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환율이 롤러코스터를 탔다고?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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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NOW

수입 기업은 울고, 수출 기업은 웃고…원자재값 상승으로 미래는 모두 불안정

환율이 오르락내리락 반복하고 있다. 올 초에 900원대 초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10월에는 1500원까지 육박했다. 변동차가 무려 500원이다. 환율이 변동하면 기업들의 표정이 달라진다. 수입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울고,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들은 웃는다. 하지만 환율이 요동치면서 원자재값은 상승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도 위기에 빠졌다.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2007년 하반기에는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2008년 하반기에는 환율이 폭등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폭등과 폭락을 거듭하던 환율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연일 뉴스와 신문에서는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사태가 도래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다. 각국의 수뇌부들이 모여 금융위기에 대한 공조를 다짐한 후 화재가 진압 국면에 접어드는가 싶었는데, 불안한 시장 경제는 여전하다. 마치 세계 경제가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을 만큼 초조한 상태다.

원화는 약세, 달러·유로·엔화는 강세
지난해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해 미국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란 비우량담보대출로 신용도가 낮고 수입이 적은 사람들에게 주택을 담보로 비싼 이자에 대출해주는 제도다. 문제는 집값의 거품이 빠지면서부터 시작됐다.

마구잡이로 대출상품을 만들어 팔던 기업들이 대출금 회수가 되지 않아 휘청거리더니 결국 2008년 9월, 미국 내 4위 규모의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신청을 했다.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월가는 폭격을 맞은 듯 흔들렸다. 다우지수가 폭락하고 리먼브라더스에 투자했던 기업이 흔들리더니 세계적인 보험사 AIG가 파산상태에 이르렀다. 한 기업이 무너지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2차, 3차 기업이 연쇄 부도를 맞은 것이다.

그런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환율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문제는 국내 외화보유 규모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줄도산을 하면서 보유 자금이 부족해지자 투자했던 금액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공급이 줄면 가치가 오르는 것은 당연지사. 외화보유액이 줄자 달러 가격이 치솟았다. 게다가 실물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시장 전반에 확산되고 국제적인 신용평가사 S&P가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주가는 더욱 폭락했다. 원화 가치는 크게 떨어졌고 원달러 대비 환율은 상승했다.

이런 불안한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폭풍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환율이 유동적이면 수출 및 수입 주력 기업들은 희비가 엇갈린다. 수출 주력 기업들은 결제대금을 달러로 받아 환차 대비 이익을 보고, 수입 주력 기업들은 달러로 결제를 하면서 환차에 따른 막대한 손실을 입는다.

아웃도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환율이 오르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하루에도 100원씩 오르내리는 환율 때문에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100원이면 결제 금액 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해요.”

국내 모 아웃도어 수입 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서 손해가 극심하다고 털어놓았다. 올 여름 제품을 수주할 당시만 해도 환율을 950원으로 예상했는데, 서너 달 사이에 300원 이상 환율이 폭등하면서 환차에 따른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달러뿐만 아니라 유로화와 엔화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과 유럽, 일본 브랜드를 수입하는 브랜드들은 최근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수입하는
국내 업체들은 환율이 오르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하루에도 100원씩 오르내리는 환율 때문에 피가 마를 지경입니다.
100원이면 결제 금액 수억 원이 왔다 갔다 해요.”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무턱대고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환율이 진정되기만을 바라는 것이 수입 업체들의 심정이다


불안한 미래 시장, 지금은 그저 관망
아웃도어 업계는 주로 후지급 방식으로 결제를 진행한다. 제품 수령 후 1~6개월 사이에 대금을 결제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때문에 제품을 수주할 때와 결제하는 시기가 짧게는 1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차이가 난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시간차에 따른 환율변동이 기업들의 손익을 결정하는 것.

“올 초까지만 해도 환율을 1000원 미만으로 예상하고 수주를 했습니다. 그런데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할지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수주했던 가격대로 판매하면 마진율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질 지경이에요.”

유럽 유명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는 한 디스트리뷰터는 환율상승에 따른 악순환을 걱정했다. 결과적으로 수입가가 높아지면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 “계속 고환율이 유지된다면 결과적으로 가격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며 전반적인 아웃도어 제품 가격 상승을 우려했다.

하지만 환율이 오른다고 무턱대고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소비심리를 더욱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저 환율이 진정되기만을 바라는 것이 수입 업체들의 심정이다.

물론 고환율에 웃는 기업들도 있다. 수출 주력 기업들이다.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주로 OEM을 많이 하는 기업들이 고환율에 이익을 보고 있다. 신발, 가방, 의류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제품을 제작해 판매한 후 결제대금을 달러로 받으면서 환차에 따른 이익을 보는 것. 수입 기업들과는 정반대의 상황에 수출기업들은 달러 보유고가 늘어나는 중이다. 그러나 관계자들은 고환율이 수출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제품을 만들어야 수출을 할 수가 있죠. 그런데 원자재는 수입해야하는 상황이니 고환율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생산비용이 증가하면 제품가격이 상승하고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쳐 소비가 감소한다. 환율상승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만은 않다는 소리다. 금융, 외환시장의 불안이 길어질수록 기업과 소비자 모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례적인 시장상황에 정부도 두 팔 걷고 나섰다. 외채 1000억 달러 지급을 보증하면서 까지 환율 안정세를 부추기고 있는 것. 게다가 세계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며 공조하고 있고 다행스럽게도 유가도 하락해 환율의 안정세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아웃도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아웃도어 관계자들은 쉽사리 가격을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해답은 없다. 하루 앞의 일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시장 상황을 장기적으로 전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환율의 유동성이 단기적인 상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업체들도 단기적인 환율에 요동하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제품의 가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급격한 변동보다는 점차적인 인상이 효과적일 것이다. 현재 수입 아웃도어 제품들 중 장비의 가격은 소폭 올라갔으나, 의류는 아직까지 기존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굳어진 소비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업체들의 노련한 생존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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