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벨> Sea To Summit 2009 上 - 자연의 순환을 몸소 체험하는 축제의 장
<몽벨> Sea To Summit 2009 上 - 자연의 순환을 몸소 체험하는 축제의 장
  • 글·사진 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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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자전거~등산으로 이어지는 3종 경기…한국팀 20명 참가, 내년 국내에서도 개최 추진

극한의 도전보다 바다와 마을, 그리고 산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는 3종 경기 <몽벨>의 ‘씨 투 서미트 2009(Sea To Summit 2009)’가 9월19일부터 이틀간 일본 돗토리현(鳥取縣, Tottori) 요나고시(米子市, Yonago City)의 가이케(皆生, Kaike) 해변에서 열렸다. 승부와 기록 경쟁보다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린 축제로써 의미가 컸던 ‘씨 투 서미트’ 대회를 본지 김성중 기자가 다녀왔다. 2회에 걸쳐 그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돗토리현의 상징인 다이센 전경. ‘씨 투 서미트’의 마지막 골인 지점이 다이센 정상이다.
돗토리현(鳥取縣, Tottori)은 우리나라와 오래 전부터 관련이 깊은 고장이다. 1819년 울진에서 동해로 출항한 안의기 선장의 상선이 폭풍우로 난파하여 표류하다가 일본 돗토리현 중부 앞바다인 아카사키(赤崎)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적이 있었다. 또 1963년에는 부산항을 출발한 거제도의 어선 성진호가 기관 고장으로 표류하다가 아카사키에서 선원 8명 전원이 무사히 구조된 후 귀국하기도 했다. 아카사키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한일우호교류공원이 세워진 것도 그러한 이유다.

강원도는 이와 같은 돗토리현과의 인연으로 자매결연을 통해 문화관광 교류를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물론 교류 관계가 계속 좋지만은 않았다. 몇 해 전 독도 영유권 문제가 불거지자 그들과의 교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인천에서 돗토리현으로 직항하는 항공편과 강원도에서 페리호가 운항하는 등 교통편이 좋아지고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면서 다시 우리나라와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천혜의 아웃도어 환경을 지닌 돗토리현

▲ 이사무 타츠노 회장이 전야제에서 참가한 선수들에게 대회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가진 돗토리현은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은 곳이다. 돗토리현의 상징인 다이센(大山, 1709m)은 4년 전 NHK에서 인기투표한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산’ 순위에서 당당히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이센은 한라산과 같은 휴화산으로 바다와 인접해 있는데, 정상에서 바라다 보이는 풍광도 절경이지만 산행을 마치고 피로를 풀 수 있는 온천이 주변에 산재해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돗토리현은 일본 레저스포츠의 역사로 접근해 봐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돗토리현은 일본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처음으로 열린 발상지다. 청정한 바다와 전원 풍경의 마을길, 그리고 원시림을 그대로 간직한 천혜의 자연은 일본에서도 첫 손가락에 꼽을 만큼 훌륭하다.

이곳 트라이애슬론이 열렸던 돗토리현에서 일본 <몽벨>이 주최한 ‘씨 투 서미트 2009(Sea To Summit)’가 지난 9월19일부터 이틀간 요나고 가이케 해변 일대에서 열렸다. ‘씨 투 서미트’는 일반적인 트라이애슬론 종목과 조금 다르다.

일단 수영이 아닌 카약으로 6km를 카야킹하고, 다시 자전거로 19km 정도의 마을길을 라이딩한 후, 다시 다이센 정상까지 3.5km를 달려야 한다. 특이한 점은 개인 참가도 가능하지만, 4~5명이 한 팀이 되어 릴레이 방식으로 치러진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색 레포츠처럼 보이는 ‘씨 투 서미트’는 사실 일본에서도 이번에 처음으로 개최되는 대회다.

‘씨 투 서미트’의 참가 인원은 총 250여 명. 일본 선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도 참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몽벨>을 공식 수입·전개하고 있는 오디캠프(대표 김영한)의 협찬으로 팀이 꾸려졌다. 4명을 한 팀으로 해서 총 5팀이 결성됐는데, 처음에는 팀을 구성하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특히 자전거와 등산 동호인은 많았지만, 카약을 즐기는 동호인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다.

다행이 4명씩 조를 이룬 5개의 팀이 꾸려졌다. 누구는 카약 전문가이거나, 누구는 등산 경력만 35년이 넘는 베테랑 등 다양한 아웃도어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카약과 자전거, 그리고 등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아웃도어 문화를 경험하게 될 한국 대표들. 내년엔 오디캠프 주최로 국내에서도 치러질 예정인 만큼 그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환경 심포지엄 등 다채로운 행사 진행

▲ 카약 코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거친 파도에도 굴하지 않고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대회는 9월19일 선수등록을 시작으로 성대하게 열렸다. 이번 대회의 목적은 순위 경쟁이 아니다.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도 행사 자체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선수 등록을 마친 일본 선수들 대부분은 개인 출전보다도 가족이나 친구들, 혹은 동호인들이 팀을 결성해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출발하기 전에는 ‘씨 투 서미트’라는 이름처럼 익스트림 3종 경기로 치러질 거라 예상했다. 그동안 카약과 자전거, 그리고 등산으로 이어지는 3종 경기는 그동안 열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들 즐기는 분위기의 행사장 모습을 보며 기록보다도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데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선수 등록이 끝난 후 곧이어 대회 전야제가 열렸다. 일본 산악계에서도 역사적인 인물인 <몽벨>의 이사무 타츠노(辰野 勇, Isamu Tatsuno) 회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다이센과는 45년 전부터 인연을 맺었죠. 돗토리현은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그만큼 자연을 아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카약과 자전거, 그리고 등산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몸소 체험하며, 그 소중함을 느끼길 바랍니다.”

