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에 떠있는 ‘동화의 나라’
북한강에 떠있는 ‘동화의 나라’
  • 글·김경선 기자|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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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푸마와 함께하는 KOREA TRAVEL 춘천 ② 남이섬 산책

▲ 남이섬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타세쿼이아 숲길. 낭만적인 숲길의 매력에 연인들의 단골 사진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둘레 5km의 작은 섬 나미나라공화국…호젓한 숲길 모두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

▲ 관광객들은 추위를 잊기 위해 뜨겁게 달궈진 솥 주위에 몰려들었다.
강원도 춘천 안에 또 다른 나라가 있다. ‘나미나라공화국’이다. 반달 모양의 작은 섬나라에는 한국사람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이 늘 차고 넘친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영향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문난 곳. 아름다운 숲길과 각종 갤러리,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이 작은 섬이 겨울의 운치로 빛나고 있다.


올 겨울 유난히 잦은 한파가 여행자들의 발길을 자꾸만 붙잡는다. 아무리 멋스러운 관광지라도 겨울만 되면 썰렁한 것도 뜨끈한 아랫목을 나서기 싫은 심리 때문 아닐까. 하지만 춘천 남이섬은 다르다. 겨울에 더욱 아름다운 남이섬은 북적이는 인파로 추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었다.

올 겨울 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 온 몸을 단단히 무장하고 남이섬으로 향했다. 낮 최고 기온이 섭씨 영하 10도를 밑도는 혹독한 추위에도 가평나루 선착장에는 관광객들이 북적거렸다. 겨울여행을 온 연인과 가족, 해외에서 찾아온 관광객들까지. 이 자그마한 섬이 가진 파워가 실로 대단하다.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정해진 운항시간이 없다. 고작 5분 남짓이면 섬에 닿으니 따로 시간을 정해놓는 것이 무의미한 듯했다. 금세 배가 남이나루에 도착했다. ‘나미나라공화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제일 먼저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작은 섬이지만 나미나라공화국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 남이섬은 초입부터 낭만의 정취로 관광객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남이섬 초입부터 겨울의 운치가 물씬 풍겨났다. 여전히 유진이와 준상이의 추억을 찾아드는 한류 관광객들은 많았지만 남이섬은 더 이상 ‘겨울연가’만의 섬이 아니었다. 그 자체로 빛나는 여행지로서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

▲ 북한강마저 꽁꽁 얼려버린 추위에 모터보트는 운행을 하지 않았다.

Welcome to 나미나라공화국
북한강에 떠 있는 남이섬은 면적 46만㎡, 둘레 5km의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 작은 섬에는 낭만과 운치가 가득하다. 메타세쿼이아숲, 전나무숲, 자작나무숲 등 호젓한 산책로를 비롯해 드라마 ‘겨울연가’의 로맨틱한 촬영지까지 어느 한 곳 무심히 지날 수없는 길들이 가득하다.

취재팀은 남이나루에서 ‘겨울연가’ 첫키스 장소로 향했다. 은행나무·은사시나무·자작나무가 길 양쪽으로 빽빽이 서있는 낭만적인 풍광에 추위도 모른 채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사실 남이섬은 홍수가 날 때만 고립되던 섬이었다. 그러던 것이 청평댐이 생긴 뒤 북한강에 둥실둥실 떠있는 온전한 섬으로 거듭났다. 처음에는 섬 전체가 온통 땅콩밭과 모래밭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1960년대 중반에 전 한국은행 총재였던 민병도 선생이 섬을 통째로 사들여 종합휴양지로 가꿨다.

