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8경 나들이 최고의 베이스캠프
단양8경 나들이 최고의 베이스캠프
  • 이철규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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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 CAMPING | 단양 소선암 오토캠프장

▲ 고즈넉한 저녁 풍경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 가족 캠핑이 지닌 가장 큰 매력이다.

수양개선사박물관~소선암 오토캠프장~냉천~하선암~중선암~상선암~사인암~천동동굴

예전부터 충북 단양은 여덟 곳의 아름다운 명승지가 유명했는데, 최근에는 이중 다섯 곳의 명소가 국가지정 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됐다. 점점 깊어가는 가을, 지난 7월에 문을 연 단양의 소선암 오토캠프장에 자리를 잡고, 신선도 탄복한다는 단양8경과 그 주변의 명소를 둘러보았다.

장비 협찬·스타런, 코베아

다 자란 누런 벼들이 길가를 수놓고 있는 것을 보니 올해도 쌀농사는 풍년인가 보다. 서울에서 단양까지는 300km가 넘는 꽤 먼 거리건만 도심을 벗어났다는 생각과 단양8경에 대한 기대감 덕에 3시간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다.

단양IC를 빠져나와 배를 채우기 위해 읍내의 장다리식당으로 향했다. 허기가 지면 밥이 맛있는 법이다. 늦은 점심인데다 십여 가지 반찬에 보쌈까지 더해지니, 임금의 수라상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장다리식당의 마늘솥밥정식은 우리 가족을 왕족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건강에 좋은 마늘로 만든 튀김에 장아찌, 샐러드까지. 본디 마늘을 싫어하는 아이들까지 밥 한 그릇을 이내 비워버렸다.

▲ 단양8경 중 제7경인 도담삼봉. 가운데 봉우리가 남편 봉우리이며 그보다 좀 작은 북쪽 봉우리가 처봉, 남쪽의 봉우리가 첩봉이다.

해가 지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고 주린 배도 채웠으니 먼저 단양의 명소들을 찾아보기로 했다. 장다리식당에서 나와 소선암 방향으로 달리다 상진대교 직전 ‘수양개선사박물관’이란 이정표를 보고 적성면 애곡리 방향으로 접어들었다. 단양읍에서 수양개선사박물관으로 가기 위해선 몇 차례 긴 터널을 통과해야 한다. 사실 이 터널은 일제강점기에 영동선 기차가 다니던 철길로 워낙 폭이 좁다보니 일방통행만이 가능하다.

수양개선사유적지는 충주댐으로 인해 수몰되는 지역의 지표조사를 할 때 발견된 3만 여점의 선사유물을 모아놓은 곳이다. 단양군은 100억의 예산을 들여 유적지 인근에 선사박물관을 건립했다. 박물관에는 뼈 조각을 조립해 만든 거대한 매머드의 모습과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특히 이곳에서 출토됐다는 슴베찌르개는 날이 몹시 날카롭고 빼족해 지금 사용해도 될 듯하다.

아이들의 역사 공부에 도움 되는 수양개선사박물관

▲ 2005년 문을 연 수양개선사박물관은 수양개선사유적지에서 출토된 3만여 점의 선사유물이 전시돼 있다. 건물 뒤편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재현해 놓았다.
입구의 매머드에 관심이 컸던 아이는 호기심에 이것저것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엄마 그럼 이 사람들은 어디서 자, 맘모스가 공격하면 어떻게 해?” 박물관 건물 뒤편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도 재현해 놓았다. 동물을 잡는 모습과 더불어 돌을 연마하는 모습, 그들이 기거했다는 움막까지 다양하다.

아이들은 놀이터라도 만난 듯 철제로 만든 동물에 올라가기도 하고 선사시대 사람들을 흉내 내 돌칼도 만들어 본다. 어떤 선배는 캠핑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그는 야외에서 잠을 자며 자연을 접하는 점도 좋지만, 그 보다는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눈으로 보고 익히며 때론 직접 체험을 통해 깨닫게 되기에 좋은 추억도 될 것이고 아이의 성장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 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유명한 아동학자가 국내에 왔을 때 많은 청중들 앞에서 제일 먼저 던진 질문이 “훌륭한 부모는 누구인가?”였다. 그는 훌륭한 부모란 ‘좋은 추억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라고 설명했다. 영어학원을 많이 보내는 부모가 아니라 자연 속에서 다양한 체험을 통해 인내력과 창조성을 키우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부모의 몫이라는 것이다.

