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상상하던 자전거 여행
우리가 상상하던 자전거 여행
  • 박신영 기자 | 사진제공 산바다스포츠
  • 승인 2018.02.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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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트렌드 진단… 경쟁에서 여행으로 변화하다

주말마다 인천 아라뱃길엔 이색풍경이 펼쳐진다. 같은 옷을 입고 대열 맞춰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자전거에 패니어를 주렁주렁 매단 가족, 텐트를 치고 자전거를 세워둔 젊은이들이 보인다. 자전거 인구가 이렇게 많았던가. 어느새 1300만이 된 자전거족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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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에게 첫 자전거는 경품이었다. 걷기대회 이벤트에서 번호가 불리는 순간 선물로 받는 자전거를 평생 타겠다고 다짐했다. 아담한 사이즈의 나무 바구니가 달린 공짜 자전거는 5년을 함께한 후 이별했다. 10년도 더 된 일이다. 그때는 두툼한 바퀴에 바구니를 다는 것이 최신 유행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각자의 개성이 묻어나는 옷을 입고 산으로 들로 떠나는 자전거 여행이 트렌드다. 에디터가 나이를 먹은 것만큼 자전거 트렌드도 변화를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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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가 가는 곳
2000년대 초반, 한국의 자전거 시장은 MTB가 중심이었다. 라이더들은 거친 산을 달리고 꼬불꼬불한 임도를 달렸다. MTB 붐은 한동안 계속됐다. 자전거 전문매장에서도 로드바이크를 전혀 다루지 않았을 정도다. 하지만 트렌드는 변한다. 2010년을 지나면서 자전거 트렌드는 로드바이크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가는 바퀴와 가벼운 무게로 빠른 속도를 내는 로드바이크는 그렇게 젊은층을 사로잡았다. 몸에 착 달라붙는 쫄쫄이 옷, 날렵한 헬멧, 고글을 착용하면 선수 못지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로드바이크를 끌고 한강으로 나간 사람들은 사이클 클럽을 결성하고 단체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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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바이크의 인기에 발맞춰 경쟁적인 MCT 리그(대한자전거연맹에서 주최하는 공식 동호인 도로 사이클링 대회)가 개최됐다. 라이더들은 상위 50위 안에 들기 위해 프로 선수처럼 훈련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육체적 한계를 느꼈다. 경쟁에 지친 라이더들은 새로운 탈출구가 필요했고, 대안으로 장거리 비경쟁 라이딩 대회 ‘그란폰도’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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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김훈호

산봉우리 3~4개를 포함한 160km를 6~8시간 달리는 그란폰도는 경쟁보다 완주를 목표로 삼는 이벤트다. 라이딩하며 마주치는 멋진 풍경에서 자전거의 본질적 재미를 발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란폰도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기록 시상을 시작했고, 라이더는 또다시 경쟁을 벌여야 했다. 훈련에 지쳐 찾은 탈출구가 다시 경쟁이 된 셈이다. 지친 라이더들은 조금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라이딩으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경쟁적인 라이딩’ 문화에서 벗어나 맛집 라이딩, 카페 투어, 시티 라이딩 등 자전거를 타고 일상을 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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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에선 자출족(자전거출퇴근족)이 성장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자출족은 2005년 약 20만명에서 2015년 약 28만명으로 늘어났다. 10년 새 30% 이상 증가한 자출족은 SNS에 멋진 일상을 공유하며 더 많은 자출족을 양성했다. 자전거로 출퇴근이 어려운 사람들은 서울시 공공 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이용한다. 도심에서 단거리를 이용하기에 안성맞춤인 따릉이는 출근 시간이면 불티나게 팔린다. 서울에 이어 인천 등 수도권 지역에서는 사설 자전거 서비스 업체가 스마트 공유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시작해 빠르게 확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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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자전거의 발전과 자출족의 증가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자동차 배기가스 감소, 에너지 절약을 내세우며 자전거 활성화를 위해 코스를 개발했다. 전국에 12개의 국토 종주 자전거 길과 지자체 명품 자전거 11개 구간을 닦아 자전거가 달리기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또 길목마다 센터를 세워 스탬프를 채운 사람들에게 메달을 주거나 인증서를 발급했다. 환경친화적일뿐더러 건강에도 좋은, 심지어 정부에게도 환영받는 자전거가 일상으로 확대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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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노마드
자전거 문화를 되짚다 보니 자연스레 아웃도어 문화가 겹쳐진다. 1977년 고(故) 고상돈 산악인이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오른 후, 등산 열풍이 불었다. 대학 산악동아리와 일반인 산악회가 우후죽순 생겼고, 너도 나도 더 높은 산의 초등자가 되기 위해 경쟁했다. 동네 뒷산은 물론이고 명산이라면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기 일쑤였다. 등산 트렌드와 맞물려 패션업계에도 아웃도어 열풍이 불었다. 너도 나도 등산복을 입었고 심지어 학생들조차 값비싼 아웃도어 의류를 걸쳤다. 해외에서는 ‘한국인 구별법’이라며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차려입은 단체 여행객 사진을 게재하기도 했다. 부모님 선물로 아웃도어 제품이 최고이던 시절이다. 하지만 호시절도 한철, 몇 년 전부터 아웃도어 업계가 주춤하다. 자전거와 마찬가지로 ‘경쟁적인 아웃도어’ 문화가 쇠퇴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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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젊은 세대에서 시작됐다. 그들은 값비싼 가격과 획일화된 등산복에 피로를 느껴 일상복을 입고 특별한 장비 없이 산에 올랐다. 정상에 반드시 올라야 한다는 생각도 점차 사라졌다. 둘레길을 여유롭게 걷거나 자연휴양림을 느긋하게 탐방한다.하이킹 문화가 다각화되면서 혼자 산행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솔로 하이킹’, ‘나 홀로 산행’ 이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혼자 등산하기 좋은 코스’, ‘나 홀로 산행 필수품’이 인기 콘텐츠로 떠올랐다. SNS의 팔로워들은 멋지게 차려입고 홀로 등산하는 사진에 열광했고, 덩달아 산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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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김훈호

