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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에서 살다
바이칼 호수에서 살다
  • 글 사진 최기순 기자
  • 승인 2018.02.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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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순 감독과 떠나는 러시아 여행

유라시아 대륙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 러시아 동시베리아 남부에 있는 바이칼 호수는 면적 3만1500㎢, 수심 1742m, 둘레 2200km에 이르는 초승달 모양의 호수로 1800여 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러시아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바이칼의 겨울은 12월부터 5월 초순까지는 결빙 상태로 온도와 기후, 바람의 영향에 따라서 얼음 조각이 초현실적 작품을 연출한다.

2000년 시베리아 횡단길이 완성되면서 언제든지 자동차로 시베리아를 건너는 게 가능해졌다. 전에는 겨울이 되길 기다렸다가 호수가 얼면 그 위를 자동차로 달리거나, 여름에 배로 바이칼 호수 일부 구간을 건너 시베리아를 횡단할 수 있었다.

몇 해 전 겨울, 자동차 한 대를 구입해서 가족들과 시베리아 횡단 여행을 했다. 두만강 근처 슬라비앙카 마을을 출발점으로 잡았다. 하루에 700km씩 달리는 여정이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우수리스크, 스파스크를 거쳐 다음날 하바롭스크 얼음 도시에 도착했다. 도시에서 식량과 물품을 구입하고 아무르강을 건너 자작나무 숲을 달렸다. 4일 만에 바이칼 호수 관문인 울란우데 도시에 도착했고, 동부의 바이칼 호수를 보기 위해 우스트 바르구진의 작은 마을로 방향을 잡았다.

그곳에서 러시아 친구 세르게이의 안내를 받았다. 호수 동쪽 중부는 원주민들만 살고 있고 여행객들이 전혀 없는 조용한 산간 마을이다. 그리고 호수 주변엔 원주민들이 치료 목적으로 만들어놓은 작은 온천이 있었다. 겨우 어른 세 명이 들어갈 수 있는 크기지만 지친 몸과 마음을 녹이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우리 가족은 오랜 시간을 달려온 피로를 온천에서 풀었다. 아이들도 물을 보자 신이 났다. 나도 아이들 틈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았다. 머리카락은 수증기와 차가운 기온이 만나 백발 할아버지처럼 변해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호수 주변이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직 채 둥글지 않은 달이 호수 주변의 산맥 사이를 삐져나오고 있었다. 6살 난 아들 로마와 5살 난 딸 안젤라와 함께 얼음 위에 텐트를 설치하고 호수 한쪽에 구멍을 내 물을 떠서 저녁을 준비했다.

밤인데도 달이 밝아서 호수 주변이 잘 보였다. 호수 주변에는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데 낮에는 동물을 보기 쉽지 않아서 주로 밤에 동물들을 관찰해야 했다. 아들과 늑대가 잘 나타나는 곳으로 이동해서 늑대를 기다렸다. 2시간이 지났을 때쯤 3마리의 늑대가 나타났다. 늑대들은 낮에 낚시꾼들이 잡은 생선 냄새를 맡고 온 듯했다. 처음 보는 늑대 모습에 아들의 눈이 달빛처럼 빛났다. 호수 낚시터에 생선이 없는지 늑대들은 10분 정도 머물다 호수 저편으로 사라졌다.