선사박물관을 빠져나와 소선암 오토캠프장으로 향했다. 최근 오토캠핑 인구가 증가하면서 각 지자체별로 캠프장을 설치하는 곳이 늘기 시작했다. 올 7월에 오픈한 단양의 소선암 오토캠프장도 그중 한 곳이다. 선암계곡 가에 자리한 캠프장은 600평의 규모로 여름이 지났건만 주말을 맞아 야외로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1만1000원의 사용료를 내고 비좁은 텐트들을 헤치고 제일 안쪽에 텐트를 쳤다.

바람에 강한 코베아의 렉타 타프를 치고 타프 뒤편으로 와이드 돔 텐트를 쳤다. 텐트를 치기 전에 바람에 방향이나 일조량 등을 고려해 방향을 잡곤 하지만, 이젠 워낙 캠퍼들이 증가하다보니 여유롭게 자리 잡기가 쉽지 않다.

캠프장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뛰노는 즐거움, 우린 언제부턴가 아이들로부터 이 자유를 빼앗아 버렸다. 그리곤 자신과 닮은 붕어빵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또한 문제가 있을 때마다 ‘다 널 위한 것이란다.’라는 자위로 넘기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자기 자신의 희망을 아이가 풀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닐까? 아이들은 그새 친구를 사귀었는지 또래의 아이들과 편을 나눠 공을 차기 시작했다.

▲ 새벽이 찾아오며 캠프장에 진정한 휴식이 시작됐다. 치열한 경쟁의 시대에서 때론 한 발짝 물러나 재도약을 위한 휴식도 필요하다.

주말 휴식을 통한 새로운 출발, 오토캠핑
가스스토브 위에 밥을 올리고 청국장을 끓였다. 구수한 청국장 냄새가 텐트 주변에 진동한다. 사실 캠핑의 메뉴는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닭고기 등 고기 종류가 주를 이루지만 그 기름기를 녹여 주는 데는 우리의 찌개나 국거리만큼 좋은 것이 없다. 특히 청국장에는 지방의 산화를 방지해 주는 토코페롤이 들어 있으며 심장병을 예방해 주는 분해 효소가 들어 있다고 한다. 이외에 청국장은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의 인체 흡수율을 높여주고 당뇨병까지 예방해 준다고 하니 천연의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 아침을 먹고 온 가족이 모여 가볍게 배드민턴을 쳤다.
청국장과 밑반찬으로 늦은 저녁을 해결하고 화로에 불을 피워 더치 오븐에 등갈비(퐁립)를 구웠다. 누군가 질 좋은 원두커피를 마시는지 은은한 커피향이 캠프장에 진동한다. 아직까지 낙엽 타는 냄새와 커피 향을 잘 구분하지 못하는 나지만 워낙 향이 강해 이내 알아버린 것이다. 화로에 모닥불을 피우고 삼각대에 더치 오븐을 올려놓은 뒤 마시는 커피 한 잔의 여유, 그 여유로움을 즐기기 위해 캠핑을 떠나기도 한다.

▲ 직접 아침 반찬에 도전해 보는 아이들. 아이들에게 캠핑은 늘 색다르고 신기한 것으로 가득 찬 세상인가 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는 회사고 개인이고 간에 치열하게 1주일을 살지 않고는 버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삶의 전부는 아니다. 때론 잠시 뒤로 물러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때문에 캠핑은 이 시대에 가장 필요한 아웃도어가 아닐까 한다. 한 잔의 커피를 마시며 별과 대화할 수 있는 여유, 그 여유로움에 빠져 모닥불 속에 시간을 태우다 찬 이슬에 쫓겨 텐트로 들어갔다.

아침을 먹고 단양8경을 둘러보기 위해 부산하게 짐을 챙겼다. 두 아이는 벌써 자신의 짐을 챙겨 트렁크에 넣기 시작한다. 벌써 아이들도 캠핑이 몸에 익기 시작하는가 보다. 가득 찬 트렁크를 볼 때마다 가끔 차에게 미안한 생각도 든다. 주인을 잘못 만난 탓에 늘 150kg이 넘는 무게를 싣고 달려야 하니 말이다.

캠프장을 빠져나와 하선암으로 가기 위해 산북면으로 이어진 59번 국도를 따라 선암계곡을 끼고 달렸다. 하선암 이정표 맞은편 공터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과 함께 계곡으로 내려섰다. 하얀 암반 위를 흐르는 청정수와 그 아래 펼쳐진 소와 담이 무릉계곡을 연상하게 한다. 아마 선녀가 있었다면 필경 이곳에 몸을 씻었을 것이다. 우리는 신선조차 감탄할 대자연의 창작물에 그저 감탄할 뿐이다. “와 여긴 대단하다”는 사람들의 말처럼 때 묻지 않은 하선암의 풍경은 정말 장관이다.