▲ 자연을 즐기는 아이의 모습이 해맑다. ‘씨 투 서미트’는 가족 참여가 돋보였던 대회였다.
‘자연 생태계 체험’이라는 대회 취지 때문인지 타츠노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바로 환경 심포지엄이 열렸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C.W.니콜(Nicole) 교수를 초청해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앞으로 어떻게 가꾸어 가야하는지 심도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심포지엄이 끝난 후에는 대회 코스 요강에 대해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코스는 카약, 자전거, 등산으로 이어지는 릴레이 방식이에요. 카약은 6km, 자전거는 19km, 등산은 3.5km 입니다. 자전거는 업힐 구간이 길어서 체크포인트가 두 군데 설치되어 있습니다. 그곳에서 체크카드를 다음 주자에게 넘겨주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마지막 골인 지점은 해발 1705m의 다이센 정상입니다.”
대회 설명이 끝난 후 음악회가 열리는 등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열렸다. 대회라는 이미지와 다르게 모두들 긴장하기보다는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트라이애슬론 발상지에서 다시 새로운 역사를 만든다
대회 당일인 9월20일. 가이케 해변 대회장에는 오전 일찍부터 참가하는 선수들과 응원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하지만 대회의 첫 관문인 카약 코스는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어제 현장 답사를 하면서도 거친 파도와 강하게 부는 바람 때문에 걱정했는데, 대회 시작 전에도 전혀 잠잠해질 기미가 안보였다. 대회 본부에서 카약 코스가 조금 바뀌었다는 안내가 나왔다.

“전문적인 선수들이 참가하는 게 아닌 만큼 안전을 위해 카약 코스를 조정합니다. 원래는 6km의 코스지만, 파도가 잔잔한 방파제 안쪽을 따라 가는 약 500m의 코스로 변경되었습니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참가자들 중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참가하는 선수도 있었고, 여성팀이나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들도 많았다. 대신 카약 코스는 대회 기록에 적용하지 않았다. 대회 자체가 체험이라는 성향이 강했기 때문에 사실 기록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타츠노 회장이 마치 개회식에서 테이프를 먼저 끊는 것처럼 먼저 노를 저어 나가며 대회 시작을 알렸다. 다츠노 회장에 이어 카약 코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연이어 출발했다. 빠르게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카약커들은 거친 파도도 두렵지 않은 듯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 <몽벨> 본사의 초청으로 참석하게 된 한국팀 선수들이 대회 진행자의 소개에 환호하고 있다.
대부분 혼자서 타기보다는 2인승의 카약을 탄 선수들이 많았다. 앞에는 아이를 태운 아버지도 보이고, 연인끼리 참가한 이도 여럿 있었다. 대회라기 보단 축제의 한마당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마지막 선수가 바다에 카약을 띄울 때 쯤 어느새 반대편에서는 먼저 출발한 선수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거리가 짧은 만큼 도착점으로 들어오는 시간도 빨랐다.

카약을 마친 선수들이 서둘러 자전거 출발 지점으로 향했다. 자전거 거리는 총 19km로 그리 긴 거리는 아니지만, 도착지점인 다이센 등산로 입구까지는 해발 700m로 마지막 8km 정도는 급경사의 오르막이 이어진다. 안장에 올라탄 선수들이 금방이라도 출발할 기세다. 그들의 페달링은 본격적인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서막이자 새로운 아웃도어 문화를 만들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씨 투 서미트(Sea To Summit)’ 코스 가이드
카약과 자전거, 그리고 등산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아웃도어 3종 경기인 ‘씨 투 서미트’는 일본 <몽벨>에서 처음으로 진행하는 대회다. 카약은 6km, 자전거는 19km, 등산은 3.5km로 총 30km도 안 되지만, 기상 변화가 심하고 급경사를 이룬 구간이 많아 쉽게 완주할 수 있는 코스는 아니다.


대회는 개인이 참가하거나 2~5명이 팀을 구성해 참가해도 된다. 하지만 기록 경쟁보다도 완주하는 데 목적이 있는 대회인 만큼 팀을 구성해 참가하는 게 대회를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이다. 체크포인트는 카약이 끝나는 지점과 자전거 구간에 두 곳이 있는데 이곳에서 다음 주자에게 체크카드를 건네주면 된다.

전체 코스는 온천 시설이 들어서 있는 가이케 해변을 출발점으로 카약을 시작한 후, 숙박 시설이 들어서 있는 다이센 등산로 입구까지 라이딩하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다이센 정상까지 오르면 된다. 가장 조심할 곳은 평지로 11km 정도 이어지다가 갑자기 급경사의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8km 자전거 구간이다. 또한 해발 700m인 다이센 등산로 입구부터 해발 1709m인 정상에 이르는 3.5km의 등산 코스도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이번 대회는 바다 기상이 좋지 않아 카약은 기록에서 제외됐다. 중급 이상의 실력자로 개인이 참가한 경우 자전거와 등산 코스를 완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자전거 1시간, 등산 4시간 정도로 전체 평균 6시간 정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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