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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라인 스케이트타고 한반도 여행서귀득·루카 메자로바 Luca Mezzarobba 부부 인터뷰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7.10.03 06:59
  • 호수 150
  • 댓글 2

이탈리안 셰프인 남자는 자전거를 타고 케냐에서 남아공으로 가던 길이었다. 여자는 반대로 오토바이를 타고 남아공에서 케냐로 가던 길, 둘은 중간 지점인 잠비아에서 마주쳤다. 좀처럼 혼자 다니는 여행자를 찾아볼 수 없는 아프리카에서 둘은 비슷한 서로의 모습이 친근했고, 상대가 궁금했다.

사진제공 서귀득

‘파바박’ 눈에서 불꽃이 튀면서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느냐고? 둘은 좋은 기억을 안고 각자 예정됐던 길을 떠났다.

사진제공 서귀득

여행을 마친 남자는 집이 있는 이탈리아로 가는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여자도 이탈리아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 둘은 이탈리아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재회했다.

사진제공 서귀득

서귀득 씨와 루카 씨는 아프리카 여행에서 만난 부부. 여행에서 시작된 인연은 또 다른 여행으로 연결되고 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탈리아에서 다시 만난 둘은 함께 8개월간 오토바이로 남미를 여행했고, 지금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한국을 구석구석 탐험 중이다.

사진제공 서귀득

서귀득
“10년 전 쯤 처음 인도에서 배낭여행을 시작했어요. <카오산로드>라는 책을 읽고 심장이 두근거려서 3개월간 밤잠을 이루지 못했죠. 인도에서 우연히 만난 이스라엘 사람이 ‘왜 동양 사람은 오토바이로 여행을 하지 않느냐’는 말에 발끈해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하기 시작했어요. 한국에서 한 번도 오토바이를 타 본 적이 없는데요. (웃음) 그 뒤로 인도, 네팔, 러시아를 오토바이로 여행했어요. 그쯤 되니까 더 이상 여행이 새롭지가 않았어요. 저는 여전히 여행을 좋아했지만 좀 더 새로운 여행이 하고 싶었죠. 그렇게 해서 무작정 찾아간 곳이 아프리카였어요.”

사진제공 서귀득

서귀득 씨는 대학을 졸업한 후 디즈니코리아에서 온라인 마케터로 근무했다. 그리고 찾아온 ‘번아웃증후군’. 사회생활 스트레스로 자신을 거의 다 소진했을 때쯤 도망치듯이 친구가 있는 유럽으로 갔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스웨덴, 스페인이었다. 하지만 정돈된 길거리와 완벽한 서비스, 잠깐씩 머무는 여행자들과 나누는 대화는 어딘지 마음이 가지 않았다. 더 도전적이고 다이내믹한 일상이 필요했다. 인생을 느끼고 자연을 만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아프리카는 최적의 여행지였다.

사진제공 서귀득

루카
“저는 인터내셔널 요리를 하는 이탈리안 셰프예요. 스페인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해변이 보이는 아파트, 차가 있는 안락한 삶을 살았죠. 하지만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삶을 지탱할 힘을 잃었어요. 한 겨울이었는데 무작정 사표를 내고 자전거를 사서 유럽 곳곳을 여행했어요. 여행하다보니 새로운 곳에 호기심이 생겼고, 아프리카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TV에서 봐왔던 아프리카는 힘들고, 위험하고, 조심해야 할 것 투성인 곳이었죠. 정말 그런 곳인지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어요.”

사진제공 서귀득

그들이 본 아프리카는 생각했던 것처럼 위험하지 않았고 사람들은 좋았다. 가진 것이 적었지만 베풀 줄 알았고 어디서도 듣고 느낄 수 없었던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줬다. 사람들은 하얀 피부의 그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맞았고, 자신들의 집이나 마을의 공터를 내어주며 쉴 곳을 마련해줬다. 루카 씨도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사진제공 서귀득

서귀득
“루카는 처음 만났을 때는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지내고 보니 마음이 더 예쁜 친구였어요. 대부분 자신이 힐링하려고 여행을 하잖아요. 그런데 루카는 타인을 위한 여행을 하고 있었어요. 그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며 아이들이 놀거리와 먹을거리가 없이 지내는 걸 봤죠. 그때부터 매일 지나는 마을에 들렀어요. 항상 빵과 잼을 준비해서 들고 다니며 나눠 주기 시작했어요. 또 화덕을 만들어서 빵을 구워주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그네도 만들었어요.”

사진제공 서귀득

이른바 슈가케인 프로젝트Sugarcane project다. 먹을 게 없어 사탕수수만 물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그의 아이디어다. 이 여행 방법은 사실 루카 자신의 상처받은 내면을 치료하는 데 가장 강력한 치료제가 됐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화덕과 그네를 만들어 주면서 더 깊이 교감했고, 그들의 문화 속으로 들어가 함께 어울려 ‘살았’다.

새로운 풍경을 만나고 낯선 문화와 어울려 살아보는 그들의 여행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지난 달 한국에 귀국한 부부는 새로운 모험 여행을 도전하고 있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인라인 스케이트 여행이다. 9월 18일 서울 한강에서 출발했다.

“저희는 도전하는 여행을 즐겨요. 한국에서는 어떤 수단으로 여행하는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아웃도어 전용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여행하기로 했어요. 친환경적이고 자전거보다도 느려서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문제는 제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웃음)

또 인라인은 작은 다운힐과 업힐에도 크게 영향을 받고, 한국은 산이 많은 지형이라 쉽지 않을 거라고 걱정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여행한 경험으로 잘 헤쳐 나가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오토바이 여행도 쉽지는 않았어요. 남미에서 여행할 때 죽을 만큼 아팠던 적도 있고, 눈을 뜨니 병원이었던 적도 있어요.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면 그 어떤 기억보다 강하게 와 닿아요. 그게 아마 우리가 계속 여행을 하는 이유일 거예요.”

임효진 기자  hyo@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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