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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용 수력발전기 만드는 박혜린 대표작지만 커다란 가치를 지닌 '이노마드 우노'…라이프 스타일 체인저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7.12.07 06:59
  • 호수 152
  • 댓글 0

적절한 곳에 적당한 에너지를 쓰는 문화의 선구자. The Great Small, 작지만 커다란 가치를 지닌, 생산보다 수요 중심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이노마드의 박혜린 대표를 만나봤다.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와 이노마드 우노

이노마드를 소개해주세요.
이노마드는 휴대용 수력 발전기를 만드는 3년 차 스타트업입니다. ‘어디서나 전기를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자유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노마드 우노’를 만들었습니다. 2006년 인도를 여행할 때 몸과 마음이 지쳐 한 마을에 들렀어요. 마을 아이에게 카메라를 빌려줬죠. 아이가 찍은 사진을 확인해 보니 사진작가처럼 잘 찍었어요. 카메라를 선물하고자 했는데, 그곳에서는 전기가 없어 카메라를 충전할 수 없었어요. 안타까웠죠. 제가 나고 자란 한국에서는 상상 못 할 일이었으니까요. 그때부터 재생 에너지에 관심 두게 됐어요.

계곡에서 에너지를 생산중인 이노마드 우노

불균형한 에너지 수급에 대한 관심으로 학회와 포럼에 참여해 전문적인 지식을 쌓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동료 개발자와 2015년에 이노마드를 창업했어요. 이노마드는 에너지energy와 유목민인 노마드nomad의 합성어로 ‘어디서나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뜻입니다.

이노마드 박혜린 대표와 이노마드 우노

이노마드 우노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이노마드 우노’는 흐르는 물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드는 발전기입니다. 유속이 잔잔한 곳에 4시간 30분간 넣어두면 스마트폰 2대를 충전할 수 있죠. 터빈이 돌아가면서 에너지를 만들고 충전량에 따라 빨간색, 하늘색, 파란색, 초록색 띠가 연결 부분에 나타납니다. 배터리와 USB를 연결해 다양한 전자 제품을 충전할 수 있고, 랜턴으로도 활용됩니다.

특별히 수력 발전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기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도 스마트폰을 사용하죠. 하지만 전기 사용이 쉽지 않죠. 물은 언제 어디서나 주변에서 구할 수 있어요. 오지에서도 오프 더 그리드(전기·상하수도·도시가스 등 공적 시스템에서 벗어난 생활방식) 지역에서도 자원을 직접 활용할 수 있는 물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스마트폰 충전을 키워드로 내세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발전기로 스마트폰을 충전한다는 것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에요. 발전기를 비즈니스화하기 위해 표준화된 모델이 나와야 하고, 표준 모델이 스마트폰 충전기일 뿐이죠. 고객의 수요에 맞춰 스마트폰 충전기를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충전의 의미보다 물에서 에너지를 얻어 전기를 만든다는 데 강점을 두고 싶어요. 그래서 첫 번째 시장 타겟을 아웃도어 피플로 잡았죠. 그들은 자연을 보호하려는 욕구도 크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책무를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제품의 가치를 잘 이해하거든요.

이노마드 우노

이노마드 우노가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주나요?
고정적인 유속을 가진 청계천에서 시연 테스트를 했어요. 외부의 의견을 듣고 싶어 몇 달간 서울시에 부탁한 끝에 3개월간 오후 1시~11시 설치 허가를 받았죠. 많은 사람이 몰려와 구경하기도 하고 중국 CCTV, 미국 CNN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어요.

저녁 시간이 되면 배터리에 블루투스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틀어놓곤 했는데, 직장인들이 퇴근 후 청계천에서 음악을 들으며 샌드위치를 먹고 책을 읽더라고요. 때로는 설치에 관련된 조언을 해주기도 했죠. 이전에는 지나쳤을 공간이 발전기 하나로 쉴 수 있는 곳이 됐어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에 우노가 스며들어 새로운 문화를 만든 거죠. 그것이 바로 이노마드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이노마드 우노의 터빈

슬럼프가 있었나요?
여성이 제조업에, 그것도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에너지 사업에 뛰어든다는 것은 기존 세대가 보기에 불가능해 보였나 봐요. 그래서 창업 초기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모든 이야기를 수용하며 나아갈 수 없었어요. 철저히 고객이 주는 이야기만 받아들게 됐죠. 겁나는 발언을 들어도 뚝심 있게 제 뜻을 밀고 나갔습니다.

개발하기까지의 시행착오를 견딜 수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세요.
제 자산은 부모님의 응원입니다.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아버지는 지리산 종주를 권유하셨어요. 그만큼 자립심과 독립심을 길러주셨죠. 이런 교육관이 여자로서 받는 사회적인 제한을 넘어설 수 있게 해주었어요. “여자가 어떻게 스타트업을 할 수 있냐”라는 눈초리를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남성들보다 더 열심히 해 인정받았어요. 물론 이런 과정을 견디기가 녹록지 않았죠. 하지만 투자를 해 주신 분들은 오히려 여자이기에 새로운 시각으로 산업에 접근할 수 있다고 힘을 실어주셨어요.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활동하는 디쓰리쥬빌리의 이덕준 대표님이 “세심하고 디테일함이 남자 중심에서 생각해오던 산업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한다”라고 하시며 투자를 해주셨죠. 이노마드의 발전과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이 대표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노마드 우노 배터리

앞으로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우리는 앞선 세대의 노력으로 혜택을 누리고 있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는 꿈도 못 꿀 일을 제가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다음 세대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현재는 에너지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 영역을 좀 더 확장해 재활용 또는 자원에 관한 일을 할 예정입니다.

아직 공과 사의 경계가 없어요. 일하는 것이 하루이자 인생이 됐죠. 오롯이 개인으로서 박혜린의 인생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고민 중입니다. 이노마드 박혜린의 삶을 살다 보니 원래 좋아하던 것들을 잃어버린 것 같아 찾아가려고 노력 중입니다.

박신영 기자  shin025@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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