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MTB - ‘쉬멍 놀멍’ 즐기는 은빛 라이딩
④ MTB - ‘쉬멍 놀멍’ 즐기는 은빛 라이딩
  • 글 사진·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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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역 대록산~따라비오름~영주산~돌미오름~용눈이오름 총 40km 원점회귀 코스, 5시간 소요

제주도에는 해안 일주를 비롯해 설악산의 미시령이나 한계령의 오름길과 비견되는 1100고지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자전거 코스들이 많다. 하지만 이맘때쯤이면 억새 가득 피어난 은빛 운치에 젖어보는 것도 또 하나의 매력이다.

▲ 돌미오름 뒤로 제주도의 동부 지역 해안이 멋지게 펼쳐진다.
“제주도에서 자전거 타봅디강(타보셨어요)?”

‘오름MTB’ 동호회 회원들이 제주도 억새길 라이딩의 길잡이로 나섰다. 이번 라이딩 코스는 ‘오름MTB’ 회원들이 오랜 시간 공들여 완성한 길로, 사실 회원들의 도움 없이는 길 찾기가 쉽지 않다. 제주도에 오기 전에 ‘오름MTB’ 회원들이 만든 GPS로 정밀 조사한 지도를 받아 보았지만, 가끔은 흙길로 접어들다가도 때로는 풀밭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구간도 많아 혼자서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대록산을 기점으로 따라비오름과 영주산, 그리고 돌미오름과 용눈이오름을 거쳐 돌아오는 코스로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코스에 속해 있는 오름을 모두 오를 경우 만만치 않은 시간이 걸린다. 해가 중천에 뜰 무렵에 모였기 때문에 제주도의 동쪽 해안이 내려다보이는 돌미오름(돌산)과 억새로 가득한 용눈이오름(248m) 두 곳만 오르기로 하고 코스의 시작점인 대록산(466m)으로 향했다.

가을 제주도는 ‘억새의 섬, 억새의 바다’

▲ 따라비오름을 지나 영주산으로 향하고 있다. 풀밭길을 지르밟으며 지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대록산으로 향하는 길, 높다랗게 자란 억새들이 지천이다. 가을의 제주도는 ‘억새의 섬’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오름, 들판, 마을길, 해안…. 어디를 가든 어른 키만한 억새들이 가득하다. 하지만 이도 아직 다 자란 게 아니란다. 제주도에서 절정을 이루는 시기는 10월 말에서 11월 초로 이때가 가장 아름답게 자란 억새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제주시내에서 대록산으로 가려면 산록도로(1112번 도로)를 따라 표선면 교래리에 위치한 산굼부리를 거쳐, 사거리에서 남원 방향으로 이어지는 동부산업도로(97번 도로)를 따라 4km 정도 가면 된다. 대록산 맞은편으로 정석비행장이 바로 있어 초입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지나오는 길에 본 동부산업도로 주변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봄 시즌에 맞춰 유채꽃 길을 새롭게 조성하는 중이었다. 공사가 마무리되면 동부산업도로의 주변은 온통 유채꽃밭이 될 것이다.

“최근 제주도 곳곳에서 도로 정비를 하고 있어요. 정비가 끝나고 나면 아름답게 조성된 도로를 따라 라이딩하는 코스도 만들어 보려고요.”

▲ 일반적인 오름과 달리 언덕에 가까운 돌미오름을 오르고 있는 라이더들. 오르막을 오르고 나면 풍력발전기와 제주도 동부 해안이 어우러진 풍광을 감상할 수 있다.
‘오름MTB’의 운영진인 닉네임 ‘와신’ 김상봉 씨는 함께 동호회 운영을 맡고 있는 ‘코시롱’ 문성필 씨와 요즘 새로운 길을 개발하는 데 재미를 붙였다. 제주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개발해서 타 지역의 동호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은 게 이들의 작은 바람이다.

정석비행장에 도착하자 맞은편으로 소록산(446m)과 함께 붙어 있는 대록산이 보였다. 라이딩 시작점이다. 본격적인 라이딩에 앞서 자전거를 정비한 후 대록산으로 이어지는 소로를 따라 페달을 밟았다.

