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DIC WALKING TOUR | 제주 올레 10코스
▲ 독특한 매력의 퇴적암 해안길을 따라 걷고 있다. |
제주 올레길은 현재 13코스까지 개발됐다. 제주도의 속살을 느낄 수 있는 해안길과 산길, 마을길 등을 연결해 만든 코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성지순례길인 산티아고 길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길이다. 앞으로는 남쪽 해안을 돌아 내륙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보인다고 하니 제주도 구석구석이 올레길로 연결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노르딕워킹협회 투어팀은 지난해 1코스(시흥초교~광치기 해안)를 찾은 데 이어 올해는 올레꾼들이 가장 걷고 싶어 한다는 10코스(화순해수욕장~하모해수욕장)를 걷기로 했다. 사흘 전만해도 맑을 것이라던 예보와 달리 새벽부터 내리는 비를 맞으며 걱정스러운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걱정했던 것도 잠시,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거짓말처럼 날씨는 개어 있었고, 선선한 바람마저 불어 투어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려 주었다.
▲ 용머리해안에서 사계포구로 가는 길은 해안을 따른다. |
투어팀과 반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부부를 만났다. 틈틈이 제주를 찾아 1코스부터 모두 돌아봤다는 대단한 부부다. 모든 올레길을 다녔지만 10코스가 가장 기억이 남아 다시 찾았다는 부부. 반대 방향으로 걸으니 마치 다른 길을 걷는 듯 색다르다며 제주도의 변화무쌍한 풍광을 칭찬하기 바빴다.
푸른 하늘 아래 그림 같은 풍경
▲ 송악산 분화구 앞에서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맡고 있다. |
카페를 나와 신석기 시대의 화석이 발견됐다는 화석해안을 거쳐 송악산(104m)으로 향했다. 간간히 나타나는 소나무 그늘에서 잠시 쉬기도 하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경치도 감상했다. 송악산 해안가는 태평양전쟁 말기에 만들어 놓은 진지 동굴들로 구멍이 숭숭 뚫린 모습이다. ‘얼마나 많은 제주 양민이 강제로 동원 됐을까’ 생각하니 근대사의 아픔이 다시 한 번 느껴졌다.
송악산 정상에 올랐다. 쉽게 오르는 산 치고는 너무나 멋진 절경이 펼쳐졌다. 산방산과 한라산, 가파도와 마라도가 한눈에 조망됐다.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있자니 마음과 몸의 병이 치유되는 느낌이다. 제주올레가 ‘치유의 길’로 불리는 이유가 바로 이런 느낌 때문일까?
올레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30년간의 결혼생활에서도 몰랐던 상대방을 올레길을 걸으며 15년만에 새롭게 알게 됐다는 어느 노부부의 칼럼을 읽었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운 길과 멋진 자연의 장관 앞에서 어느 때 보다 스스로에게 진솔해질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는 부부. 나 또한 그 부부의 생각에 동감한다. 가슴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자 오늘도 많은 이들이 올레길을 찾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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