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된 자동차, 컨티뉴
가방이 된 자동차, 컨티뉴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7.12.20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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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링 브랜드 2

자동차 가죽 시트와 안전벨트 등을 이용해 가방, 지갑을 만드는 컨티뉴CONTINEW. 최이현 대표가 창업한 모어댄의 대표 브랜드로 ‘지속하다’는 뜻의 CONTINUE와 ‘새로운’이란 뜻의 NEW가 합쳐진 말이다.

영국 리즈대학교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하며 ‘코퍼레이트 커뮤니케이션 (corporate communication)’을 전공한 최이현 대표. 그가 전공한 분야는 기업이 생산·판매 과정에서 일으키는 문제를 인식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며 환경과 인간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는 많은 회사 중 국내 자동차 브랜드에 주목했다.

자동차 회사가 어떤 지속가능한 사회적 책임을 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생산 과정부터 폐차 과정까지 모니터링 했고 생산될 때 폐기물과 폐차될 때 폐기물과 겹친다는 걸 발견했다. 재활용할 수 없는 가죽이었다.

“자동차 1대를 만드는데 약 소 18마리의 가죽이 들어가요. 여기에 실제로 쓰이는 부분은 약 소 2마리분이고요. 사람이 자주 앉았다 일어나야 해서 마찰·고온·습기에 강하고, 내구성이 튼튼해 수명이 40년 이상인 제품을 사용하죠. 최고급 가죽 제품으로 여느 명품 가방을 만드는 가죽보다도 단가가 4배 이상 비싸요. 하지만 재활용할 수 없어 대부분 버려졌죠.”

가죽은 대표적으로 재활용이 안 되는 제품. 심지어 소각도 할 수 없고 매립만 된다. 최이현 대표는 이 가죽으로 가방을 만들면 어떨까 고민했다. 물론 디자이너 경력이나 가방을 만들어 본 경험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약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국내 유명 브랜드들이 업사이클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사실 거의 리폼 수준이에요. 업사이클 잡화 스타트업 회사들도 창업자가 직접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제가 보기에는 제품의 질과 생산성이 매우 낮다고 봐요. 숙련자가 아니기 때문에 재봉하는 기술이 뛰어나지 않은데 또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가격은 비싸죠. 의미가 아무리 좋아도 제품이 좋아야 소비자가 산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제대로 된 가방을 만들자고 생각했고, 국내외 유명 브랜드에서 근무하며 40년 넘게 가방을 만들어 온 장인들을 섭외했어요. MCM, 샘소나이트, 루이까또즈, 빈폴, 금강 제품을 만들던 분들이시죠. 저희의 경쟁 브랜드는 업사이클 브랜드가 아닌 시중의 신발, 가죽 가방 명품 브랜드예요.”

보통 샘플을 1회 제작하는 데 반해 컨티뉴는 최대 15회까지 제작한다. 조금 더 새롭고, 조금 더 편리하고 세련된 제품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투자다.

“내부 수납공간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수납공간은 필요하지만 복잡하면 안 되죠. 그래서 꼭 필요한 만큼 넣기 위해 노력해요. 최근에는 작은 카메라를 일상적으로 들고 다니는 트렌드를 반영해 카메라 파우치를 넣는 공간을 따로 만들었어요.”

대부분의 브랜드 영업 전략은 잘 팔리는 제품은 세일을 안 한다.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높은 수익을 유도하는 방법. 하지만 컨티뉴의 방식은 조금 다르다. 처음에 적정 가격을 책정해서 팔았던 제품이 잘 팔리면 오히려 가격을 내리는 방식이다. 잘 팔리면 대량 생산이 가능해 그만큼 생산 단가가 내려가고, 내려간 만큼 할인한다.

“먼저 산 분들은 억울하실 수 있지만, 저희 방침이에요. 저희는 비싸게 파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슬링백의 경우 처음에 9만9천원이었지만 반응이 좋아 잘 팔렸고 지금은 5만9천원에 판매하고 있어요. 지갑도 5만원대 제품을 3만원대로 내렸고요. 그래서 오히려 저희 제품을 더 신뢰하고 좋아해 주시는 고객들이 있어요.”

최이현 대표의 말은 허세가 아니다. 스타트업 업사이클 브랜드 사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는 컨티뉴는 얼마 전 고양 스타필드에 매장도 오픈했다. 난다 긴다 하는 브랜드 매장 사이에 입점해 가장 높은 월 매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창업을 목적으로 하는 스타트업 회사 지원자들 중 처음에 성과가 나오지 않아 다른 곳에 지원을 더 받으려고 한다던가 다른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처음 마음 그대로 한 가지에 집중하면서 묵묵히 가다 보면 성과가 반드시 나고, 회사가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요. 자신이 선보이고 싶은 제품에 목적으로 두고 성실하게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최이현 대표도 2년 가까이 수익을 내지 못해 힘든 시간을 가졌지만 처음 결심을 밀고 나가면서 노력하다 보니 투자와 협업이 이어졌다. 앞으로는 자동차 가죽 시트를 이용해 작업화, 축구화 등 신발도 제작할 예정이다. 가방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에 대한 고민도 진행 중이다.

“컨티뉴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 대한 공장 모니터링을 했더니 저희가 또 폐기물을 만들고 있더라고요. 폐기물을 0으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했고, 가죽에 라텍스를 섞어 재생가죽으로 만들어 폐기물을 0으로 만들 수 있었어요.”

외국 수출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 스웨덴, 독일, 핀란드, 싱가포르 등 15개 나라에 수출하고 있고, 내년에는 지구의 날인 4월 22일 미국 LA 다운타운에 매장을 오픈한다. “저는 처음에는 브랜드를 외국에서 먼저 론칭하려고 했었어요. 제휴 제안이 와서 국내에 먼저 론칭했지만 저의 목표는 세계무대예요. 무엇보다 업사이클 제품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고급 가방 브랜드 제품이랑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고, 품질은 더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앞으로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컨티뉴 제품을 보고 싶어요. 가장 환경적인 잡화류, 보고 배울 수 있는 회사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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