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맛기행 - 푸짐한 향토음식
⑦ 맛기행 - 푸짐한 향토음식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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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 - 몸도 마음도 가볍게 떠나고픈 당신에게 안성맞춤 여행지

경기도 고양시에서는 무엇을 먹을까. 우선 이른 새벽 호수공원 산책을 한 다음 고양 향토음식 미꾸라지 털레기를 맛본다. 힘이 불끈 나면, 행주산성을 둘러본 후 자전거족들과 함께 잔치국수 한 그릇으로 후루룩 허기를 잠재운다. 마지막으로 킨텍스에 들러 전시를 구경한 후, 점심시간 살짝 피해 든든한 닭칼국수 한 그릇으로 고양시 여행을 마무리 하는 것은 어떨까? 참, 북한산에 올랐다면 산성지구에서 달큰시원한 쌀막걸리 한잔 하는 것을 잊으면 섭섭하다.

미꾸라지 털레기

‘털레기’를 아시나요?
추어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남원. 남원을 빼놓고 추어탕을 얘기하는 것은 어느 개그맨의 말처럼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문득 궁금해진다. 왜, 남원 추어탕이 유명해졌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남도의 젖줄 섬진강의 지류가 남원 곳곳으로 스며들어 풍부한 퇴적층이 쌓여 민물고기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어탕의 필요충분조건, 초피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지리산 자락에 닿아 있어 그 어느 곳보다도 쉽게 추어탕을 끓여먹을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되어 있다. 즉, 남원은 추어탕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 대표음식은 그 지역의 환경과 연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일산 토박이 목경례(53)씨는 “일산의 논바닥은 물반, 미꾸라지반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미꾸라지가 흔했다”며 “임진강이 가깝고 논에 물이 풍부해 미꾸라지·빠가사리·참게·장어·메기 등 각종 민물고기가 지천에 깔렸었다”고 자랑한다. 덕분에 ‘미꾸라지 털레기’라는 음식이 일산의 향토음식으로 유명하다고. 남원의 추어탕과 같은 연유이다.

‘털레기’는 경기 북부 지방에서 국수를 넣고 국물을 넉넉하게 끓인 음식의 총칭인데 이것저것 아낌없이 털어 넣었다고 해 ‘털레기’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배고팠던 시절, 흔하디흔한 미꾸라지를 잡아 집에 있는 갖은 양념과 야채를 털어 넣고 국수에 수제비까지 더해 가족과, 또 동네사람들과 푸짐하게 나누던 향토음식인 것이다.

이름도 생소한 ‘미꾸라지 털레기’가 무언지 감이 잘 오지 않는 이들을 위한 부연설명을 하자면, 얼큰한 통미꾸라지탕에 국수가 들어간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털레기탕에 들어가는 통미꾸라지는 그렇게 거대하지 않다. 민물고기 특유의 흙내도 찾기 힘들다. 꼭 한번 맛보고 싶은데 정 거슬린다면 주인장에게 ‘갈아달라’고 살짝 부탁하면 된다. 4~5명이 먹기 좋은 대 3만~3만5000원, 중 2~3만원, 소 1만7000원 부터이다. 덕양구 대자동의 대자골토속음식(031-962-8545)과 덕양구 주교동 고향시청 근처의 뱅게(031-965-6551), 일산서구 대화동 대화도서관 앞의 동화식당(031-914-6565)이 유명하다.


행주산성 원조국수

면이라고도 부르는 국수는 제조나 조리가 간단하기 때문에 BC 5000년경 아시아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중국과 아랍, 이탈리아는 서로 자기들이 국수의 원조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아주 오래 전부터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다만 밀이 귀했기 때문에 생일이나 혼례 등 경사스런 날의 특별음식으로 맛볼 수 있었다고. 국수가 흔해진 지금까지 “언제 국수 먹여줄거냐”의 의미가 “결혼 언제할거냐”라는 뜻으로 통용된 것에는 이런 연유가 있었던 것. 또 이것은 국수의 길게 이어진 모양과 관련해 결혼해 오래도록 잘 살기를, 생일에는 수명이 길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고 있다.

