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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뫼’의 은빛 향연, 그 황홀함에 취하여…
‘불뫼’의 은빛 향연, 그 황홀함에 취하여…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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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스포츠웨어>와 함께 하는 우리 강산 걷기 ⑧ 창녕 화왕산

▲ 화왕산 정상 가까이에서 바라본 억새평전. 누구를 그리 애타게 부르는지.

가을에 피는 꽃의 꽃말은 대부분 가을볕처럼 따갑고 아리다. 풍요로움의 상징인 동시에 그 모든 것이 식어버릴 준비를 하는 계절, 곧 다가올 겨울의 적막함을 꽃송이에 심어 둔 것이리라. 그중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코스모스는 ‘순정’, 그리고 샤프란은 ‘나의 가장 좋은 날은 지났다’…. 무르익어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르는 이 가을, ‘으악새’ 손짓에 이끌려 길에 올랐다.


“와아!” 나지막하게 탄성을 터뜨린다. ‘장관이다’라는 말이 어떨 때 쓰는 표현인지 비로소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 주변이 온통 억새밭이다. 가을바람에 살랑, 푸른 하늘에 살랑, 따가운 볕에 또 한 번 살랑. 가을이다.

▲ 제1등산로가 드러내는 본격적인 바윗길의 표정.
억새뿐이던 곳곳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잠시 딴청을 피우면 그새 또 사라진다. 억새에 안긴 사람들은 자신의 키를 훌쩍 넘어서는 억새밭을 잘도 걸어간다. 나보다 키가 크긴 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다. 직접 얼굴을 대어 보지 않아도 보드랍고 따숩다. 먼 길을 달려온 이들을 두 팔 벌려 토닥이듯이 억새가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살랑살랑 더해지는 가을바람도 억새가 반가운지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불의 산, 안겨보니 따뜻하더이다!

▲ “응차!” 잡아주고 끌어주며 오르는 배바위.
지난 3월, 봄바람에 실린 매화향을 맡으며 시작했던 <컬럼비아스포츠웨어(대표 조성래)>의 우리 강산 걷기가 이번 화왕산 억새풀을 마디로 마무리된다. 전국의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고객들과 함께 우리 땅, 우리 강산의 가장 좋은 때를 찾아 나선 길 위에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뒤로 하고.

가을의 절정을 맞으러 떠난 곳은 경남 창녕의 화왕산(757m). 가을볕에 반짝,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억새풀은 그들의 꽃말답게 ‘친절’하게 우리의 ‘퇴장’을 축하했다. 이번 산행을 함께 한 경남의 거제·진주·창원·마산지역 고객들은 그들의 첫 산행이자 우리 강산 걷기의 마지막을 억새풀에 안긴 화왕산성에서 맞이했다.
화왕산은 경상남도 창녕군 창녕읍과 고암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경삼남도 중북부 산악지대에 있으며 낙동강과 밀양강에 감싸여 있다. 옛날에는 활발한 화산활동 덕분에 불뫼로 불리기도 했다고. 해발 757m로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낙동강 하류에 솟아있어 훨씬 높아 보인다.

▲ 억새평전에 닿기 직전 찰칵! 저 멀리 두 젖꼭지봉이 보인다.
정상부에는 5만평이 넘는 광활한 억새밭이 펼쳐져 있다. 억새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밤새 달빛을 머금어 두었다 날이 밝으면 조금씩 뱉어내 이곳을 찾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가을자락을 선물한다. 가을볕만으로는 그렇게 반짝거리는 물결을 일으키지는 못하리라.

정월대보름이면 화왕산 정상 부근에서는 달맞이와 억새 태우기 행사가 열리고 늦가을이면 갈대제가 열린다. 눈치 챘겠지만 축제의 이름은 갈대제이지만 실제로는 억새꽃 잔치다. 갈대제란 이름은 정상 자락의 ‘창녕 조씨’가 성을 얻었다는 연못 근처에 갈대가 자랐다는 이야기 덕분에 붙여졌다고 한다. 40년 가까이 ‘갈대제’라고 불러온 축제이름을 바꾸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어쩐지 어색하다.

