탈 때처럼 심사하고 항공권 대신 내 신상 기록이 적힌 카드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한 명씩 얼굴을 촬영한다. 이 카드는 배 안에서 신용카드의 역할과 함께 방 열쇠 역할도 한다. 기항지에서 내리고 탈 땐 여권 역할도 한다.

크루즈는 생각보다 컸다. 입구에 들어서니 대형 호텔에 들어온 느낌이다. 엘리베이터들이 보이고 복도를 따라 명품 쇼핑몰이 있었다. 배가 아니라 일반 건물에 들어온 착각이 들었다. 정말 좋은 건 몇 군데 레스토랑과 쇼핑을 제외하면 배에서 먹고 즐기는 것 모두가 무료라는 것이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이 많아 방심하다가 보면 몇 킬로그램 불려서 나가는 건 예삿일이라고 한다.

첫날 저녁 대극장에서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 공연을 봤다. 어지간한 공연장보다 큰 극장에 앉아서 흥겨운 음악과 함께 서양인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냥 외국 어느 나라에 와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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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에서 본 춤과 노래는 마치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한 편을 보는 기분이었다.

크루즈가 신기한 건 밖에 바람이 불고 비가 내려도 배가 출발했는지, 빠르게 달리고 있는지, 멈췄는지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도 출발 시각이 지나고서 ‘어! 왜 아직 출발을 안 하지?’하며 창밖을 봤는데 이미 배는 항구를 벗어나 빠르게 바다를 가르고 있었다. 타이타닉으로 학습된 큰 배의 공포증은 기우였다. 일정 내내 배가 움직이는 걸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스스로 방향감각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크루즈 마지막 날까지 어디가 어딘지 100%는 파악하지 못했다. 이틀째부턴 포기하고 내가 묵었던 방 근처 수영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피자와 음료를 가져와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기도 했다. 배에는 나이트클럽이나 도서관, 카지노, 피트니스센터, 스파, 갤러리, 미용실까지 사실 없는 게 없었다.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 이곳을 하나의 휴양지라고 생각하니 그저 좋았다. 타보기 전까지 몰랐던 필요.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과 오롯하게 쉬면서 여행하고 싶을 때 난 다시 크루즈를 찾겠다고 다짐했다. 어느 여행지를 떠나올 때보다 크루즈에서 하선할 때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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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즈 마지막 날엔 홀에서 굿바이 세리머니로 벌룬 파티를 한다. 아쉽고 흥겹다.

Culture, 동남아 문화·역사 백화점
크루즈가 매력적인 건 휴양지인 배에서 모든 걸 즐기며 다른 목적지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굳이 기항지를 돌아보고 싶지 않으면 내리지 않아도 된다. 내릴 때도 예약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갑자기 말레이시아가 궁금해졌다면 내리면 된다. 여권도 비자도 필요 없다. 그냥 승선할 때 받은 카드만 찍고 내리면 끝이다.

조지타운에는 교회와 성당, 절과 힌두교 사원, 이슬람 사원 등이 모여 있다.

이번 여정에선 페낭과 랑카위에서 내렸다. 유후! 동남아시아에서도 손에 꼽는 관광지와 휴양지다. 페낭은 말레이시아 땅이지만 역사를 이어오며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거쳐 간 곳이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이 가장 많지만, 인도와 중동에서 온 사람도 많다.

페라나칸 맨션은 중국 무협 영화에서 봤던 청나라의 부유한 사람이 사는 집 같다.

이곳의 화려했던 과거는 페라나칸 맨션을 찾으면 알 수 있다. 과거 이곳에 정착한 중국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중국 무협 영화에서 봤던 청나라의 부유한 사람이 사는 집과 닮았다. 집 곳곳에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손때가 그대로 묻어있다. 유럽의 문화가 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정말 100여 년을 훌쩍 건너온 느낌이다.

고층 빌딩인 콤타르 쇼핑센터도 있다. 123층 높이로 전망대 역할도 톡톡히 한다. 하지만 페낭을 찾는 사람이라면 조지타운이 핵심이다. 페낭의 박물관이라고 할까. 페낭에서 보고, 듣고 즐길 것은 이곳에 다 있다.

먼저 페낭에 남아있는 종교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교회와 성당, 절과 힌두교 사원, 이슬람 사원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종교의 건물들은 어지간하면 전부 볼 수 있을 정도다. 문화와 종교가 공존하듯 인종도 다양하다. 나중에 차분히 몇 날 며칠을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지타운 벽화 거리에서는 다양한 포즈로 기념사진 찍는 사람을 볼 수 있다.
어니스트 자카르빅이 벽화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린 ‘자전거를 탄 아이들’이 가장 유명하다.

페낭은 사진 찍는 사람에게도 명소인데, 바로 벽화 때문이다. 리투아니아 작가 어니스트 자카르빅(Ernest Zacharebic)이 조지타운 벽화사업을 시작하면서 ‘자전거를 탄 아이들’을 포함해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세계의 여러 작가가 페낭으로 날아와 작품 그리기에 동참했다. 아직 타운 곳곳에 많은 작품이 그려지고 사라진다. 벽화를 찾아다니며 기념사진 찍는 것도 재미다.

다음 기항지 랑카위는 같은 말레이시아지만 문화보단 자연이 으뜸이다. 99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라고 한다. 간조에만 볼 수 있는 섬까지 합치면 104개나 된다. 페낭과 가까우면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가 많아 말레이시아에 오면 두 섬을 묶어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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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에는 길게 이어진 출렁다리와 그 위에 또 다른 전망대로 나뉜다.

이곳 명소는 오리엔탈 빌리지에서 시작한다. 해발 950m, 맷 신캉(Mat Cincang)산 최고봉에 위치한 전망대다. 산 아래에서부터 2.2km 길게 이어진 케이블카를 타고 오른다. 마치 새가 되어 하늘을 나는 착각에 들게 한다. 비행기보다 아찔한 건 당연, 느릿한 속도가 산세를 조망하기에 더없이 좋다.

전망대에는 길게 이어진 출렁다리와 그 위에 또 다른 전망대로 나뉜다. 케이블카의 마지막 지점에선 설악산 권금성을 오를 때 느꼈던 기분이 들었다. 전혀 다른 곳 랑카위에서 하나의 케이블로 다른 여러 장소의 느낌이 들다니, 신기하다. 전망은 아름다웠다. 수목의 종이 다를 텐데, 우리나라 산에 올랐을 때와 기분이 비슷하다. 사람은 역시 자연에서 태어난 터라 자연에 속해 있을 때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다. 여정 중 가장 마음이 놓였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고 눈으로 사방을 익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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