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클리프, 우산으로 만든 지갑
큐클리프, 우산으로 만든 지갑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7.12.17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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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사이클 브랜드, 재활용을 넘어 새활용으로

우리는 매일 쓰레기를 만든다. 우리가 버린 물건은 땅에 묻히거나 태워진다. 내가 버린 쓰레기가 땅에서 흙이 되기까지는 몇백 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쓰레기를 태울 때는 시커먼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 다시 내 숨으로 돌아온다.

감당할 수 없이 넘쳐나는 쓰레기에 대한 대안으로 폐기물 발생을 억제하고(REDUDE), 폐기물을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E)하는 방안이 이뤄졌다. 하지만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역시 막대한 에너지 자원이 투입됐고, 오염물질이 배출됐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순환자원은 천연자원보다 품질이 저하되기 일쑤였다. 물질의 수평순환 혹은 하향순환에 그친 재활용을 넘어선 연금술이 필요했다.

업사이클이다. 리사이클은 종이를 재활용해 재생휴지를 만들고, 다 쓴 유리병을 녹여 다른 형태의 유리병을 만드는 거라면, 업사이클은 유리병을 유리병이 아닌 완전히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걸 말한다. 대표적인 예가 트럭용 방수천과 자동차 안전벨트로 가방을 만드는 프라이탁이다. 플라스틱에서 원사를 뽑아 티셔츠를 만드는 파타고니아 제품도 대표적인 업사이클 제품이다.

국내에도 눈에 띄는 업사이클 브랜드가 있다. 자동차 시트를 새활용해 가방을 만드는 컨티뉴, 소방호스로 가방을 만드는 파이어마커스, 우산으로 지갑과 사코슈백을 만드는 큐클리프다.

큐클리프, 우산으로 만든 지갑
아마 한 번쯤 우산을 잃어버렸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 1개 구에서 일주일에 약 1톤가량의 우산이 버려진다. 아끼던 우산이 망가졌던 큐클리프 우연정 대표도 차마 그 우산을 버리지 못하고 다른 걸 만들어 볼 수 없을까 생각하다 찢어진 천으로 작은 가방을 만들었다.

업사이클의 영문자를 재조합한 큐클리프CUECLYP는 버려진 우산 천으로 지갑과 사코슈 같은 작은 가방을 주로 제작한다. 가방 디자이너인 우연정 대표와 홈쇼핑 MD였던 이윤호 대표가 손수 우산에서 천만 수거해 만든다.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해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참신한 것을 좋아하고요. 가방 디자인을 하다가 프라이탁이라는 브랜드를 알고 깜짝 놀랐어요. 제가 만드는 가방과 의미가 매우 달랐어요. 그때부터 저도 사회적 기업이나 업사이클에 관심을 갖고 소재와 디자인을 구상했어요.”

새로운 소재를 찾아 디자인을 구상하던 중 그들 눈에 들어온 건 우산이었다. 하지만 우산 천으로 새로운 걸 만든다는 건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멀쩡한 형태로 버려졌더라도 대부분 천에 물때가 끼어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은 제한적이다.

“우산 천으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는 전 세계에 없을 거예요. 제가 알기로는 저희가 유일하게 우산 천으로 업사이클 제품을 만들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보람을 느끼고 재미있어요”

우산이 지갑이 되기까지는 두 대표의 손을 일일이 거친다. 먼저 우산을 수거해 쓸 수 있는 것을 선별하고, 세탁한 후 건조, 다림질을 거쳐 때에 따라 원단 보강 작업을 거친다. 마지막으로 손 재단을 한 후 재봉은 공장에서 마무리한다.

“보통 하나의 우산이 지갑이나 작은 백이 되기까지는 1주일에서 2주일까지 시간이 걸려요. 수거해서 원단을 보강하기 까지 작업이 까다로운 편이죠. 또 한번 버려졌던 것이기 때문에 다시 버려지지 않았으면 해서 튼튼하고 꼼꼼하게 만들려고 해요. 작업할 때 마음에 드는 디자인이 나오면 제일 뿌듯해요.”

큐클리프의 로고는 우산 픽토그램이지만 또 다르게 보면 구름에 해가 뜨는 모양으로도 보인다. 폐자원을 업사이클해 희망을 만든다는 뜻이 담겨있다.

“새로운 소재도 찾고 여러 가지 시도도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건물 외벽 포스터인 메쉬 타폴린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소량이지만 대만에 수출도 하고, 브랜드 나우와 협업도 진행합니다. 내년엔 가방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숄더, 크로스, 백팩, 일상 생활에 필요한 제품으로요. 옥수수로 만든 친환경 원사나 페트병을 재활용한 원사를 활용할 방법도 고민 중입니다.”

큐클리프 제품은 온라인 홈페이지나 오프라인에서는 무신사, 오브젝트, 홀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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