여기서 잠깐, 억새와 갈대의 구분 비법. 열매가 하얀 것은 억새, 갈색인 것은 갈대로 보면 대부분 맞다. 거기에 키가 더 크고 꽃차례가 여러 번 갈라지면 갈대, 산에서 자라면 억새라고 보면 된다.

▲ 멋진 풍광에 취해 열심히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 어디를 바라봐도 사진이 된다.

산행 직전 수정된 궤도, 훨씬 좋은 풍광
화왕산 서쪽인 창녕쪽은 완만하며 동쪽은 급경사로 되어있다. 때문에 주로 창녕여중 매표소의 자하곡이나 남쪽 옥천 매표소에서 관룡사를 거쳐 오른다. 관룡사는 원효대사가 화왕산 정상 연못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승천하는 것을 보았다고 해 붙여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봄이면 관룡산에서 화왕산성으로 이어진 길에 진달래가 만발해 이 길을 진달래 능선이라고도 한다.

가장 빠른 산행길은 창녕여자중학교 옆길 동쪽으로 난 포장도로를 따라 자하곡으로 들어가면서 시작되는데, 가파른 환장고개를 넘어 정상으로 오른다. 환장고개라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이 꽤나 가파른 길이다. 대신 가장 짧은 시간에 화왕산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길로 원래 오늘 산행코스였으나 기암절벽의 멋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제1등산로로 발을 딛는다.

화왕산장을 지나 제1등산로 혹은 전망대라고 표시된 팻말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전망대나 제1등산로 모두 같은 길이니 고민하지 말고 원하는 곳으로 걸으면 된다. 배바위를 지나 화왕산성에 올라 억새풀이 연주하는 가을에 취해 화왕산 정상에 오른 후, 도성암을 안은 제3등산로로 내려올 예정이다. 건강한 성인 걸음으로 총 4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 화왕산 정상 부근에서 바라본 억새밭. 어서 오라고, 반갑다고 난리다.
나무에 가린 흙길을 지나, 다소 험한 바윗길이 계속되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오르고 또 오를 뿐이다. 하나의 바위를 넘으면 화왕산은 그때마다 방향을 달리해서 자신을 드러내 주었다.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멋진 풍광이다. 가슴이 탁 트인다. 화왕산장을 지날 때만 해도 머릿속을 떠다니던 ‘억새풀’ 장관은 사라진 지 오래다.

얼마나 걸었을까? 바위 위에 배를 매어두는 고리가 있었다는 배바위에 이른다. 저만치 동문쪽에는 화왕산성이 꿈틀거리는 용처럼 빙 둘러쳐져 있다. 화왕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있던 성으로 임진왜란 때 의병장 곽재우의 분전지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람 키를 훨씬 넘는 은빛 억새가 넘실대는 화왕산성 안에는 막걸리, 맥주, 컵라면 등의 먹을거리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사람들로 북적된다. 우리도 삼삼오오 모여 자리를 편다. 정상자락에서, 그것도 억새에 안겨 맛보는 막걸리 한잔으로 산 아래 현실에 두고 온 근심거리는 훌훌 털어버린다.
▲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억새밭, 화왕산성 줄기에 감싸여 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화왕산 정상에 오른다. 저 멀리 허준과 대장금 등의 드라마 촬영장이 보인다. 억새물결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억새꽃에도 향이 있던가? 반짝반짝 거리는 억새에 취해, 억새곁을 훑는 가을바람에 취해 몽롱한 정신을 깨울 길이 없다.

알싸한 가을을 알알이 느끼며 제3등산로로 하산한다. 도성암을 지나 다시 콘크리트 바닥에 닿을 때까지 가을에 흠뻑 젖은 다리가 무거운 건 왜일까? 가만가만, 아까 그리도 반짝이던 억새풀. 행여 그의 눈물은 아니었을까.

▲ “자, 웃어봐요!” <컬럼비아스포츠웨어> 경남 지역 고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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