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마이걸스 7박 9일 스위스 백패킹
팀마이걸스 7박 9일 스위스 백패킹
  • 글 사진 김혜연 마이기어 마스코트
  • 승인 2017.09.29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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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서 대자연 속으로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으로 뭔가 신나는 일을 계획하고 싶은 여름의 끝자락이자 한 해의 중간쯤 되던 어느 날, 새로운 충전이 필요했다. 따분하게 위시리스트 수첩을 뒤지던 중, 마음속에 품고 있던 스위스 백패킹을 실현해보기로 했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던가. 마음을 굳히자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시간이 맞는 지인을 찾아, 이동 루트를 짜고, 현지 야영장 정보를 검색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두 번 가는 것’. 준비할 때의 설렘에 한 번, 여행지에서의 황홀함에 두 번.

베른의 다리 위에서

몇 달은 있다가 올 것처럼 짐을 넣고 빼기를 무한 반복했고, 마침내 패킹 상태 굿인 7박 9일간의 짐을 꾸렸다. 두근거림과 설렘을 갖고 공항에 도착했다. 새벽의 공항은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떠나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우리가 그 뜨거운 현장의 주인공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두 눈을 감고 크게 심호흡을 했다.

취리히의 풍경

길고 긴 시간을 날아서 드디어 그림 같은 곳, 스위스 취리히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가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출수록 나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수속을 마치고 우리의 첫 목적지인 베른으로 이동. 베른을 첫 목적지로 잡은 이유는 스위스의 수도이고 이동이 편리한 이유도 있지만, 백패킹 의자와 경량 테이블로 익숙한 브랜드 네임이라서 궁금하기도 했다.

취리히를 돌아다니는 트램

넓고 넓은 땅 스위스는 대부분 기차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노선이 편리하고 어렵지가 않아서 이동하는데 크게 헤매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기차와 트램을 타고 베른에 도착했다. 이곳은 작은 소도시였다. 이국적인 건물과 창문마다 달린 예쁜 꽃, 노천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에메랄드빛 알레 강이 우리를 환영했다.

취리히 다리 위에서 구시가지를 바라보는 김혜연 마이기어 마스코트

강이 감싼 구시가 일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건물에서 고풍스러움과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잠시 거치는 곳이었지만 기회가 된다면 구석구석 둘러보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였다. 우리도 노천카페에 앉아 시원하게 목을 축인 뒤 종착지인 몽트뢰로 향했다.

레만호에서 지인과 함께 즐기고 있는 김혜연 마스코트

이번에는 기차 2층을 이용했다. 기차 타는 일도 마냥 신기하고 재미났다. 창밖으로 그림 같은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잠시 스위스 사람인 척 여유를 즐겨본다. 1시간 반 정도를 달려 몽트뢰에 도착했다. 이곳은 스위스 레만 호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마을이 뿜어내는 매력은 단아하고 신비로웠다. 호수 북쪽에는 예술가의 흔적이 느껴졌고 남쪽에는 프랑스 에비앙의 상징 알프스가 비켜 있다. 기차에서 내려서 맞이한 경치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호수를 감싼 색색의 꽃들, 호수 위로 저물던 해, 그 위에 둥둥 떠다니던 백조들, 그리고 그 끝에 호수를 감싼 알프스의 산맥들. 눈을 깜빡이는 시간조차 아까워서 한참 동안 호숫가를 바라보았다.

오늘 묵을 곳은 작은 유스호스텔이다. 복도와 방안이 어두컴컴해서 으스스했지만 시원하고 깔끔했기에 하룻밤 쉬어갈 곳으로 충분했다. 강가에서 아름다움에 취해 시간을 보낸 탓인지 숙소에 들어오니 해가 저물었고,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

마터호른 전경

이른 새벽,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숙소에 마련된 조식을 챙겨 먹고 세상으로 나가본다. 오늘은 유명한 체르마트 마터호른 대장정에 나선다. 역시 기차를 타고 두 시간 반 정도 이동했다. 목적지마다 색다른 경치를 내어주는 스위스는 매력적이다.

