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사건, 내가 마추픽추에 가다니
대박사건, 내가 마추픽추에 가다니
  • 김정화 기자
  • 승인 2017.11.24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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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연휴맞이 탈출기… 안데스 산맥의 숨겨진 도시

때때로 믿어지지 않는 일이 일어난다. 로또가 될 수도 있고 대단한 행운이 오기도 한다. 혹은 상상만 했던 일이 벌어지거나. 나에게 마추픽추가 그러했다. 어릴 때부터 ‘가볼 수나 있을까?’ 싶었던 곳이고 너무나 멀어 여행지로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추석, 무척 길다는 걸 2016년에 알았다. 놓칠 수 없었다. 어디가지? 여행은 가야겠고 가보지 못한 곳은 너무나 많았다. 그렇게 얼떨결에 정말로 마추픽추를 가기로 했고 다녀왔다.

한편의 시처럼 펼쳐진 마추픽추.

여행을 준비하면 늘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항공권만 사면 다 했지’ 이번 여행은 전 직장 친구와 함께했다. 같이 일한 시간은 짧았지만 각자 길을 간 이후에도 잘 지냈다. 이 친구도 솔찬히 여행 다니는 걸 좋아했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2017년 추석이 길다 한들, 장거리 여행은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다. 우리 둘 다 어디 가고는 싶은데 남미를 혼자가기엔 좀 무서웠다. 밥을 먹으며 이야기 하다 “추석 때 여행갈래?” 한 마디에 추석 민족 대탈출 행렬에 끼기로 했다. 2017년 초에 항공권을 덜컥 끊어버렸고 정신 차리고 보니 출국 한 달 전이었다. 부랴부랴 남은 여정 준비를 시작했다.

안데스 산맥에 숨은 공중도시 마추픽추.

숲속에 숨겨져 있던 공중도시
흔히 마추픽추를 ‘잃어버린 공중도시’라고 부른다. 이곳을 발견한 사람은 예일 대학 교수이자 라틴아메리카 역사 전문가인 히럼 빙엄. 그는 남미를 탐험하다 운 좋게 원주민 안내인의 인도를 받아 외부로부터 잊힌 마추픽추를 발견했고 세상에 알렸다.

안데스 산맥 높고 깊은 곳에 어떻게 지었는지 어떤 도시인지 알려진 이야기가 없다. 다만 15세기 잉카인들이 만들었다는 것을 ‘정설’로 인정받을 뿐이다. 사실 이것도 ‘설’이지 정확한 사실은 아니다. 여길 둘러싼 많은 추측들이 있지만 이 많은 돌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으며, 정교하게 쌓은 방식들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여러 추측 중 외계인이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크고 많은 돌을 그 높은 곳까지 어떻게 옮겼을지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마푸픽추에서 만난 라마.
마추픽추로 향하는 사람들.

미리 준비한 자만 갈 수 있는 곳
마추픽추를 가기 전엔 입장 예매가 필수다. 2016년 유네스코 지정 ‘위기에 처한 세계유산’이 되면서 입장객 수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마추피추 입장은 오전과 오후로 나눠 입장한다. 마추픽추와 함께 많이 선택하는 와이나픽추는 시간 별로 200~400명 한정으로 입장가능하다. 와이나픽추 입장권은 빠르게 매진되기 때문에 최소 2달 전에는 예약해야 한다. 우리는 매진으로 마추픽추 입장권만 구매할 수 있었다. 참, 마추픽추로 이동하는 기차 역시 미리 예매해야한다. 전 세계 사람들이 찾는 곳 인만큼 원하는 시간대 기차를 찾기란 쉽지 않다.

모레이

말로만 듣던 고산병
여행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본 글은 ‘고산병 때문에 정말 힘들게 올라갔다’, ‘일정을 포기했다’ 등의 후기였다. 그래서 ‘못 올라가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에서 겪어볼 수 없는 병인데다가 사람마다 겪는 그 강도가 달라 겁났다. 고산병은 마추픽추에 가기 전 쿠스코에서 먼저 왔고, 다행히 약 먹고 밥 잘 먹고 푹 쉬니까 싸악 나았다. 빠르게 적응해서 고산 체질인가 싶었다. 사실 아프기 싫어서 홍삼도 챙겨가고 비타민도 고산병 약도 꼬박꼬박 먹었다. 그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걱정했던 것 보다 힘들진 않았다. 실제 마추픽추 오를 때다소 숨이 차긴 했다. 솔직히 이건 운동부족인 것 같았다.

멀고 먼 그곳에 마추픽추가 있었어요
길고 긴 이동을 했다. 인천에서 LA, 리마를 찍고 쿠스코까지 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쿠스코에서 마추픽추를 오르는 베이스캠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또 가야한다. 미리 말하건데 여기서 또 버스를 타고 올라간다. 마을에서 마추픽추까지 트레킹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버스를 이용한다. 약 30분간 꼬불거리는 길을 올라가면 마추픽추 입구에 다다른다.

