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에서 엿본 서울의 역사와 문화
골목길에서 엿본 서울의 역사와 문화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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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KKING | 서울 속살 톺아보기 ① 삼청동, 가회동, 그리고 북촌마을

경복궁역~삼청동~삼청공원~가회동~북촌마을~안국역…약 6km, 2~3시간이면 충분

아기자기한 카페와 독특한 개성으로 무장한 옷가게들이 소곤대는 삼청동길은 광화문 쪽의 대형 박물관들과 인사동 쪽의 전문 갤러리들 사이에서 태어난 미술관들이 더해져 볼거리며 먹을거리며 즐길거리가 가득한 동네다. 또 삼청동 메인길과 가회동 메인길(가회로) 사이의 한옥마을들은 자칫 가볍게 사라져 버릴 수 있는 길의 무게를 잡아주는 터줏대감으로 강약을 조절해 준다. 오랜시간을 품은 길 위에 몸을 싣자 끝도 없이 이어진 골목골목이 말을 걸어오기 시작한다.


그야말로 걷기 붐이다. 국내에서는 흔치 않던 노르딕 워킹을 즐기는 이들도 심심찮게 보이는 것을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걷기의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저 멀리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시작된 ‘길의 향연’은 제주 올레로 상륙해 지리산 둘레길을 거쳐 전국으로 퍼져 가는 중이다. 모두들 걷겠다고 난리인데 과연 어디로 가야 할까? 제주도는 바다 건너 있고 지리산도 ‘걷기’ 위해 달려가기엔 너무 멀다.

▲ 삼청동 메인길과 가회동 메인길(가회로) 사이의 ‘역사 박물관 골목길’ 풍경

좋은 풍경 바라보며 걷고 싶은 마음, 훌쩍 떠나 걷고 싶은 마음 굴뚝이지만 현실에서 허덕이느라 바쁜 그대여, 너무 슬퍼도 걱정도 마시라. 그대가 서울에 머물고 있는 중이라면. 여기, 수월찮은 여행 경비도, 까다로운 숙소 고민도 필요 없는 서울 걷기 여행이 있다. 너무 익숙해서 별 관심 없던 서울의 여행자가 되어보자.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울의 여러 가지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그동안 제대로 해보지 못한 서울 걷기 여행, 가벼운 운동화에 교통카드 하나면 충분하다. 자, 그럼 출발!

걸어볼까, 마음이 맑아진다는 삼청동!

▲ 겨울볕에 졸고 있는 강아지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이나 안국역에 내려 경복궁 골목길이나 풍문여고 골목길로 들어서면 삼청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서울 여행이 시작된다. 어디서 출발해도 상관은 없으나 편의상 경복궁역에서 출발해 삼청동~가회동을 거쳐 안국역으로 도착하는 것으로 정해두자. 경복궁역에서 나와 광화문을 지나 난스튜디오 골목이나 풍문여고 골목으로 들어서면 동네풍경이 달라진다. 떠들썩하고 복잡한 현실에서 살짝 벗어나 금호미술관과 국군서울지구병원을 지나 진선북카페 혹은 천수마트와 정독도서관사이의 길로 들어서면 이번 여행의 본격적인 출발점에 닿는다.

진선북카페에서 삼청공원까지 이어지는 큰길을 ‘삼청동 메인길’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매체에 주로 등장하는 삼청동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길로 수제비, 보리밥, 홍합밥 뿐 아니라 정통 유럽요리까지 맛볼 수 있다. 또 개성 가득한 옷가게들까지 부쩍 더해져 주말이면 데이트하러 나온 연인들부터 각종 모임까지 이어져 시끌벅적하다.

산과 물이 맑아서 이곳을 찾는 사람의 마음도 맑아진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삼청(三淸)이 떠오르는 것이 삼청동 메인길의 끝무렵에서 삼청공원으로 이어지는 길 위라면 지나친 감상일까. 세련된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사람들 틈에서 벗어나자 비로소 삼청동이 보이는 것 같다. 사람들에 치이는 것이 싫다면 삼청동 메인길이 내려다보이는 한옥마을로 들어서자. 세계장신구박물관에서 우회전해서 삼청공원 방향으로 올라가면 된다. 독특한 외관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티베트박물관과 세계장신구박물관이 길 위에 오른 이들을 반겨준다.

▲ 역사 박물관 골목길에서 내려다 본 삼청동 풍경

감사원길 끝에서 내려다보는 가회동 풍경 으뜸
삼청공원에서 감사원쪽으로 내려오는 길에 음식점 ‘도반’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면 부엉이박물관에 닿는 골목길이 나온다. 부엉이에 관한 모든 것이 있다는 이곳은 예쁜 카페 같은 분위기로 유명하다. 다시 감사원길로 나가 삼청동우체국에 닿으면 저 밑으로 가회동 북촌마을이 보인다. 고즈넉하고 조용한, 양갓집 규수 같은 북촌마을을 품은 가회동길의 시작이다.

예부터 원서동, 재동, 계동, 가회동, 인사동으로 구성된 이 지역은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서 북촌(北村)이라고 했고, 지금의 남산자락에 해당하는 종로의 아랫동네는 남촌(南村)이라 불렀다. 뒤로는 인왕산과 북한산이 둘러싸고 앞으로는 청계천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조건을 갖춘 풍수지리상 길지인 북촌에는 조선시대 왕족이나 권세 있는 사대부들이 살았다. 궁궐이 이곳에 자리 잡은 것도 같은 이유다.

근래에는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한옥마을을 모두 북촌이라 부르는데 이름만 듣고선 그저 작은 한옥마을이겠거니 하고 길을 나섰다가는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골목에 진땀 깨나 흘리기 십상이다. 무려 900여 채의 한옥이 북촌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한옥보전 관련 규제가 해제되기 전인 1990년대 까지는 약 1500여 채가 있었다니 그나마 많이 줄어든 셈이다. 이 넓은 북촌마을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사람들이 막연히 그리는 북촌의 풍경을 오롯이 품고 있는 가회동이다.  

▲ 삼청동 골목길에는 독특한 분위기의 옷가게와 카페가 즐비하다

가회(嘉會)라는 이름은 조선 초 북부 10방의 하나였던 가회방(嘉會坊)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이름대로 풀이하면 ‘즐거운 모임’쯤 되겠다. 조선 초기 권세만큼이나 너른 마당을 가진 한옥들이 자리하던 가회동은 조선 후기로 이어지면서 소규모의 택지로 나눠졌고, 1930년대 이르러 지금의 한옥마을로 자리 잡았다고. 아쉽게도 모든 집이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면서 또 다른 새로운 숨을 불어넣고 있다.

골목에서 또 골목으로 이어지는 길을 걷다 만나는 마을 곳곳에 남아있는 고택을 발견하는 것도 북촌을 걷는 또 다른 재미다. 가회동 메인길(가회로) 한켠에 삐죽 솟아 있는 가회동 김형태 가옥이나 ‘삼청동 메인길’에서 살짝 벗어난 ‘역사 박물관 골목길’을 걷다 맞닥뜨리는 가회동 이준구 가옥 등이 북촌길을 찾은 이들을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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