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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클라이밍,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
트리클라이밍,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
  • 박신영 수습기자 | 양계탁 차장
  • 승인 2017.09.20 06:59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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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 아보리스트 센터… 몽키 클라이밍, 트리보트, 짚라인 체험

어릴 적 문틀을 맨손으로 오르던 에디터는 울타리를 넘거나, 정글짐 꼭대기를 정복하곤 했다. 하얀 구름과 파란 하늘이 좋아서였을까. 계속해서 하늘로 오르려 했다. 그리고 26살이 된 지금, 생애 가장 가까이서 하늘을 마주했다.

몽키 클라이밍...하강하는 중

나무가 주는 이로움에 대해 생각해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황사를 막아준다는 것과 공기를 정화해 준다는 것. 이것만 보아도 나무는 인간 생존을 위해 필요한 생명이다. 그러나 나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나? 나무를 잊고 지낸 시간을 부끄러워하며, 나무와 가장 가까이서 교감하는 트리클라이밍에 도전했다.

아보리스트 센터 전경
트리클라이밍 실내 교육

블로그 ‘쿠니의 아웃도어 라이프’ 트리클라이밍 사진을 보고 강원도 강릉 부연동 계곡 아보리스트(수목 관리사)센터로 향했다. 가는 길은 험난했다. 구불구불한 산길을 1시간이나 달려 어렵게 도착했지만, 자동차 바퀴가 진흙탕에 빠져 30분간 실랑이를 해야 했다. 첩첩산중에 위치한 아보리스트센터. 전화는 터지지 않고 심지어 전기도 없다.

아보리스트 센터는 어림잡아 20m쯤 돼 보이는 금강 소나무가 가득한 숲에 자리했다. 한국에 이런 곳이 있을 줄 누가 알았을까. 그야말로 천혜의 자연경관이다. 숲 속 한편에 자리 잡은 아보리스트 센터와 그 앞에 줄지어 있는 텐트가 트리클라이밍 장소임을 알려주었다. 잠시 주변을 돌아본 뒤, 장비를 착용하러 센터로 이동했다.

장비 착용은 필수
통나무로 지어진 아보리스트 센터에 들어서면 트리클라이밍을 위한 18가지 장비를 볼 수 있다. 안전한 트리클라이밍을 위해서 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특히 트리클라이밍 초보자는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장비를 착용한 후 실내에서 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가장 먼저 하네스에 카라비너를 달아 센터 지붕에 달린 로프와 연결했다. 발이 들어갈 공간을 남긴 후, 클렘하이스트 매듭법으로 코드슬링을 로프에 매단다. 이제 줄을 당겨 오를 차례다. 코드슬링을 가슴팍까지 올린 후 그 안에 발을 넣고 아래로 쭉 밀면 몸이 저절로 올라간다. 힘이 아니라 발을 이용해서 줄을 타는 것이다. 큰 어려움 없이 센터의 지붕까지 올라가 몸을 뒤집었다. 머리를 아래쪽에 놓고 발을 위쪽으로 놓으니 피가 쏠렸다. 하지만 공중 위에서 붕붕거리는 기분이 꽤 짜릿하다.

하강할 때는 왼손으로 아래쪽 줄을 잡아 허리에 대고 오른손으로 로프 위쪽에 있는 매듭을 천천히 내린다. 한 번에 내리면 마찰로 인해 손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트리클라이밍은 전용 복장이 따로 없다. 개인이 편한 복장을 입으면 오케이. 다만 신발은 마찰이 강한 트레킹화로 준비하자. 코드슬링에 발을 넣을 때나 나무를 탈 때 도움이 된다.

1. 새들(하네스) 2. 잡주머니 3. 스파이더잭3 4. 아이디 5. 카라비너 6. 코드슬링 7. 테이프슬링 8. 프루직 코드(스필트테일즈) 9. 로프 렌치&트리플 어테치먼트 플리 10. 푸르직 코드 11. 아이투아이 코드슬링12. 체스트하네스 13. 헬멧 14. 비상호루라기 15. 마찰보호기16. 트윈라인 17. 로프 18. 드로우백

몽키 클라이밍
30분간 실내 안전 교육 후, 실제로 나무에 올랐다. 가장 먼저 한 체험은 몽키 클라이밍으로, 나무에 설치한 홀드를 밟고 꼭대기까지 올라간다. 초등학생이 몽키 클라이밍에 도전해 나무에 성큼성큼 올라탔다. 무거운 성인보다 가벼운 아이들이 트리클라이밍에 적합한 몸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몽키 클라이밍... 하강하는 모습

꼭대기까지 올라가겠다는 부푼 꿈을 앉고 홀드에 발을 올렸다. 7m쯤 올랐을까 발은 후들거렸고, 팔은 힘이 빠져 홀드를 잡을 수 없었다. 애초에 팔심으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발의 힘으로 올랐어야 했다. 이제 그만할까. 포기하고 싶었지만, 올라온 김에 반만 더 올라가자는 마음에 있는 힘껏 발을 올렸다.

