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눈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빛”
“너의 눈 속에서 발견한 새로운 빛”
  • 글 사진·김진아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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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 중국 티베트 쓰구냥산 四姑娘山

글 사진·김진아 <바람이 되어도 좋아> 저자

CHINA

바람결 따라 발길을 돌리는 여행가 김진아 씨가 중국 티베트 쓰구냥산에서 순박한 눈망울의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2010년 새해, 척박한 자연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로 따뜻한 새해를 맞이해보자.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살이에 잠시나마 훈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 주>

#01 쓰구냥의 빛
별들은 피어났고 달은 춤췄다.
빛들은 번져났고 산은 꿈꿨다.
갈 곳 몰라하던 내 마음도 그들만의 속도를 따라 함께 피어나고 춤추기를 반복했다.
얼마나 살아지면 내 안의 빛들도 번져날까.
얼마나 시간을 놓아두면 나도 그처럼 꿈꿀까.
다시 차오르고 다시 비워질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문득문득 찾아오는 이 공허함들과 이 헛헛함들과 대수롭지 않게 이별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별들은 달아나고 달도 숨는다.
빛들은 스며들고 산은 숨 쉰다.


#02 사랑산의 목동 
삼천 미터 아니 사천 미터
드높은 티베트의 고원, 작은 바다를 품은 사랑산의 목동
먼 길 떠나온 여행자에게 마음을 빼앗겨 야크도 말도 산에 남겨둔 목동.
여인을 찾아 산 아래로 내려간 목동
이제는 산지기가 되어 그곳을 찾는다네.
야크도 말도 없는 목동
그에게는 한 시절 뜨겁던 사랑과 한 여인이 그 곁에 남아
다시 그 산을 찾으며 살고 있다네.
목동에게는 사랑이 전부였다네.
쓰구냥산, 묵묵히 앞에서 걸어주고 지나친 친절도
지나친 호기심도 보이지 않았던 무뚝뚝한 가이드.
그 무뚝뚝한 사내, 사랑산에서 자신의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할 때
두 눈을 반짝이며 수줍은 미소와 그 시절의 풋풋한 기억들이
그를 가득 채우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평생의 터전을 버릴만한 그 무엇.
그것이 사랑산의 사랑이었을까.
소심한 사랑을, 그것도 하는 척만 하는 우리에게 그의 사랑은 아찔했다.


#03 숨바꼭질 
쓰구냥산으로 넘어가는 입구 도시에 도착했을 무렵,
회색 빛 하늘과 티베트인지 중국인지 모를 애매한 상황에서
만두 몇 개와 국수를 시켜놓고 무관심하게 거리를 둘러봤을 즈음.
할머니와 숨바꼭질 하는 어리고 이쁜 그 녀석.
알아차리지 못하게 전봇대 뒤에서 몸을 웅크린 어리고 예쁜 그 녀석.
심드렁한 숨바꼭질 놀이 끝 할머니 옆에서 나란히 선 어리고 예쁜 그 녀석.
문득, 나도 오래오래 숨바꼭질 하고 싶다는 바람.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
숨바꼭질, 곁에서 숨고 숨는 어리고 예쁜 그 놀이.
 

#04 산의 바다, 해자구를 품으며 
야크의 시선으로
야크의 몸짓으로
야크의 마음으로
바람을, 강물을, 시선을 품겠다.
그렇게 나 품고 돌고 돌아
바람이 되어 네 개의 봉우리에 다다르겠다.
티베트의 시선으로
티베트의 몸짓으로
티베트의 마음으로
나를, 너를, 우리들을 품겠다.
그렇게 나 품고 돌고 돌아
바람이 되어 당신의, 나의 마음에 다다르겠다.
 

#05 흐름 
자꾸 자꾸 붙잡아 둔다.
시간, 계절. 잡아둘 수도, 저장할 수도 없는 흐름.
모든 것들 그렇게 흐르고 있었다.
흘러흘러 모두 하나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별이 지고, 해가 지고, 달이 지는 서쪽 고향으로.
아픔이 지고, 슬픔이 지고, 행복이 지는 마음 고향으로.
 

#06 반짝반짝
하늘과 맞닿아 신성한 산과 맞닿아
조용히 숨 쉬며 달도 해의 움직임도 거스름 없이 살아가는 그대들.
그대들의 주름진 손과 분주하고도
편안한 그 움직임에 두 손, 두 마음 내려둔다.
회색과 맞닿아 아픈 도시와 맞닿아
시끄러이 내뱉으며 달도 해의 움직임도
느끼지 못하며 살아가는 우리들.
우리들의 텅 빈 손과 분주하고도 마음 없는
그 움직임에 두 손, 두 마음 거둔다.
그대들의 주름진 곳곳에 해도 달도 들어 차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던 것은 하얀 설산만이,
별과 달만이 아니었다.
주름진 손에는 구석구석 반짝반짝 해도
달도 별도 서려있다.
 

#07 바람의 날갯짓
바람이 어깨를 타고 넘어와
마음으로 흘러내려 두 발 위로 내려앉는다.
오롯이 바람을 맞는 우리는
한낱 작은 티끌이 되어 걷고 걷는다.
포근히 받아주는 흙길.
땅 아래로부터 너울너울 피어오르던 풀냄새, 흙냄새.
멀리 야크의 낮은 울음, 마부의 휘파람 소리
세상을 떠도는 목동의 작은 그러나 아름다운 중얼거림.
우리 그렇게 티베트 산을 걸었다.
걸으며 울었다.
거짓도, 미움도, 시기도, 증오도,
시간의 흐름조차 넘어서버린 그 얼굴들과 산의 울림 앞에서
작고 작은 티끌이 되어 걷고 걸었다.
티베트 산에서 바람을 닮은 그들 앞에서
바람이 되려는 작은 날갯짓하며 우리 그렇게 걷고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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