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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안나푸르나, 그리운 히말라야!
그리운 안나푸르나, 그리운 히말라야!
  • 글 사진 정지화
  • 승인 2018.02.13 1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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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차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17일간의 여정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폴 부르제’
필자가 생각했던 삶이란 생각하는 대로 행동으로 사는 삶이다, 누구나 그러하듯 제14차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를 지원한 사람이라면 지원하는데 이런저런 고민이 없었을 리 없다. 그러나 그 상황을 현실로 이루는 데는 오직 마음 하나면 충분했다.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그곳이 그리운 사람들은 이른 기대감으로 두 차례의 사전모임을 통해 충주에서 모였다. 그곳엔 벌써 ‘청소년들과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도전’이란 주제로 14년째 탐사대를 꾸리고 계신 김영식 선생이 있고, 올해도 학생 32명과 성인 15명이 히말라야 오직학교 탐사대에 출사표를 던졌다.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는 트레킹을 통한 도전과 히말라야 오지학교 봉사활동, 그리고 문화체험을 목적으로 늘 1월이면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이고 경쟁사회의 희생양인 성인에게는 피난처 같은 곳이다. 모인 사람의 목적은 달랐으나 우리가 가는 곳은 하나, 눈부시게 하얀, 그래서 서슬 퍼런 안나푸르나 그곳이다.

#먼지 날리던 길, 비레탄티에서
2018년 1월 7일 방콕을 경유한 비행을 통해 만 하루 만에 카트칸두에 도착, 다음날 경비행기에 몸을 실어 포카라로 날아간 47명의 대원들은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버스로 달려 나야폴까지 이동한다. 한국의 70년대를 살아본 적은 없지만 익숙하게 들었던 그 옛날의 어디쯤에 우린 서있는 듯했다. ‘여기가 어딘가?’를 계속 질문하는 사이 우리는 먼지가 폴폴 날리는 길을 걷고 있었다. 비레탄티에서 디케퉁가로 가는 길이었다. 예전의 트레킹 코스는 사라졌고, 문명의 길이 들어서 이제까지의 ‘걷고 싶던 길’이 인간의 욕심으로 바뀌는 상황이었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그 길이 아쉽고 추억의 길이 되겠으나, 현지인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길이 될 터였다. 신이 공평하다면 적당한 타협을 내어주겠지. 누구하나 서운하지 않게 길이 열리길 염원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디뎌 나갔다.

#별빛 쏟아지던 디케퉁가(1540m)-뾰족한 바위에서의 밤
여기는 디케퉁가.
깜깜한 밤하늘에 쏟아질 듯 별빛보다
히말라야 신성한 기운보다
나는 지금 그대가 그립다.

눈을 들어 올려다 본 하늘에 한국에 두고 온 사람들이 빛나고 있었다. 모든 이의 가슴 가슴마다 별 하나쯤 간직하고 싶은 밤이었다. 롯지에서 첫날을 맞이한 대원들은 한국의 야경에 볼 수 없던 별 천지를 보았다. 새록새록 꿈이 자라는 밤이었다. 잠들기 어려운 밤이었다. 너도 나도 감탄을 자아냈고, 쉬 잠들지 못하는 밤은 깊어갔다.

#가도 가도 끝없이 펼쳐진 길, 길 끝에 다다라서야 마음을 비운다.
디케퉁가에서 층층 계단을 쉼 없이 오르면 울레리. 오르는 계단 아래로 굽이굽이 다랭이 논밭이 시선을 마주한다. 터전을 지키기 위해 산을 평지로 바꿔야했고, 그 길이 자신의 소명이라 믿으며 사는 순수한 영혼들의 울림이 메아리쳐왔다. 고통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면서 나보다 남을 위해 사는 산 사람들의 맑은 마음이 전율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내가 걷는 것은 고행이자, 수행이었다. 우리가 걷는 것은 그들의 역사를 걷는 것이었다.