기차에서 내려 정상에서 한국 라면을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쿠폰을 받았다. 그 쿠폰이 어찌나 반갑던지. 혹여 잃어버릴까 봐 주머니 깊숙이 넣고 산악열차에 오른다. 밖을 마음껏 볼 수 있는 커다란 창문이 마음에 들었다. 기차가 출발하고 사진으로 보던 마터호른이 멀리 보였다. 출발과 동시에 입에서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마터호른 정상에서 스위스 국기를 들고 있는 김혜연 마스코트

우리는 정상에서 하차했다. 고지에서 만난 공기는 차가웠지만, 우리의 마음은 무엇보다 뜨거웠다. 생전 처음 보는 만년설에 덮인 알프스의 산맥이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마치 대형 그림을 감상하는 기분이랄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쿠폰으로 조그만 라면을 손에 쥐었다. 스위스 아주머니가 물을 받아주는 라면은 조금 낯설었지만, 맛은 역시나 일품이다. 더군다나 대자연을 앞에 두고 먹는 라면이라니.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라면 맛이다.

마터호른으로 향하는 김혜연 마스코트

배도 채웠으니 이제 눈을 채우러 떠날 시간이다. 정상으로 가는 길 내내 마터호른을 앞에 두고 걸었다. 점점 다가오며 커지는 마터호른. 어느 유명한 조각가가 조각한 듯, 이보다 경이로울 수 있을까.

스위스의 대 자연

트레킹 중에 만난 한국인 여행객들과 반갑게 인사도 하고 올라가는 기차에 무작정 손도 흔들어보고 중간중간 돌 틈에 예쁘게 피어있는 들꽃도 보면서 걸으니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도 이렇게 가슴이 떨리는데, 저곳을 등반하는 산악인들은 정말 대단하다.

체크인 시간을 5분 남기고 아슬아슬하게 야영장에 도착했다. 기차 길 옆으로 회색빛 계곡이 흐르고 그 계곡 건너에 잔디밭 야영장이 조성돼 있어, 한국 야영장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냈다.

음악을 크게 틀고 불을 피우고, 음식을 먹는 팀이 없었다. 차량 옆에 큰 테이블과 의자를 깔고 조용하게 여유를 즐기는 모습이 참 자연스럽고 좋아 보였다. 한국처럼 고가의 장비를 진열해놓고 누가 좋은 걸 쓰나 내기를 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우리도 이런 캠핑 문화는 본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들었다.

야영장에서의 소박한 밥상

큰 대형 카라반들 사이로 당당히 미니 텐트 두 개를 설치 후 소박한 밥상을 차려 맛나게 밥을 먹었다. 작은 장비로 꼼지락거리는 우리가 신기했던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봤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며 함께 웃었다.

야영장에서 장비를 말리고 있는 김혜연 마스코트

스위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도 파란 하늘과 붉은 해를 맞이했다. 간단하게 한국식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밤새 축축해진 텐트를 말린다. 스위스는 우리나라처럼 습하지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하다. 그 때문인지 잠깐 햇볕에 널어두니 텐트가 꼬들꼬들 잘 말랐다.

오늘은 유람선을 타고 융프라우 기점인 인터라켄으로 이동한다. 이동 수단은 역시 기차이고 기본 한 시간 이상이 걸린다. 기차를 타고 슈피츠 역에 내려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유람선 선착장으로 이동, 에메랄드빛 아름다운 튠 호수를 건너 인터라켄 서역에 도착했다. 다양한 국적의 배낭 여행객들로 인해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 우리는 인터라켄 시내 구경 후 근처 야영장으로 이동해서 하루를 묵고 융프라우로 가기로 했다.

튠호수 전경

검색 신공으로 찾아낸 야영장은 아주 대만족이었다. 튠 호수가 야영장을 감싸고, 머리 위로 석양이 지고 있었다. 이 모습에 사로잡혀 이곳에서 이틀을 묵었다. 이런 자유로움이 좋았다. 걷고 싶을 때 걷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뭐든 우리 마음대로, 하지만 손해를 끼치진 않는다.

튠호수와 작은 마을

잔잔한 호수 위 물결이 일렁이는 소리와 시원한 바람에 잠이 깼다. 오늘은 일정이 빠듯해서 서둘러 인터라켄 역으로 이동했다. 융프라우를 마주할 생각에 또다시 설렜다. 라우터브루넨역 근처에 오자 방울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방목하는 소목에 머리만 한 방울이 달려있는데 소가 떼 지어 이동하니 딸랑딸랑 방울로 곡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 상황이 매우 귀엽고 재밌어서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알프스로 가는 기차

드디어 알프스의 탑 융프라우로 올라가는 마지막 기차를 탔다. 기차가 이동할수록 기온이 낮아졌고 눈 덮인 웅장한 산맥이 보이기 시작했다. 융프라우는 건물 안에서 관광 프로그램을 따라 이동하면서 경치를 볼 수 있는 형식으로 돼있었다. 끝이 없을 정도로 높은 산맥에 싸인 들판 위로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노래를 부르며 총총 뛰어올 것만 같았다. 한동안 하이디가 돼 풀밭에 뒹굴고 사진을 찍었다.

