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인3종 아시아 최고기록 보유자 박병훈
철인3종 아시아 최고기록 보유자 박병훈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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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TO PEOPLE Park Byung Hoon


내가 헤엄치고, 페달링 하고, 달리는 이유

발도 디딜 수 없는 짜고 찬 바다에서 3.8km를 헤엄쳐 육지로 나온다. 숨 돌릴 겨를도 없이 사이클 두 바퀴에 온몸을 싣고 180.2km를 달린다. 오르막, 허벅지 근육이 타들어가는 고통과 싸우며 페달링을 계속해야 한다. 그리고 마라톤보다 500m 긴 42.2km를 달린다. 이 모든 것을 17시간 내에 완주해야한다. 대신, 정해진 17시간 내에 완주해내기만 한다면, 일등보다 꼴찌가 더 많은 응원과 박수를 받는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모두에게 결승 테이프를 통과할 동등한 기회를 주는 스포츠, 바로 철인3종 경기다.

“헉헉.”

강원도 횡성 둔내의 산골짜기에 살던 꼬마는 그저 달리는 것이 좋았다. 중·고등학교에서도 꼬마는 달리고 또 달렸다. 어찌나 잘 달렸던지 체육인들이 꿈꾸는 대학에 달리기 하나로 합격했다. 제대 후에는 육상코치도 했다. 그런데 ‘어라!’ 직접 달리는 것보다 가르치는 게 더 재미났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척척 따내는 잘나가는 동기들에 치여 달리기가 슬슬 지루해지던 차였다. 때마침 허리부상까지 겹쳤다. 선생님이 되려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서른 살, 운명처럼 ‘그’와 만난다.

2008년, 철인3종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포드 아이언맨 플로리다 국제대회’에서 사이클과 전체기록에서 아시아 최고기록(08:28:51)을 달성하며 전체 7위를 차지한 박병훈(37) 선수의 얘기다.

▲ ‘2006 아이언맨 재팬’ 결승선을 아들과 함께 통과하는 박병훈 선수.
박병훈 선수는 2003년부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대회 상금을 차지할 수 있는 프로에 도전한 것은 곧 철인을 직업으로 삼겠다는 다짐이었다. 자다가도 경련을 일으킬 정도로 고된 훈련을 견뎌야 했지만 만삭의 몸을 하고서도 운동 후 마사지를 해주는 아내가 있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프로로 첫 출전한 ‘2003 아이언맨 코리아’ 대회에서 사이클 스템이 부러져 170km를 손으로 쥐고 달리는 악조건에서도 3위에 입상한다.

그후 그는 ‘2005 미야코지마’ 2위, ‘2005 아이언맨 재팬’ 2위, ‘2006 미야코지마’ 1위, ‘2007 아이언맨 재팬’ 1위를 차지하며 승승장구한다. 특히 ‘아이언맨 재팬’에서의 2위는 국내 프로 중 처음으로 ‘하와이대회’ 슬롯(출전권)을 획득한 경기이기에 의미가 깊다. ‘하와이대회’는 철인 3종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 선수권 대회로서 전 세계에서 슬롯을 획득한 1천800여 명의 선수들이 우승상금 10만 달러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박병훈 선수는 매년 10월경 진행되는 전국체전과 일정이 겹쳐 ‘하와이대회’ 슬롯을 따내고도 출전하지 못했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실업 생활을 그만둘 수는 없는 상황. 몇몇 대회의 상금으로 해외대회 출전 경비를 충당하던 그는 올해 7월부터 사이클 전문브랜드 <스톡(대표 이계웅)>에서 사이클을 협찬 받고 있다.

달릴 때도, 바퀴를 힘껏 구를 때에도 그의 곁에는 늘 가족이 함께 한다. 가족이 함께 결승선을 넘을 수 있는 철인3종 특유의 ‘가족적’인 분위기 때문이리라. 아내와 두 아이 얘기만 나오면 얼굴의 모든 주름살들이 힘껏 미소짓는 아시아 최고 기록 소유자 철인 박병훈. 오는 12월, ‘서호주대회’를 앞두고 막바지 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는 꿈꾼다. 다시 한번 아이들 손을 잡고 결승 테이프를 넘어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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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언 2011-08-08 09:38:49
ㅎㅁㅇㅋ하ㅡㅓㅗㅇㄹㅇㅎ

유은정 2011-08-08 09:38:21
이바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