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약~자전거~등산으로 이어지는 3종 경기
바다와 마을, 그리고 산으로 이어지는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는 3종 경기 <몽벨> ‘씨 투 서미트 2009(Sea To Summit 2009)’가 지난 9월19일부터 이틀간 일본 돗토리현(鳥取縣, Tottori) 요나고시(米子市, Yonago City)의 가이케(皆生, Kaike)에서 열렸다. 승부와 기록 경쟁보다는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린 축제로써 의미가 컸던 ‘씨 투 서미트’ 대회를 본지 김성중 기자가 다녀왔다. 10월호에 이어 그 생생한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가이케 해변에서 카약을 마친 선수들이 자전거 코스 시작점으로 모여 들었다. 카약은 전체 기록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본격적인 대회는 자전거 코스가 시작되는 체크포인트부터다.
선수들이 배번 순서에 따라 체크포인트에 설치된 기록체크기에 카드를 인식시킨 후 순차적으로 코스에 진입했다. 바다에는 여전히 거친 파도가 치고 있었지만, 내륙은 그와 상반되게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 있는 화창한 날씨였다.
구간별 체력 안배가 중요한 자전거 코스
▲ 자전거 코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전원의 풍광 속을 라이딩하고 있다. 내리막을 지나고 나면 등산 코스 시작점인 다이센 국립공원 주차장까지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이어진다. |
인왕당공원에서 약 4km 지점인 ‘다이센 종합 문화 체육센터’부터는 가파른 오르막이 이어졌다. 참가한 선수들도 점점 힘에 부치는 듯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했다. 고지가 점점 높아질수록 페달링도 느려졌다. 하지만 급경사를 이룬 가장 난코스 구간은 아직 시작도 안 한 상태라 체력 안배를 잘 해야 했다.
두 번째 체크포인트인 ‘다이센 청년의 집’부터 자전거 도착 지점인 다이센 국립공원 주차장까지 이어지는 8km 구간은 가장 급경사를 이룬 업힐 구간이었다. 힘에 부치는 선수들은 자전거를 끌면서 가기도 했고, 열심히 페달링을 하는 선수들도 땀을 비 오듯 쏟아내고 있었다.
자전거 코스가 진행된 지 1시간 남짓, 드디어 다이센 국립공원 주차장에 선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모두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됐지만, 쉴 새도 없이 거치대에 자전거를 두고 카드를 기록체크기에 인식시킨 후 곧바로 등산을 준비중인 팀원에게 건네주었다.
가파른 급경사를 이룬 다이센 등산로
▲ 자전거 코스 종착점인 다이센 국립공원 주차장에 도착한 선수 너머로 다이센의 능선이 펼쳐지고 있다. |
등산로로 들어서자 이색적인 광경이 눈에 띄었다. 공원지킴이들이 등산객에게 돌을 나눠주고 있었던 것이다. 화산인 다이센의 지형적 특성상 등산로 유실이 많아 돌을 가지고 올라가서 정상 부근이나 등산로 주변에 놓고 오라는 뜻이다.
다이센은 1950년 대 중반 일본에 등산 붐이 일기 시작하면서 많이 훼손됐다고 한다. 그 후 산을 지키자는 자각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때부터 ‘일목일석(一木一石)’ 운동이 시작됐다. ‘일목’은 나무를 심는 것이고, ‘일석’은 자연재해나 사람으로 인해 유실된 등산로를 복구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일목일석’ 운동 덕분에 자연이 많이 복원됐다고 한다. 이 운동을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주먹만한 돌을 배낭에 넣은 선수들이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했다. 어떤 이는 혼자서, 또 어떤 이는 가족과 함께 오르고 있었다. 연인으로 보이는 선수들끼리 오르는 모습도 보이고, 아이를 업고서 힘들게 올라가는 한 아빠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숲길을 따라 1.5km 정도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나자 갑자기 시야가 탁 트이면서 돗토리현과 바다가 펼쳐졌다. 바다와 마을, 그리고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것 같은 다이센의 날카로운 능선은 마치 한라산을 오르며 바라보는 풍광과 너무나 흡사했다.