오랫동안 자연을 즐겼는지 시간이 제법 지났다. 날이 저물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대자연에 덜컥 겁이 나서 오늘의 야영지 그린델발트로 이동했다. 그린델발트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작은 산골 마을 느낌이었다. 층층이 언덕에 하나둘 자리 잡은 예쁜 집, 그곳에 탐스럽게 열매가 열린 과일나무, 잔디를 깎고 있던 청 멜빵바지에 장화를 신은 집주인들.

야영지에서 와인 한 잔

오늘 야영장은 산봉우리 아이거를 보며 잠들고 눈뜰 수 있는 곳이었다. 이전 두 곳에 비해 시설은 조금 떨어지는 듯했지만 전망만큼은 으뜸이었다. 오늘은 우리 여행을 중간 점검 하는 날, 그동안 무사함을 자축하며 슈퍼마켓에서 산 작은 와인으로 소소한 축하를 하며 밤을 보냈다.

다음 날 아침 청명한 햇볕이 우리를 반겼다. 훌륭한 경치에 철수하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일광욕도 즐기고, 눅눅해진 장비도 말리며 여유를 가졌다.

결국, 튠 호수 근처 두 번째 야영지의 감동을 잊지 못해 하룻밤 더 머물기로 했다. 알고 보니 야영장 근처는 유료로 호수를 이용하며 수영을 즐기는 형식으로 돼 있었다. 잔디밭에 파라솔을 펴놓고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도 서둘러 야영지를 구축하고 물놀이를 하러 나섰다. 한동안 물놀이를 즐기다가 먹구름에 놀라서 후다닥 야영장으로 복귀했다.

비바람이 치기 몇 시간 전의 야영장

거센 바람이 몰아치자 팩 다운도 해놓지 않은 우리 텐트가 걱정됐는지 옆 카라반 부부께서 텐트를 꼭 잡고 계셨다. 얼른 달려가 팩 다운을 하고 있는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낯선 곳에 비바람이 몰아치니 당황스러웠다. 그때 카라반 부부께서 잠시 들어와 비를 피해도 좋다고 손을 내밀어 주셨다. 기다렸다는 듯 염치 불고하고 후다닥 카라반으로 몸을 피했다. 비바람은 더 거세지고, 주변에 대형텐트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로서로 팩을 박아주는 훈훈한 장면이 나타났다.

비바람은 한두 시간 뒤에 잔잔해졌다. 텐트로 돌아가서 둘러보니 어떤 분이 내 스트링에 팩을 하나 박아 놓으셨다. 계속된 야영으로 지쳐있었는데 힘이 나고 마음이 뭉클해졌다. 나도 앞으로 있을 여정에서 지금 받은 호의를 돌려줘야겠다고 다짐했다. 훈훈한 밤이었다. 그리고 아쉽고 아쉬운 밤이었다. 우리 마지막 야영 날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에 무거운 마음으로 눈을 떴다. 결국, 스위스의 마지막 날이 밝아버린 것이다. 길다고 생각하면 길 수도 있지만 지나고 보니 너무 아쉽고 짧은 일주일이었다.

취리히의 어느 빵집

마지막 날은 취리히에서 도심체험을 했다. 오늘만큼은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곳을 가 보기로 했다. 빈사자의 상을 둘러보고 난 뒤, 노천카페에 앉아 가펠교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스위스 여정을 다시 떠올리고 그려본다. 꿈만 같던 시간, 그림 같던 경치, 잊지 못할 시간이다. 항상 아웃도어 활동 후 느끼는 감정은 ‘집이 최고다’였지만 오늘은 ‘스위스는 최고다’를 덧붙이고 싶다.

취리히 트램 앞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김혜연 마스코트

백패킹 입문에 어려움을 겪고 계시는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드립니다. 영등포구청역 ‘마이기어’로 오세요. 인스타그램: mygear_insta 02-2633-7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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