살리네스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이 올라왔다. 입구가 열리기 전이지만 입장 줄은 이미 만원. 떨려왔다. 여길 진짜 오다니. 줄서 있던 여행객들 모두가 설레는 표정이었다. 새벽하늘은 걷히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마추픽추 세계에 입장할 시간이었다.

입구에서 2~30분간만 올라가면 고대도시,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 모른다는 도시 마추픽추가 나타난다. 그동안 사진, 다큐멘터리 등에서나 봤던 그 도시가 눈앞에 있었다. 영화 세트장인가 싶을 만큼 정돈된 모습. 아찔한 산 중턱과 견고하게 쌓은 건물들, 그 사이를 뛰노는 라마까지. 막연하게 언젠가 가보겠다는 그곳에 정말 내가 서있었다. 불그스름한 아침 해가 마추픽추를 비추는 모습에서 문득 잉카인들이 왜 태양을 숭배했는지 알 것 만 같았다.

마추픽추를 멀리서 한 눈에 내려다보고 싶어 선 게이트를 올라가기로 했다. 와이나픽추 예매 실패가 조금 아쉬웠기 때문이다. 선 게이트는 기본 입장권에 포함되어 있는 곳이다. 나중에 알았는데 선 게이트에서 보는 일출이 장관이라고 하더라. 왜 이름이 선 게이트인지 그제야 이해가 됐다.

전통시장

얼마나 올라가야 도착하는지, 거리는 얼마나 먼지 등 알려주는 이정표가 없어 멀리 보이는 목적지 하나만 보고 걸었다. 잠도 충분히 못자고 공복상태에서 계속 걸으니 급격히 컨디션이 나빠져 선 게이트 끝까지 가는 건 접었다. 적당히 잘 보이는 곳을 찾아 그곳에 앉아 한참 내려다 봤다. 잉카인들은 해발 2400m에 신전과 집을 짓고 옥수수, 감자 등을 지으며 살았다고 한다. 이 높은 곳에 무엇 때문에 올라왔을까, 왜 굳이 이런 첩첩산중에 지었을까, 태양을 숭배하니 해바라기처럼 자연스럽게 올라 왔을지도 모르겠다.

화사한 볼거리가 가득한 시장.

쿠스코, 근교 돌아보기
페루 일정은 리마 → 쿠스코 → 성스러운 계곡 투어 →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 마추픽추 → 쿠스코 → 리마였다. 성스러운 계곡 투어의 코스는 쿠스코에서 출발 친체로, 모라이, 살리네라스, 오얀따이땀보로 이어진다. 여행사

에서 준비한 밴을 타고 이동한다. 오얀따이땀보에서 잉카레일, 페루레일 등을 이용해 아구아스 칼리엔테스까지 갈 수 있다.

아르마스 광장
광장을 메운 인파.

근교투어 ① 친체로
쿠스코 시내에서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 옛 잉카 모습이 남아 있다. 잉카 토속신앙과 스페인에서 들어온 카톨릭 양식이 혼합된 성당을 볼 수 있다. 입구에서부터 현지인들이 만든 다양한 기념품들을 판매한다.

근교투어 ② 모라이
아래서부터 원형으로 퍼져나가는 계단식 경작지. 잉카인들의 농업 연구소로, 고도에 따라 달라지는 온도를 이용해 각각 다른 작물을 심었다고. 혹은 로마의 콜로세움처럼 원형극장일지 모른다는 설명도 있다.

근교투어 ③ 살리네라스
산 중턱에 있는 염전. 소금계곡이라고도 부른다. 과거 바다였던 지형이 지각변동으로 인해 융기해서 생긴 곳이다. 옛 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며 염전은 계속 확장 중이라고.

근교투어 ④ 오얀따이땀보
성스러운 계곡의 중심이 되는 마을. 쿠스코에 이어 제2의 도시로 계단식 경작지와 곡물 보관창고, 신전 등의 터가 남아있다. 이곳 역시 돌을 깎고 끼우는 방식으로 도시를 세웠다.

쿠스코 둘러보기 ① 아르마스 광장
쿠스코의 중심. 박물관, 여행사, 레스토랑, 기차 사무소 등이 모여 있다. 잘 가꿔져 있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좋다. 늦은 밤에도 여는 가게들이 있다. 잉카 건물을 토대로 스페인 스타일의 건물들이 많아 유럽에 온 듯한 느낌도 든다. 광장과 멀지 않은 곳에 12각돌을 볼 수 있다.

쿠스코 둘러보기 ② 산 페드로 시장
기념품은 역시 흥정이 제 맛. 물품은 대체로 비슷하다. 가게마다 돌아보며 시세를 확인하고 흥정을 시작한다. 산 페드로 시장이 비교적 저렴했고 물품도 다양해 못 산 게 있다면 마지막으로 들려 구매하기 좋다.

쿠스코 둘러보기 ③ 코리칸차
잉카시대에 신전으로 사용되던 곳. 스페인이 정복하면서 이곳 일부를 허물고 성당을 세웠다. 건물 곳곳이 금으로 덮여있었는데 정복자가 녹여서 다 본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지금은 잉카문명을 설명하는 것들과 현대미술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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