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늦가을, 멋있는 늦가을
맛있는 늦가을, 멋있는 늦가을
  • 글·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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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STIVAL

▲ 금강하구 들녘을 찾은 철새들의 날개짓이 신비롭다

“우물쭈물 하다 내 이럴 줄 알았지.” 한 번쯤 들어는 봤을 이름,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쇼의 묘비에 새겨진 말이다. 한 평생을 치열하게 살아온 이가 남긴 마지막 말, 괜한 유쾌함 뒤에 가려진 가시 때문일까? 씨익 웃으며 올라간 입고리가 금새 갈 방향을 잃고 스러진다. 그것은 어쩌면 우물쭈물 거리다 벌써 또 2008년 올 한해를 보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보내는 가벼운 경고장은 아닐지. 그렇다고 허둥지둥 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니. 이제 곧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면 모든 것이 긴 휴식에 들어간다.

가을이 깊어가는 계절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단풍이 아닐까. 울긋불긋 제멋대로 물든 단풍들을 보고 있으면 개구질대로 개구진 여섯 살 꼬마아이의 심술같다. 아니아니, 그보다는 연지곤지 찍고 시집가는 첫사랑 누나의 고운 한복자락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년의 눈물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래서 늦가을에는 세상 곳곳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이 피어나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지금부터 늦가을로 이어지는 길 위에 올라보자. 우선 전북 내장산과 전남 피아골에서는 10월 마지막 날부터 11월2일(일)까지 사흘간, 장성 백암산에서는 11월1일(토)부터 2일(일)까지 이틀간 가을의 정점을 알리는 단풍축제가 열린다. 산자락을 온통 붉게 물들인 단풍 감상에 눈호강은 물론 가요제, 국악공연, 민속공연, 그리고 비보이 공연까지 더해진 다양한 행사는 가을의 정취를 한껏 선사한다.

단풍과 쌍벽을 이루는 가을 숨소리, 이번에는 국화다. 어린 국화꽃을 곱게 말려 우려낸 향긋한 국화차만큼 가을과 잘 어울리는 차가 어디 또 있을까? 10월 말부터 오는 11월2일(일)까지 경남 마산 돝섬에서, 11월9일(일)까지는 전북 익산에서, 11월23일(일)까지는 전북 고창에서 국화꽃에 안겨볼 축제가 진행된다. 일정이 조금씩 여유가 있으니 한번쯤 국화향에 취하러 가보는 것은 어떨지. 국화차에 쫄깃한 떡 한 조각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찰떡궁합이다. 더불어 흔히 접하기 어려운 국화술 한잔 맛보며 국화비누를 만들어 볼 체험행사도 준비되어 있다. 특히 고창국화축제에서 진행되는 국화밭 사진콘테스트에는 10~30만원가량의 상금이 걸려 있으니 축제를 찾는 이들은 카메라를 잊지 마시길.

단풍구경에 국화차로 목을 적시니 슬슬 허기가 밀려온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이 살찌는 이 계절. 사실 말만 살 찌는 것이 아니다. 무에 그리 자꾸 생각나는지. 딱히 뭔가 ‘먹고 싶은’것이 아니라 그저 무언가 ‘채우고 싶은’ 이 가을, 괜한 허기를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여기, 늦가을에 맛보면 가장 맛있는 먹을거리를 소개한다. 늦가을, 과연 어떤 맛일까?

한반도 최남단 제주 모슬포항에서는 11월8일(토)부터 16일(일)까지 방어축제가 열린다. 이번 축제에서는 방어뿐 아니라 자리돔, 소라, 마늘, 감자 등의 제주 특산물을 보강해 먹을거리축제의 다양성을 가미했다. 거기에 섬 속의 섬 탐방, 스킨스쿠버 페스티벌, 해산물 채집 등의 체험행사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끈다.

맛의 도시 전주도 빠질 수 없다. 한옥마을과 인근의 음식점에서 11월1일(토)부터 5일(수)까지 펼쳐지는 전주 천년의 맛잔치는 ‘한국의 맛’을 즐기려는 외국인들도 제법 찾는 축제. 그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비빔밥큰잔치, 팔미떡볶이, 가족떡케이크만들기 등의 빅푸드이벤트로 100여 명의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행사다. 너나 할 것 없이 왁자지껄 떠들썩하게 나누어 먹는 음식, 이게 바로 늦가을맛은 아닐지.

전주 천년의 맛 잔치 11.01(토)~11.05(수) 전북 전주시 한옥마을 063-277-2517
순천만 갈대 축제 10.28(화)~11.04(화) 전남 순천시 순천만 생태공원 일대 061-749-3114
민둥산 억새꽃축제 09.27(토)~11.02(일) 강원 정선군 민둥산 일대 033-591-9141
문경 사과축제 10.10(금)~11.02(일) 경북 문경새재도립공원 054-550-8265
마산가고파 국화축제10.24(금)~11.02(일) 경남 마산 돝섬 해상유원지 055-220-3030
주남저수지 철새축제 11.14(금) ~17(월) 경남 창원시 주남저수지 055-212-2753
부산 비엔날레 09.06(토)~11.15(토) 부산 시립미술관, 광안리해수욕장 051-888-6691~9
최남단 모슬포 방어축제 11.08(토) ~16(일) 제주 남제주군 모슬포항 064-794-8032
광주 비엔날레 09.05(금)~11.20(목) 광주 시립미술관, 중외공원 비엔날레관 등지 062-613-3942
세계 무도 축제 10.25(토)~11.03(월) 전남 장흥군, 구례군, 영암군 등 061-286-5324
진도아리랑 축제 11.01(토)~11.03(월) 전남 진도군 일원 061-540-3131
고창국화축제 10.22(수) ~11.23(일) 전북 고창군 고창국화축제장 063-564-9779
내장산 단풍 부부사랑축제 10.31(금)~11.02(일) 전북 정읍시 내장산 일대 063-532-8880
군산세계철새축제 11.19(수) ~23(일) 전북 군산시 금강호 일대 063-453-7123 
익산서동축제 10.30(목)~11.02(일) 전북 익산 중앙체육공원 063-831-0541
천만송이 국화축제 10.30(목)~11.09(일) 전북 익산 중앙체육공원 063-859-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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