차 한 대 지나갈 정도의 우거진 숲길을 지나자 대록산을 끼고 도는 비포장길이 이어졌다. 길 사이로 자전거에 올라 탄 사람보다 더 높은 억새들이 자라 있었다. 간간히 억새 사이로 제주도의 너른 들판도 보였다. 점점 노랗게 물들어가는 벼들이 제주도에도 가을이 왔음을 알리는 듯 했다. 대록산 초입에서 3km 정도 억새밭을 이룬 비포장길을 통과하자 다시 동부산업도로와 만났다. 따라비오름(294m)으로 가려면 동부산업도로를 따라 남원 방향으로 4km 정도 가야했다.

대록산으로 이어지는 비포장길과 연결된 동부산업도로 경계에는 주변에 방목한 가축들을 보호하려고 출입문으로 굳게 잠겨 있어서 출입문 너머로 자전거를 옮기고 다시 안장에 올라야 했다. 따라비오름으로 이어진 갈림길에 도착하자 또 하나의 출입문이 가로 막았다. 다시 자전거를 넘기고, 안장에 올라타고…. 의외로 이런 시간들이 바쁜 일정을 자꾸만 지체하게 했다.

초지(草地) 따라 이어진 오름길

▲ 오름과 너른 들판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가을 라이딩의 참맛을 느끼게 해준다.
출입문 뒤로 봉긋하게 솟아있는 오름이 보였다. 따라비오름이다. 출입문을 넘어가자 따라비오름 방향으로 초지(草地)가 쭉 이어졌다. 특별히 길이 나 있지 않아 잡풀을 지르밟으며 지나가야 했다. 풀을 뜯어 먹고 있던 소들은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오자 놀랐는지 일제히 동작을 멈추고 일행을 바라보았다. 소와 초원, 그리고 오름이 한데 어울려 제주도의 가을 그림을 완성하는 듯 했다.

따라비오름까지는 2km 정도 풀밭길이 계속 이어졌다. 임도나 싱글 트랙과 달리 몸으로 전해지는 진동이 달랐다. 풀밭길이라 페달링은 조금 버거웠지만, 마치 잔디밭을 뛰놀 때처럼 폭신폭신한 느낌이 전달됐다.

초원의 풍광에 취해 천천히 페달링을 하는 일행에게 김상봉 씨가 “재기재기 오라(쉬지 말고 오세요)”며 자꾸만 재촉했다. 오는 도중 페달이 끊어지거나 풀밭길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물건을 밟았는지 타이어에 구멍이 난 회원도 있어서 시간을 많이 지체했기 때문이다. 계획한 코스를 완주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따라비오름까지 이어지는 울퉁불퉁한 풀밭길에서 속도를 내자 더 신나게 안장이 들썩였다.

따라비오름을 지나 성읍민속마을 방향으로 이어진 포장길로 접어들었다. 중간에 ‘넓은 목장’이라는 곳을 지날 때는 말과 소가 함께 어울려 한가롭게 가을 햇살을 맞고 있었다. 넓은목장부터 4km 거리에 위치한 성읍민속마을까지는 비포장길이 이어졌다. 중간에 왼편으로 보이는 영주산(326m)에도 억새가 한 아름 피어 있었다.

따라비오름부터 성읍민속마을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포장길을 제외하면 중간중간 농로가 여럿으로 갈라져 있어서 코스를 잘 알지 못하면 많이 헤맬 것 같았다. 다행이 성읍민속마을부터 돌미오름까진 완만한 오르막의 포장길이 이어졌다.

풍력발전기와 어우러진 풍광

▲ 성읍민속마을에 가지 전 약 500m 정도 삼나무숲길이 이어진다.
성읍민속마을부터 돌미오름까지는 약 9km. 성읍민속마을에서는 작게만 보이던 풍력발전기가 어느새 커다랗게 눈앞으로 다가왔다. 돌미오름에 도착한 것이다. 돌미오름은 지나오면서 바라본 일반적인 오름의 형태라기보다는 굴곡 있는 언덕에 가까웠다. 돌미오름에 오르자 제주도의 동쪽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비 개인 다음날이라 그런지 저 멀리 제주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성산일출봉도 선명하게 보였다.

간식을 먹는 사이 사람 크기보다 두 배는 넘을 법한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서둘러 안장에 올라 속도를 냈다. 늑장부리다가는 용눈이오름(248m)에 오르기도 전에 해가 저물 것 같았다. 돌미오름에서 용눈이오름까지는 약 4km의 비포장길이 이어졌다.
 
이번 코스에서 오름을 오른 것은 돌미오름 밖에 없어 용눈이오름은 꼭 오르리라 마음먹었지만, 초입에서부터 제동이 걸렸다. 한 사진가가 일행에게 자전거로 오르지 말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아마도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는 오름이다보니 이러한 일도 가끔 발생하는 것 같다.