우리 가족은 두만강을 출발한 지 25여 일 만에 모스크바를 거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횡단을 종료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바이칼 호수를 잊을 수 없었다. 바이칼이 눈에 어른거렸다. 나는 가족들을 다시 설득해서 동북쪽 호수가 잘 보이는 우스트바르구진스크 마을에서 6개월 동안 살기로 했다. 바이칼 호수에서 살아 보고 싶었다. 바이칼호수는 여러 방향에서 계절별로 보면 다른 느낌이다. 해빙을 보고 싶었고 바이칼 호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최소 6개월 이상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호수 주변의 생태를 관찰하고 얼음 위를 차로 달리고 원주민들과 호수 주변에서 샤슬릭과 바이칼에서 유명한 오물(연어과 생선)을 구워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사진 작업은 호수에서 새벽 시간과 태양이 숨어버린 늦저녁에 했다. 5월 중순부터는 호수에 얼음덩어리가 떠다니며 해빙을 시작한다. 나는 바이칼을 매일 같이 바라보다 진달래, 할미꽃 등 봄꽃 향기가 풍기는 5월 말이 돼서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떠나기 전에는 동북쪽 호수를 관찰하기 위해 작은 배 한 대를 빌려서 2박 3일 여정으로 탐사를 시작했다. 호수의 중앙 얼음 조각 사이로 배가 지날 때 가슴이 찌릿한 느낌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여행 코스

1코스 _ 리스트비얀카 (2001년 겨울, 2015년 여름 탐사)
이르쿠츠크 지역에서 앙가라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만날 수 있는 리스트비얀카 지역은 사람들에게 잘 알진 관광지다. 그곳에서 작은 유람선으로 갈아타고 가면 호수 근처의 작은 마을이 있는데 마을 자체가 박물관이다. 마을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관광열차가 있다. 열차를 타면 호수의 반을 본 거나 다름없다.

2코스 _ 알혼섬 (2001년 겨울, 2015년 여름 탐사)
이르쿠츠크에서 자동차로 300km 정도 (차량으로 5시간) 이동하면 작은 선착장이 나온다. 이곳에서 차를 배에다 싣고 알혼섬에서 마을로 이동하면 초원이 가득한 야생 들판이 펼쳐진다. 호수 근처에 텐트를 치고 마을 원주민들에게 오물 생선을 구입해서 장작을 피우고 생선을 구웠다. 이르쿠츠크에서 차량을 렌트해서 사람들이 다니지 않은 곳을 다니다 맘에 드는 호수 근처에서 텐트를 치면 좋다. 차량으로 달리다 보면 길가에서 물건을 파는 원주민들을 만날 수 있는데 잘 흥정해서 구입하는 즐거움이 있다.

3코스 _ 슬류단카 (2014년 탐사)
바이칼호수 남부에 있는 슬류단카 마을. 호수 주변에 많은 마을이 있는데 도시와 접근성이 좋고 어부 마을이 많아 경제성도 좋은 편이다. 관광지보다는 호수에서 150km 정도 몽골 국경 방향으로 가면 야르샨 지역에 국립공원이 나온다. 이곳은 온천지역인데 숙박시설을 잘 갖춘 뷰랴트 원주민 마을이다. 마을 주변에는 큰 산으로 둘러싸여 힘이 넘쳐 보인다.

4코스 _ 우스트 바르구진스크 (2001년 탐사)
우스트 바르구진스크는 울란우데 브랴트 자치공화국이다. 도시에서 차량으로 300km를 바이칼호수를 끼고 올라가면 우스트 바르구진스크 마을이 나오는데 이곳은 산림지역으로 많은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주로 불곰과 흑곰, 붉은여우, 스라소니, 물범, 등 많은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 바이칼호수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한다.

5코스 _ 북부 바이칼 (2013년 탐사)
시베리아 횡단 열차 중간지점 타이쉣역에서 2박 3일을 열차로 이동해야 갈 수 있는 세베로바이칼스크는 바이칼호수 북부지역이다. 열차는 이곳에서 동쪽 바다까지 연결돼 있으며 밤 열차 또는 러시아 경제 열차라고도 부른다. 주로 화물 운송으로 철도를 만들었으며 가스, 원유나 목재를 운송한다. 8월 말에 바이칼호수 북부인 이곳에 도착했는데 호숫물은 여전히 차가웠다. 사랑하는 여인의 눈동자처럼 호수는 맑고 깨끗했다. 옷을 물에 벗어던지고 몸을 담갔다. 시원하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는 느낌이었다. 오랫동안 묵혔던 가슴속 때를 작은 생명들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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