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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神이 가꾼 황홀한 비경
바람의 神이 가꾼 황홀한 비경
  • 글 사진·윤인혁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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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인혁의 지구 위를 걷다 | ② 파타고니아 피츠로이·세로또레 트레킹

▲ 트레킹 도중 바라본 피츠로이 전경.

남미 파타고니아 지역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산이 있다. 하나는 세로또레, 다른 하나는 피츠로이. 수만 년간 쉬지 않고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도 아랑곳 않고 우뚝 솟아있는 그 모습은 정말 경이롭다. 하여 전 세계의 뛰어난 등반가들뿐만 아니라 트레커들의 발길도 잦은 편이다.


엘 찰텐(El-Chalten)은 아주 작은 마을이다. 그러나 여러 활동의 기점이 되는 파타고니아 지역의 중요한 마을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는 등산용품으로 많이 알려진 피츠로이(Fitz Roy, 3,405m), 그리고 세로또레(Cerro Torre, 3,128m) 연봉이 바로 엘 찰텐에 있다.

▲ 트레킹 전후에 시원한 맥주 한잔 즐길 수 있는 엘 찰텐의 Aries Restaurant. 양고기 스테이크와 스파게티도 일품이다.
하나, 피츠로이 트레킹
칼라파데(Calafate)에서 엘 찰텐으로 오는 팜파스 초원 너머로 갑자기 나타나는 산이 피츠로이다. 원주민들은 피츠로이를 ‘연기를 내뿜는 산’라는 의미로 ‘엘 찰텐’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피츠로이 트레킹을 나서기 위해선 숙소에서 지도를 얻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다. 엘 찰텐의 어느 숙소에서든지 지도를 달라고 하면 기꺼이 지도를 주며, 친절히 트레킹 코스도 알려준다.

엘 찰텐 마을의 북쪽 끝으로 걸어가면 오른편으로 야영장이 있고 야영장 지나 마을이 끝이 난다. 마을 끝 지점에 이정표가 있다. 이 이정표엔 간단한 피츠로이 트레킹 개념도가 그려져 있는데 초입만 잡으면 피츠로이 아래까지 길을 잃을 걱정 없이 트레킹할 수 있다. 코스는 카프리(Cafri) 캠핑장과 리오블랑코(Rio Blanco) 캠핑장을 거쳐 로스 트레스까지 왕복38km를 걷는다.

산행을 시작하면 야생화가 만발한 작은 능선을 넘는다. 약간 경사가 있기 때문에 가쁜 숨을 몰아쉬어야 하는데, 이마에 땀을 한소큼 흘릴 때쯤이면 정면으로 멀리 피츠로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카프리 캠핑장까지 고도를 올리며 능선을 넘는데, 카프리 캠핑장을 지나고부터는 전망이 트이면서 천국 같은 길을 걷게 된다. 곳곳에 핀 야생화, 빙하물이 녹아 흘러내리는 냇물, 그리고 멀리 피츠로이 첨봉까지 눈은 잠시도 멈출 수가 없다.

▲ 피츠로이와 세로또레 트레킹 베이스캠프인 엘 찰텐 전경.

곳곳에 정확한 이정표와 화살표가 보인다. 심지어 사람이 다니는 길엔 발자국이 그려진 이정표, 말이 다니는 길엔 말발굽이 그려진 이정표까지 설치되어 있어서 이정표를 보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사진 찍는 포인트엔 친절하게 전망을 설명한 지도까지 설치되어 있으니 그야말로 트레킹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리오브랑코 캠프장에서 보는 피츠로이로는 성이 차지 않는다면, 로스트레스 호수(Laguna de los Tres)까지 트레킹한다. 로스트레스 호수는 로스트레스 빙하가 흘러나와 만들어진 빙하 호수로서 빙하 위로 솟은 피츠로이 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

마을에서 점심거리를 준비해서 산행에 나서야 한다. 야영장 가기 전에 있는 동네 매점에서 빵과 소시지 간단한 비스킷 등을 구입할 수 있다. 물은 곳곳에서 보충할 수 있으니 식수 걱정은 없다.
포장이 안 되어 있는 엘 찰텐에 내려오면 양고기 바베큐로 배를 채운다. 마을 곳곳에 근사한 레스토랑과 바가 있다. 식사 후에 피츠로이 등반 비디오를 보면서 맥주를 한 잔 해도 좋다.

▲ 야생화와 어우러진 피츠로이를 감상하며 걷는 트레커들.

둘, 세로또레 연봉 트레킹
한국에 <쎄로또레>라는 등산 장비 업체가 있는데, 대학산악부 재학생 시절에 선배님이 물려주셨던 <세로또레> 브랜드의 배낭을 메고 매주 북한산 인수봉을 오르내리던 기억이 난다. 그 <세로또레>가 남미의 파타고니아라는 곳에 있는 세로또레 산이란 사실을 안 것이 몇 년 전이다.

세로또레란 통칭 세로또레(Cerro Torre, 3,128m), 세로솔로(Cerro Solo 2,938m), 또레에거(Torre Egger, 2,900m) 이 세 산을 가리켜 일컫는다. 세로또레의 세 연봉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파이네의 토레 델 파이네에 버금가는 광경이다. 칼라파데에서 엘 찰텐으로 오는 길, 해 질녘 비에드마(Laguna Biedma) 호수에 비친 세로또레의 세 봉우리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산이다.

엘 찰텐 마을에선 세로또레 세 봉우리가 보이는데, 엘 찬텐의 중심가인 산마르틴 거리를 북쪽으로 걸어 알베르게 란초 그란데(Albergue Rancho Grande)를 지나 바로 왼쪽으로 꺾어진 곳에 피츠로이 강의 지류가 나타난다.

▲ 나무판으로 보기 쉽게 설치해놓은 전망대.

이곳이 등산로 입구인데, 마을주민들이 다니는 길이 여러 갈래로 나있어 초입 찾기가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럴 땐 걱정하지 말고, 세로또레 연봉이 보이는 곳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잡아 가면된다. 어느 방향에서건 피츠로이 강이 나오는데, 이 강을 지나고 나면 세로또레로 가는 트레킹 코스로 접어 들 수 있다.

피츠로이 강을 지나면 걷기 편한 쾌적한 길이 나온다. 또레 호수(Laguna Torre)에 오르면 세로또레 첨봉들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 또레호수에서는 또레 빙하(Glacier del Torre)를 건널 수 있는데, 단 가이드를 대동해야 한다.

세로또레와 피츠로이를 연결하는 트레킹 코스도 있기 때문에 캠핑 장비를 갖추고 야영하며 트레킹하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해마다 시즌에는 세계 각국에서 등반대들이 몰려온다. 등반 장비를 등에 지고 딸랑거리며 올라오는 당나귀들의 방울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첨봉들을 올려다본다.

▲ 로스토레스 호수와 어우러진 피츠로이 연봉.

▲ 또레 호수 위로 솟아 있는 세로또레 연봉.

윤인혁
| 경희대산악부 OB. 수차례의 히말라야 고산등반, 100여 차례의 트레킹을 하며 70여 개국을 여행했다. 트레킹·고산등반 전문여행사인 ‘세븐써미트’를 한국과 네팔에서 경영하고 있다. horgali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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