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밍 >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너를 그린다
< 허밍 > 네가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너를 그린다
  • 김경선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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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아웃도어 브랜드를 찾아라!
현대인들에게 영화는 삶의 여유이자 휴식이다. 주말이면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고, 평일에는 집에서 다운 받은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TV나 케이블 방송까지 따진다면 적어도 일주일에 한 두 편의 영화를 보게 되는 것이다. 평소 아웃도어에 관심이 많은 당신, 영화에서 익숙한 아웃도어 브랜드를 본 적이 있는가. 유심히 살펴보면 생각보다 많은 영화에서 아웃도어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다. 이번호에 소개된 9편의 영화를 찾아보자. 영화도 즐기고 아웃도어 브랜드도 찾을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편집자 주>

▲ 허밍국적(장르) : 한국 (멜로, 판타지)감독 : 박대영배우 : 한지혜, 이천희개봉년도 : 2008년브랜드 : <네파> <아레나> <버디>
“반짝반짝 별빛을 우리가 보게 될 즈음엔 정작 그 별은 이미 사라지고 난 후래. 수만 광년을 날아오는 동안 그 별은 빛만 남기고 사라지는 거야. 우리가 깨달았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는 사랑처럼.”

2000일 기념일을 코앞에 둔 미연과 준수는 말 그대로 오래된 연인이다. 대학시절 미연에게 반한 준수의 고백으로 시작된 두 사람은 풋풋하게 그리고 예쁘게 사랑한다. 하지만 시간은 미연을 보기만 해도 ‘설레던’ 준수의 심장을 ‘익숙하고 편안한’ 나아가서는 너무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지겨워’하게 만든다.

“나는 좋은 건 이렇게 해도 하나도 안 지겨워”라며 좋아하는 노래를 테이프 앞뒤로 녹음해 듣고 다니는 미연을 위해 “사랑해”라는 말을 가득 채운 테이프를 수줍게 선물하던 준수는 변치 않는 미연의 사랑과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결국 2000일을 앞 둔 어느 날, 그는 해양연구소 연구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서울에서 1만7000킬로미터 떨어진 세종남극기지에 지원하는 것으로 미연을 떠나려한다.

다이빙 강사인 미연은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뜨겁다. 시간이 더하면 더해질수록 그의 사랑은 진해지고 그와의 추억에 새겨진 모든 것을 실현시키고자 한다. 늙은 노부부가 인수봉에 올랐다는 기사를 보고 “정말 사랑하나 보다. 나중에 늙으면 우리도 같이 인수봉에 가자”던 준수의 말을 기억해 두곤, 이를 위해 준수와 함께 클라이밍을 배우는 식으로 말이다.

미연의 열정을 사랑했지만 변해버린 준수에게는 이 모든 것이 버겁기만 한데, 미연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는 ‘에반스 매듭’을 설명하며 즐거워한다. 교수형 매듭으로도 부르는 에반스 매듭은 이 둘의 관계를 설명하는 또 하나의 복선 같기도 하다.

사랑은 무선햄을 타고 퍼져간다
미연과 준수가 스포츠클라이밍 교육을 받는 것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곳곳에 다이빙, 자전거, 무선햄까지 등장해 평범한 연인의 일상을 다이나믹하게 그려낸다. 준수와 인수봉에 오르기 위한 클라이밍 장면에는 MC몽 등을 모델로 해 젊은층에게 어필하고 있는 <네파> 의류가, 남극에 가겠다는 준수에게 무선햄을 전하기 위해 달려가는 장면에서는 독일제 미니벨로 <버디>가 보인다. 앙증맞은 노란 미니벨로 <버디>를 타고 준수에게 가던 미연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준수는 후회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일 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뇌사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 미연과는 달리 평소와 다름없는 미연이 자꾸 준수 앞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준수는 “엄청 무서운 꿈을 꾸었다”며 미연을 와락 안지만 미연은 살며시 웃을 뿐이다. 과연 어느 것이 현실일까.

또 하나의 미연이 있다고 믿게 된 준수는 “미연을 보면 연락 달라”고 주변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사람들은 충격에 빠진 그를 안쓰러워한다. 다이빙 강사인 미연의 학생들을 만나는 수영장에서는 <아레나> 수영복이 보인다.

2000일을 앞두고 그냥 가버릴 수 없어서였을까. 자책하는 준수의 마음을 덜어주고 싶어서였을까. 미연은 준수에게 2000일 기념일, 12시에 북한산 인수봉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남긴다. 준수는 언젠가 미연이 가르쳐 주던 ‘보울라인 매듭’을 기억해 내고는, 벽에 바싹 붙어 인수봉에 오른다.

그리고 그렇게 그리워하던 미연은 자책하는 준수에게 고마웠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한다. 왜,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걸까. 너무나 당연해서 익숙해져 버린 일상의 한 조각을 떼어다가 가만히 살펴보자. 너무 늦기 전에 마음을 전해야 하는 사람, 지금 이곳에도 분명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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