▲ 선녀가 내려와 목욕이라도 했을 법한 하선암. 거울 같은 맑은 물이 흐르고 물속에 비치는 바위가 무지개 같이 영롱하여 ‘홍암’으로도 불렸다.

이어 중선암으로 차를 몰았다. 중선암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출렁다리를 건너 계곡으로 내려서자 하얀 바위 위에 새겨진 글자들이 눈에 띈다. 명승지를 찾아 온 시인묵객들이 너도나도 글을 새기다보니 인근에 쫙 퍼진 것이다. 사실 중선암을 대표하는 각자는 ‘사군강산 삼선수석(四郡江山 三仙水石)이란 윤헌주의 글씨다. 이중 사군은 제천과 영춘, 청풍, 단양을 말한다.

중선암을 빠져나와 사인암 갈림길에서 상선암으로 향했다. 국도 변에 자리한 상선암은 웅장한 바위와 작은 바위들이 서로 포개져 있는 듯한 모습으로 그 사이로 맑은 물이 흐른다. 다만 도로를 포장하면서 암반 위를 콘크리트로 포장한 것이 영 눈을 찡그리게 만든다. 상선암 다리 위에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다시 차를 돌려 사인암으로 향했다.

▲ 단양8경 중 최고의 명승지로 꼽히는 사인암. 고려 말 우탁 선생이 즐겨 찾던 곳이라고 한다.

단양8경 최고의 명승지, 사인암
단양8경 중 최고의 명승지로 꼽히는 사인암은 고려 말 우탁 선생이 사인 벼슬을 할 때 자주 놀러와 쉬던 곳으로 깊고 푸른 계곡을 끼고 수백 척은 될 듯한 기암절벽이 하늘을 찌를 듯이 치솟아 있다. 특히 바위 위로는 오래된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마치 해금강을 연상하게 한다. 사인암을 휘돌아가는 운계천의 모습은 예전 이곳이 사람이 범접할 수 없었던 선경이었음을 떠올리게 한다. 사인암과 그 옆에 자리한 사찰을 둘러보고, 천동동굴로 방향을 틀었다.

▲ 모두 269점의 광물이 전시돼 있는 광공업전시관. 광장 한쪽에 있는 노래하는 분수대도 볼만하다.
927번 지방도를 타고 대강면으로 나와 5번 국도를 타고가다 상진대교를 건너 522번 지방도를 갈아타고 고수동굴을 지나 소백산 아래 천동리에 닿았다. 이 마을 사람이 발견했다는 천동동굴은 4억5000만 년 전에 생성됐다는 석회암 동굴이다.

길이 470m의 동굴로 규모는 크리 큰 편은 아니지만 매우 정교하고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있다. 매표소에서 한참 오르막길을 올라 동굴로 들어서자 서늘한 기운이 몸을 감싼다. 갑자기 어두운 공간에 들어온 탓에 아이들은 무섭다며 엄마 곁에 찰싹 달라붙었다. 몸을 숙이고 좁은 굴을 통과하기도 하고 때론 천장에서 떨어지는 축축한 물길로 인해 등줄기가 젖기도 한다.

▲ 4억5000만 년 전에 생성된 천동동굴. 규모는 장대하지 않지만 각양각색의 종유석과 석순, 석주가 볼만하다.
하지만 피사의 사탑과 같은 종유석이나 꽃 쟁반이라 불리는 석회암 바위는 일품이었다. 옆에서 흘러나오는 수류현상에 의해 넓게 퍼져 자란 것으로 세계적으로 희귀한 수중 이차 생성물이다. 컴컴한 공간이라 무섭긴 해도 아이들은 모든 게 신비로운가 보다. 사람들은 자연의 만든 창작품에 놀라 동굴을 나올 때까지 한순간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동동굴은 둘러보며 아쉬운 것은 인간의 욕심이다. 제법 멋스러웠을 종유석들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싹둑 잘려나가 버렸다. 또 동굴 탐사구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천동동굴 주차장으로 나와 서울로 차를 몰았다. 온종일 돌아다녀 피곤할 법 하건만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에 대해 종알대기 시작한다. 그것은 자신이 본 것에 대한 나름대로의 설명과 자랑이며 그중 대부분은 동굴에 대한 이야기다.

우린 가끔 남을 위해 내 자신을 희생할 필요가 있다. 그중 제일은 가족을 위해 짧은 시간을 희생하는 것이다. 효도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까지 부모가 기다려 주지 않듯이, 아이들도 평생 나를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행복한 추억이란 그들이 나를 기다려 줄 때에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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