▲ 남이섬에서 방목하고 있는 오리를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는 아이들.
민병도 선생의 노력으로 섬은 다양한 식생이 우거진 아름다운 휴양지로 거듭났다. 그러나 아름다움에 대한 대가도 톡톡히 치러야했다.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유명세를 얻으면서 대학생들의 MT 여행지로 각광을 받았고 무분별한 훼손이 계속돼 섬은 상처를 입었다. 이후 환경운동가이자 예술가인 강우현 씨를 사장으로 영입한 이후 남이섬은 문화와 자연이 공존하는 나미나라공화국으로 거듭났다. 대대적인 재정비로 숲을 살리자 섬에 새들이 모여들었고 수풀이 우거져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 준상이와 유진이가 교복을 입고 자전거를 타던 튤립나무길을 지나자 ‘겨울연가’ 첫키스 촬영지다. 넓은 공터 한쪽에 준상이와 유진이가 만들던 눈사람 모형이 앙증맞은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반긴다. 연인들의 단골 사진촬영지답게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모형 눈사람과 더불어 사진을 찍느라 추위마저 잊은 듯했다.

강변을 따라 수양벚나무군락지와 편백나무군락지를 지나자 섬 안쪽으로 길이 이어졌다. 산딸나무길을 잠시 따르니 나미나라공화국에서 가장 번화한 중심가다. 식당과 각종 아트숍, 갤러리와 공예체험공방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몰려있었다. 소음으로 늘 북적거리던 과거의 행락지 분위기가 사라지고 문화와 낭만이 가득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중심가는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생기가 흘러넘쳤다.

나마나라공화국은 동화의 나라 같다. 유럽의 예쁜 마을처럼 아기자기하고 앙증맞은 간판들은 자연과 이질감 없이 동화되었고, 상상력이 만들어 낸 시설물들은 재활용한 소품들로 멋스럽게 꾸며 놓았다. 다목적 문화공간 안데르센홀, 폐자재를 재활용한 레종갤러리, 유니세프 활동을 홍보하는 유니세프홀, YMCA생명터, 남이문화센터 등이 나미나라공화국의 소산물이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나미나라의 매력에 관광객들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섬 곳곳의 테마 숲길은 낭만이 가득
▲ 연인들은 추위에도 불구하고 커플 자전거를 타고 남이섬 구경에 나섰다.
남이섬의 가장 큰 매력은 숲길이다. ‘겨울연가’ 촬영지인 튤립나무길과 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로 통하는 메타세쿼이아길, 울창한 전나무숲과 아카시아나무길, 이 외에도 편백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 산딸나무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들이 길을 따라 계획적으로 심어져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섬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메타세쿼이아길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쭉쭉 뻗어 하늘마저 가려버린 늘씬한 메타세쿼이아길을 배경으로 사진촬영하는 관광객들의 표정이 재밌다. 풀쩍 뛰며 점프를 하는 사람부터 연인과 다정히 어깨동무를 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까지, 국적도 생김새도 제각각이지만 행복한 표정만큼은 한결 같았다.

메타세쿼이아길 끝에서 강변을 따르는 연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름처럼 행복한 연인들이 가득한 연인의 길은 나무데크길이 이어져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 삐걱대는 길을 따라 소박한 투투별장과 콘도별장을 지나자 섬의 남단이다.

▲ 일본 관광객들이 모닥불 주위에 앉아 언 몸을 녹이고 있다.

▲ 고즈넉한 분위기가 일품인 연인의 길에서 한 커플이 다정히 산책하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적인 미를 잘 살린 호텔 정관루가 자리하고 있었다. 섬을 둘러보는 데 반나절이면 충분하지만 별빛과 달빛,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남이섬의 색다른 밤을 즐기려는 관광객들로 정관루는 늘 만원이다.

남이섬을 돌아다닌 지 어느새 3시간, 매서운 추위에 온 몸이 꽁꽁 얼어붙었다. 관광객들도 잠시 추위를 잊기 위해 곳곳에 피워 놓은 모닥불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탁탁’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장작 곁에 앉아 잠시 언 몸을 녹인다.

겨울이 깊어질수록 남이섬은 하얀 설국으로 바뀌어 간다. 아이들은 새하얀 눈밭에서 한바탕 뒹굴며 동심을 마음껏 뽐내고, 일상에 찌들어 감성이 메말라버린 어른들도 동화 속 나라에서는 동심을 되찾는다. 이 겨울, 뜨끈한 아랫목을 버리고 잃어버렸던 동심을 찾아 남이섬으로 떠나보자. 나미나라공화국에서는 동화가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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