다양한 조리가 가능한 국수는 무한대로의 변신이 가능하다. 제조방법에 따라서는 건면, 생면, 라면 등으로, 첨가재료에 따라서는 당면, 메밀국수, 콩국수, 올챙이국수 등으로, 조리방법에 따라 비빔국수, 막국수, 칼국수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메밀이 흔해 메밀국수가 많았고, 밀국수가 흔해진 것은 1900년대 이후다.

마땅히 먹을 게 없던 시절, 주식이자 간식이던 국수는 길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다시 진화하고 있다. 그건 아마도 지금껏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서민들의 허기를 채워 준 국수의 저력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여기, 착한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유명세를 떨치는 국수집이 있다. 바로 행주산성 근처의 원조국수집(031-972-8688)이다. 자전거동호인들의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원조국수집은 놀라움의 연속이다. 우선 유명세에 비해 허름한 외관에 놀라고, 단층짜리 허름한 건물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줄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음식을 주문하고 나면 푸짐한 양에 또 한 번 놀란다.

깔끔하게 우려낸 멸치국물 육수는 집에서 엄마가 해주는 바로 그 맛이다. 엄마가 조미료 대신 멸치로 국물 내고 면 삶아서 새끼들 먹이려고 하는 그맛. 비빔국수는 야채와 김 가루가 얹혀 나오는데 양념장은 각자 입맛에 맞게 넣어 비벼먹으면 된다. 원조국수집 덕분에 이 일대에 여러 국수집이 생겼지만 여전히 독보적인 것을 보면 뭔가 비밀이 있을 텐데, 안타깝게도 하루 이틀로는 그것을 풀어낸 재주가 없다. 잔치국수와 비빔국수 모두 3000원.


일산칼국수

닭고기와 칼국수, 그리고 바지락이 만났다!
닭고기의 진한 육수, 쫄깃쫄깃한 칼국수 면발. 그리고 푸짐한 닭고기 고명과 바지락이 더해진다. 생각만 해도 푸짐하다. 뜨끈한 국물이 추운 날 별미는 물론, 애주가들 해장으로도 최고다.

담백하고 구수한 국물 한 사발 마시고 나면 속까지 개운해지니 해장 칼국수계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일산에 사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봤을 법한 일산칼국수(031-903-2208) 얘기다.

점심시간이면 닭칼국수 한 그릇 먹겠다고 일산칼국수 앞에 긴긴 줄이 이어진다. 지난 1982년 오픈해 2대에 걸쳐 운영해오고 있는 일산칼국수의 메뉴는 닭칼국수 한 가지다. 메뉴판에는 없지만 바지락 칼국수를 달라고 하면 닭고기 고명은 제하고 바지락만 가득 올려주기도 한다.

“예로부터 밀은 닭으로 다스리라고 했어요.”
찬 음식인 밀과 뜨거운 성질인 닭의 궁합이 잘 맞는다는 것이다. 면은 매장에서 직접 밀가루를 배합해 기계로 반죽하고, 칼로 써는 전담직원은 따로 있다. 칼로 썬 면은 끈기가 살아있고 물에 끓여도 잘 불지 않아 다 먹을 때까지 쫄깃한 맛이 유지된다.

야채와 닭뼈 국물, 그리고 닭을 고아낸 국물이 모여 닭칼국수의 육수가 된다. 여기에 시원한 바지락이 더해져 다소 부해질 수 있는 맛의 무게를 덜어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푸짐한 닭고기 고명. 종이장 처럼 얇은 고기를 올려주는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 넉넉하게 닭살코기를 고명으로 올려주어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닭은 반드시 생닭을 쓴다. 신선한 닭을 잡아 바로 사입하기 때문에 고기 맛이 살아있다. 닭뼈는 보통 2시간 정도 고와 육수를 낸다. 단 하나뿐인 반찬, 아삭한 맛이 일품인 겉절이 김치는 매일 만드는데, 하루에 200포기씩 담는다고. 알싸하게 얼큰한 김치는 씹히는 맛이 제법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365일 어느 때고 점심시간에 일산칼국수를 찾는다면 어느 정도 기다릴 각오는 하고 가는 편이 좋다. 물론 시원하고 든든한 닭칼국수의 맛은 기다림 정도는 충분히 용서하게끔 할 것이다. 닭칼국수·바지락 칼국수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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