다시 300m 정도 오르자 중간 대피소가 나오고, 운영진들이 식수를 나눠주고 있었다.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출발하는데, 대피소를 지나자마자 등산로 폭이 좁아지면서 병목 현상이 일어났다. 특히 이 날은 다른 때에 비해 병목 현상이 훨씬 두드러졌는데, 일본에서 5월에 있는 ‘골든 위크’와 비슷한 ‘실버 위크’라는 연휴가 겹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다이센을 찾아왔기 때문이다.
▲ 대회 코스를 모두 완주한 한국팀 선수들이 다이센 정상의 골인 지점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대피소에서 1시간 정도 가파른 돌계단을 올라가자 어느덧 다이센 정상이 눈앞이다. 다이센 정상 부근에는 삼삼오오 모여 휴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화산의 특징이 모두 그런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의 한라산과 쉼터나 정상의 풍경 등이 정말 비슷했다.
한국팀 전원 대회 코스 완주
MINI INTERVIEW 일본 <몽벨> 이사무 타츠노(辰野 勇, Isamu Tatsuno) 회장 “국제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습니다”
이번 대회의 큰 호응에 힘입어 앞으로도 <몽벨>은 ‘씨 투 서미트’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에는 한국에서도 ‘씨 투 서미트’ 대회가 열리기를 희망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 번 제주도를 현장 답사하기도 했는데, 다이센보다 더 훌륭한 요건을 갖추고 있어 대회를 열기에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배우고, 더 나아가 한국과 일본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새로운 아웃도어 문화로 자리 잡기를 기대합니다. 오디캠프 김영한 대표 최근 한국에도 아웃도어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국내에서도 ‘씨 투 서미트’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카약을 래프팅으로, 혹은 바다가 아닌 강이나 호수에서 진행하는 형식 등으로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만의 지형적 특징을 살린 새로운 자연 체험 대회로 거듭날 생각입니다. |
정상에 다다를 때 쯤 ‘GOAL’이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씨 투 서미트’의 마지막 결승점이다. 오사무 타츠노 회장이 결승점을 통과하는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젊어서부터 산악인으로 활동했던 그는 여전히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가진 것 같다.
한국팀도 하나 둘 결승점을 통과하더니 어느새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완주했다. 심지어 카약이나 자전거로 참여했던 선수들도 다이센 정상을 밟기 위해 오른 사람도 많았다. 아무래도 이번 대회의 상징인 다이센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나 보다.
대회를 마친 후에는 대회 취지에 걸맞게 기록에 우선을 두지 않은 시상식이 열렸다. 시상식은 종합 우승과 종목별 우승을 한 선수들을 제외하고 참가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이벤트적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팀별로 수상하는 특별상이 인상적이었다.
특별상을 받은 팀들 중에는 거리상으로 가장 멀리서 온 홋카이도(北海道)팀이라든지, 장애인으로 구성된 팀, 심지어 초중고 동창회 회원들로 구성된 팀도 있었다.이외에도 독특한 방식으로 참가자들에게 기념품을 주는 시상식도 눈에 띄었다.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대형 스크린을 갖추어 놓고 이사무 타츠노 회장의 ‘시작과 스톱’ 구령에 맞춰 룰렛 방식으로 추첨을 했는데, 이를 통해 많은 참가자들이 기록에 상관없이 당첨되는 기쁨을 누렸다.
‘씨 투 서미트’는 서로 웃고 즐기고 단합하는, 그러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하는 뜻 깊은 대회였다.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준 심포지엄이나 자연스럽게 자연의 순환을 체험하는 코스 설정 등은 기록 경쟁에 우선을 두는 대회 방식과 많이 달랐다.
무엇보다 수영, 자전거, 마라톤으로 이어지는 트라이애슬론과 달리 카약이라는 새로운 종목이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동호인들의 참여가 많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만큼 다양한 레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년에는 오디캠프(대표 김영한) 주최로 국내에서도 ‘씨 투 서미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자전거나 등산 동호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구가 적은 카약 동호인 확보, 그리고 모든 종목을 소화할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장소 선정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 아무튼 일본의 ‘씨 투 서미트’처럼 기록 경쟁보다도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자연과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대회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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