자전거를 타고 오름을 오르지 말라는 법적인 제도는 없지만, 일반 관광객들에게는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지도 모른다. ‘자전거와 인간, 둘 중에 어디가 더 자연을 훼손하는가’, ‘소와 말 등의 가축에 의한 훼손은 없는가’ 등의 논제들에 대해 아직 명쾌하게 답변을 내릴 순 없다. 하지만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오름의 출입을 제한하는 제도가 마련되지 않는 이상 이러한 실랑이는 계속해서 벌어질 것이다.

용눈이오름 정상에 올라 제주도의 라이딩을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을 기약하고 서둘러 시작점이었던 대록산으로 향했다.

대록산을 기점으로 따라비오름~영주산~성읍민속마을~돌미오름~용눈이오름을 둘러본 후 원점회귀하는 코스는 총 40km로 5시간 정도 걸렸다. 8시간 정도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라이딩을 시작하면, 대록산과 따라비오름을 비롯해 용눈이오름에서 대록산으로 이어지는 중산간도로(1136 도로)와 산록도로(1112 도로) 주변에 위치한 높은오름, 아부오름, 민오름 등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아쉬움이 남기에 다시 제주도를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계절 항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오름은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다음엔 유채꽃이 활짝 피는 봄 시즌에 다시 한 번 라이딩하러 오고 싶다. 제주도의 멋진 억새길 라이딩 코스를 소개해준 ‘오름MTB’ 회원들에게 제주도 사투리로 인사를 대신한다.

“폭삭 속았수다(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제주도 동부지역 억새길 오름 라이딩 가이드
제주도에서 색다른 라이딩을 즐기고 싶다면 오름 라이딩 코스를 추천한다. 그중에서 제주도 동부지역의 오름 라이딩은 고급 MTB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고 완주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으로 길이 완만해 초급 실력의 라이더들에게 적합하다. 오름들도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업힐이 힘들 경우 끌면서 올라가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동부지역 억새길 오름 라이딩 코스는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정석비행장 맞은편에 위치한 대록산이 기점이다. 정석비행장에서 도로 건너로 대록산으로 이어지는 숲길이 나오는데 이곳부터 시작하면 된다.
전체 코스는 대록산을 기점으로 따라비오름~성읍민속마을 사거리~영주산~돌미오름~용눈이오름을 거쳐 원점회귀하는 약 40km 코스다. 초급 라이더 기준으로 넉넉히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오름을 오를 경우 한 개의 오름 당 30분에서 1시간 정도 시간을 더 잡아야 한다.

이 코스는 제주도 지형에 밝은 사람이라도 길 찾기가 쉽지 않다. 동호회에서 자체적으로 라이딩하기 좋은 곳만 골라서 길을 만든 것이기 때문에 가끔 수풀이 무성한 숲길도 지나야 하고 갈림길도 여럿 나온다. 따라서 이 코스를 만든 ‘오름MTB’와 함께 연합으로 라이딩하기를 추천한다.

라이딩 중에 만나는 오름에는 대부분 목장을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가축들이 사고가 나지 않도록 입구를 막아 놓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문을 넘어가야 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대록산을 지나 동부산업도로와 만나는 지점과 다시 따라비오름으로 연결되는 삼거리, 그리고 영주산으로 이어지는 길목 등 3곳 정도 된다.

내륙에서부터 제주도까지 자전거를 가지고 오기는 쉽지 않다. 일일이 분해해서 넣어야 하는 자전거 전용 박스가 있지 않다면 항공편으로 싣고 올 수 없다. 배편을 이용해 가지고 오거나 화물로 보내야 한다.
이번에 소개한 코스는 일반 자전거를 타고서도 완주가 가능하다. 자전거 대여소는 제주공항과 시내에 10곳 정도 밀집해 있다. ‘오름MTB’ 회원들이 주로 찾는 ‘자전거 탄 풍경’과 일반 MTB부터 초중급용 MTB 등 다양한 자전거를 대여하는 ‘제주MTB렌트’ 등이 유명하다. 대여 비용은 일반 자전거·MTB 기준 1일 7000~1만5000원, 초중급 MTB 기준 1일 1만5000~2만 원 선이다.

▶ 코스 문의 : 오름MTB cafe.daum.net/orummtb
▶ 자전거 대여 문의 : 자전거 탄 풍경 016-663-3614, 제주MTB렌트 064-725-0368 www.mtbren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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