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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철학을 관통하는 전시,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
깊은 철학을 관통하는 전시,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
  • 임효진 기자 | 자료제공 코바나컨텐츠
  • 승인 2018.01.19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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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없는 인생과 연약한 인간 실존을 고민

현대인들을 표현할 때 지식은 많아졌지만 운동량이 부족한 걸 빗대서 머리는 크고, 몸은 가늘게 표현한다. 그럴싸했다. 그런데 누군가는 인간의 내면을 아주 불안하고 연약한 존재로 보고 마치 못처럼 가늘게 표현했다.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다. 언젠간 미술 교과서에서 보았던 것 같은 <걸어가는 사람>이 그의 작품이다.

프랑스 국보로 지정된 이 작품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전이다. 예술에 문외한인 에디터에게 조각은 그 어떤 예술보다 더 어려운 영역. 하지만 전시장 초입에 그도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게 조각이어서 조각을 시작했다’는 말이 감상하는 마음을 조금 편안하게 해준다.

전시를 다 보고 나면 조각 전시를 감상했다기보다는 하나의 거대한 철학 이론을 관통한 것 같은 느낌이다. 그가 고민했던 지점, 그가 살았던 방식 모두 낯설지만 그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의 고민과 만나게 된다. 그가 사랑을 대하는 아주 꾸밈없는 자세를 통해서 내 사랑은 진실된 지, 나와, 상대방을 객관적인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사람을 보고 실물 크기로 만들고자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에는 못만큼 작아졌다는 그의 말 앞에서는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실물로 보이는 키가 180m가 넘더라도 그가 보기에 인간은 못처럼 작고 가냘픈 존재였으리라.
우리가 눈으로 보는 모습이 진실일까. 인간은 때때로 영원히 살 것처럼 탐욕을 갖고, 스스로 대단하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아주 작은 일로도 얼마든지 쓰러질 수 있는, 그리고 오늘 삶이 끝날 수도 있는 지구상의 가장 연약하고 보편적인 생명체 중 하나가 아닌가.

그의 인생, 그의 주변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서 자연스럽게 구성된 전시를 마치고 나면, 마지막에 하이라이트가 기다리고 있다. 검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걸어가는 사람>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 방석이 놓여 있어 얼마든지 시간을 두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머리와 몸, 팔, 다리는 가냘프게 표현했지만 커다란 발로 힘차게 걸어가는 보폭을 표현한 작품을 통해 덧없는 인생과 연약한 인간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는 실패하였는가?
그렇다면 더욱 성공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좀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순간을 경험하게 된다.
만약 이것이 하나의 환상같은 감정일지라도
무언가 새로운 것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

이번 서울 전시는 석고 원본 15점을 포함해 걸작선으로 선정된 120여 개 작품이 선보이며, 그중 ‘걸어가는 사람’ 원본 작품은 아시아 최초 공개로 더욱 그 의미가 특별하다. 작가의 초기 시절부터 말기 작품을 조명하며 그의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1960~1965)동안의 그의 예술적 성취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작가는 생명의 핵심을 인간의 시선이라고 생각해 사람의 두상 작업에 평생을 바쳤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 걸작에 속하는 디에고 상과 아네트 상의 중요 작품들이 전부 전시된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할 수 없다. 전시는 4월 15일까지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
일시 ~ 2018년 4월 15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1층
관람요금 성인 1만6천원, 청소년 1만원, 어린이 8천원
관람시간 동절기(11월~2월) : 11:00 ~ 19:00 (입장마감 18:20)
하절기(3월~10월) : 11:00 ~ 20:00 (입장마감 19:20)
휴관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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