트레킹 둘째 날의 도착지 고라파니(2860m, 말이 물 먹는 곳이라는 뜻)에서 다음날 아침 새벽산행을 오른 14차 탐사대 대원들! 매일 밤마다 별천지는 덤으로 선물 받은 대원들이 마당에 모였다. 새벽 4시 30분, 푼힐(3193m)로 오르는 길이 별빛과 같이 빛났다. 헉헉대는 숨소리와 서걱서걱 바람소리만이 달빛 아래 우리를 대면한다. 낮은 계단을 수 없이, 1시간 30분 정도 오르니 산봉우리로 솟아오르는 일출이 장관이다. 병풍처럼 놓인-다울라기리, 닐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히운출리, 마차푸차레-안나푸르나의 산맥들 맞은편으로 솟아오르던 새빨간 햇덩이. 곁에 있는 사람들과 뜨거운 허그를, 박수를, 온기를 전한다.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이며 인생의 가장 소중한 사람은 바로 내 옆에 있는 사람이다.”

푼힐에서 내려와 다시 타다파니(2630m, 물이 멀다 라는 뜻)로 이동하여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물이 멀다는 뜻의 타다파니에 도착했다. 청소년 대원들 중 2명은 고산병 증세로 말을 타야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타다파니 롯지에서의 일몰은 오늘 걸었던 힘겨운 시간을 보상하듯 일출만큼 눈부셨고, 널찍한 마당은 우리의 텐트를 반겨주었다. 청소년들은 식을 줄 모르는 열정으로 오지학교에서 선보일 안무연습으로 아름다운 추억을 쌓았다.

다음 날은 이름만으로도 정감이 가는 촘롱(2170m)을 지나 계단을 내리고 오르며 촘롱을 마주했던 시누와(2360m)로, 시누와를 지나 데우랄리(3230m)로, 숨차고 마음도 차오르는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로. 길고 긴 여정을 걸었다. 고지를 앞에 두고 도반에서 멈춘 5명 청소년대원들의 마음을 위로하며 명찰을 받아 쥐고 오르는 다른 대원들. 이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다독일 줄 아는 사이가 되었다. 산이 우리를 품에 안 듯, 우리도 사람을 안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종착지, 안나푸르나 베이스 캠프(4130m). 2018년 1월 15일 월요일 새벽 4시 30분 기상으로 우리는 새벽산행을 거행한다. 깜깜한 밤하늘 빛나는 별빛보다 가는 길이 더 빛나던 날이었다. 청소년대원들이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고쳐먹어야 했던 날이었고, 지금까지의 걸음걸음을 되새겨야 했던 날이었다. 매섭고 추운 바람은, 손끝을 두 눈을 시리게 하였으나, 가슴엔 뜨거운 열정과 꿈으로 푸르렀던 날이다.

#오지학교 방문, ‘우리는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해야 한다’
하산 후 방문한 바라부리 학교와 바니빌라스 학교. 작은 교실 몇 칸과 교구가 전부였던 학교, 현재 한국의 교실과는 이색적이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정보보다 사람을, 지식보다 우정을 더 많이 배울 듯했다. 바라부리 마을의 아이들이 자신의 잠자리를 내어주었고, 바니빌라스 학생들은 추울 법한 전통의상을 입고 여러 날을 준비했을 민속공연으로 무대에 섰다. 학교 벽화그리기와 과학 수업, 환영식을 통해 물고기를 잡아주는 대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준비한 희망염소 5마리와 일대일 선물 등이 증정되었다. 아이들의 환영에 벅차오른 대원들이 공항과 산행 중 틈틈이 연습한 힘찬 퍼포먼스와 아리랑으로 화답했다. 전부를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서로가 웃었고, 눈을 반짝였으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겨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우리는 행복하다, 그리고 행복해야 한다. 이곳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궁무진 했다.

#길 끝에 다다른 우리, 새로운 삶을 마주하자.
우리는 늘 무엇인가를 갈구하며 산다. 그것이 누구에게는 돈으로, 누구는 학력으로, 누구는 타인의 시선으로 나타난다. 우리가 갈구해야 하는 것이 사람인지, 사람이 아닌지 알 수 없지만, 히말라야 안나푸르나는 묵묵히 그 자리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안았다.

그리고 우리는 안나푸르나의 품에 안겨 실상, 우리가 얼마나 거만했었는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확인했다. 순리에 따르는 삶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일상으로의 삶을 맞이하는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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