동시에 캠핑도 변화의 물결에 동참했다. 편안하고 감성을 자극하는 캠핑 문화가 발아하면서 인스타그램에는 예쁘고 아기자기한 감성캠핑 문화가 꽃폈다. 결정적으로 친환경을 추구하는 BPL(Backpacking Light, 초경량 캠핑)과 LNT(Leave No Trace,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 운동)가 등장하며 캠핑과 등산 문화에 영향을 미쳤다. 그들은 종주나 무박 산행보다 경치 좋은 산을 찾고 자연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여유를 만끽했다. 트렌드가 변화하자 아웃도어 의류도 달라졌다. 누가 봐도 ‘등산복’ 같은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기능성을 입은 캐주얼룩이 새롭게 떠올랐다. 트렌드는 전문가처럼 경쟁하는 아웃도어에서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웃도어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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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아웃도어를 훔치다
경쟁을 벗어난 두 문화는 결국 조우했다. 자전거족은 여행을 만났고 아웃도어 마니아는 자전거를 만났다. 대표적인 예가 ‘브롬핑(브롬톤+캠핑)’이다. 도심 곳곳을 누비는 미니벨로 브롬톤은 힙한 감성을 앞세워 젊은층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에 패니어를 달 수 있는 길쭉한 프레임, 개성 넘치는 튜닝을 허락하는 브롬톤은 20~30대의 선택을 받았다. 브롬핑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여행의 한 카테고리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패니어를 주렁주렁 단 브롬톤 사진이 SNS에서 인기 피드가 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자전거캠핑도 인기다. 일명 ‘자캠’이라 불리며 오토캠핑과 백패킹 중간을 찾는 사람이 즐긴다. 오토캠핑처럼 구색을 갖추긴 어렵지만 라이딩과 캠핑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만끽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들은 짐이 많을 땐 카고 트레일러를 달았다. 속도가 좀 느려지더라도 개의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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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라이더들은 자전거 여행의 범위를 확장했다. 미대륙 자전거 여행, 자전거로 유럽 횡단하기 등 본인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SNS에 공유했다. ‘한국을 알리겠다’, ‘나와의 싸움을 해보겠다’, ‘자전거를 타며 기부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 ‘멋진 풍경을 보겠다’며 자전거로 세계 곳곳을 탐험했다. 자전거와 바람을 막아줄 텐트, 침낭을 챙겨 훌쩍 여행을 떠났다.

그들의 머릿속에 더이상 경쟁은 없다. 가까운 곳에서도 자전거 여행을 즐긴다. 도심 캠핑장이나 한강변에 텐트를 치고 자전거로 주변을 돌아보거나, 전철과 철도에 자전거를 싣고 양평역에서 내려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자동차가 있으면 캐리어에 자전거를 달거나 트렁크에 싣고 목적지에 도착한 후 주변을 돌아 본다. 그곳이 산이든 바다든 한쪽에 텐트를 치고 자전거를 세워 놓으면 멋진 자전거 여행이 완성된다.

캐논데일 히치 바이커 프로젝트
새로운 세상을 자전거와 함께하고자 하는 당신을 캐논데일이 지원합니다.

응모 기간 및 방법
2018년 3월 12일(월) ~ 2018년 3월 28일(수) / 총 17일간
*지원 양식에 맞추어 지원서 제출
*여행 계획서 제출 필수

참가 대상
새로운 세상을 자전거와 함께하고자 하는 누구나
1인팀 최대 2명, 2인팀 최대 2팀 선발 예정(최대 6명)

지원 내역
여행 기간동안, 캐논데일 시냅스 카본 디스크 SE ULT(SGY) 대여 (소비자가격: 412만원)
크랭크브라더스 안장 가방 지급

*활동 우수 히치바이커로 선정되면, 시냅스 카본 디스크 SE ULT(SGY)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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