10m쯤 오르니 팔 안쪽에는 소나무를 끌어안아 긁힌 생채기나 나 있었고, 발은 개다리 춤을 출 정도로 후들거렸다. 아쉽지만 하강을 해야 했다. 하강은 실내 교육 때 받은 하강법과 달랐다. 지상에서 줄을 잡는 사람이 천천히 줄을 놓아야지만 내려올 수 있다. 즉, 공중에서 줄 하나에 의지해야 한다. 무게를 버틸지 의심스러웠지만 나무를 박차고 날아올랐다. 몸이 하늘에서 이리저리 움직였다. 하늘과 가장 가까이 맞닿고 싶어 고개를 들고 줄에서 손을 놓았다.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줄에 의지하기 전보다 편안했고 마음이 진정됐다. 하늘을 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트리보트에 오르는 모습

트리보트
다음은 트리보트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8개의 트리 보트가 1m 간격으로 층층이 걸려있었다. 1층과 2층은 이미 아이들이 차지한 상태다. 트리보트는 실내 교육 때 배운 것을 이용해야 한다. 발을 천천히 코드슬링에 끼워 넣고 오른다. 트리클라이밍 초보자는 2층 트리보트에 도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반면, 아보리스트 또는 경험자는 1분도 안 걸려 금세 올라간다. 2층에서 휴식 후 8층으로 향하는데 5층 부근에서 로프가 말을 듣지 않았다. 코드슬링에 발을 제대로 끼워 넣고 쭉 밀었는데도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WOTT트레이닝 김병모 센터장을 불렀다. 센터장은 하네스에 카라비너와 로프를 잔뜩 엮어 내 옆으로 올라왔다. 진단은 로프 꼬임. 카라비너를 이용해 에디터의 하네스와 새 로프를 연결했다. 항상 지상에서 전문 아보리스트들이 안전을 유의하며 보호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체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 다치지 않고 즐기는 것이 트리클라이밍의 가치관이다.

트리보트 위에서 김병모 센터장, 체험자, 에디터가 함께 있는 모습

8층에 도착 후, 마치 내 방 침대처럼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함께 올라온 김병모 센터장, 체험자와 트리보트에서 담소를 나누었다. 그만큼 트리보트가 편했다.

하강할 때는 상승 중간마다 묶어 놓은 매듭을 풀어가며 로프 위쪽 매듭을 천천히 내려야 했다. 초보자들이 가끔 급하게 내려오느라 위쪽 매듭을 한 번에 확 내리는데 그렇게 되면 손에 화상을 입고, 자칫 지상에서 엉덩방아를 찧을 수 있다. 천천히 조금씩 내려와야 한다.

짚라인을 타고 있는 체험자

짚라인
이번엔 부연동 계곡 사이를 로프를 타고 건너는 짚라인이다. 짚라인은 와이어가 아닌 로프로 연결했다. 와이어는 나무에 상처를 생기게 하고, 철수 작업 없이 몇 년 동안 그대로 놔두기 때문에 환경을 훼손한다. 그래서 일부러 로프를 이용해 짚라인을 만들었다. 아보리스트는 무엇보다 나무의 생명을 중시한다.

드디어 계곡 사이를 뛰어내릴 차례가 왔다. 계곡을 바라보니 아득했다. 하지만 ‘하나, 둘, 셋’ 하며 용기 있게 뛰어내렸다. 짚라인이 나무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연결돼 있어 건너는 동안 나무들이 바로 옆으로 지나갔다. 짜릿했다. 5초 동안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신나서 내는 소리에 주변 아이들이 모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짚라인을 타겠다며 줄을 섰다. 아직 초등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아이들도, 엄마, 아빠도 짚라인을 즐겼다.

짚라인을 연결 중인 아보리스트

WOTT ‘아보리스트’
WOTT(Walking On The Treetops). 나무 위를 걷는 사람들. 한국에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아보리스트’는 수목 관리사를 말한다. 나무가 자랄 때, 필요 없는 부분을 잘라 내거나 나무를 관리하는 일로 해외에서는 아보리스트 대회가 있을 만큼 유명한 직업이다. 한국에는 2015년 사단법인 아보리스트 협회가 출범한 이후, 교육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나무 위를 걷고 있는 에디터

부연동 계곡에 있는 아보리스트 교육 센터는 아보리스트 김병모 센터장에 의해 운영된다. 센터장은 2000년 미국 출장 시, 아보리스트에 반해 유학을 결심하고 한국인 최초로 아보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국내 트리클라이밍 보급을 시작,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 강릉 부연동 계곡을 개관했다.

센터장은 아보리스트 양성 및 교육 목적으로 센터를 직접 만들고 트리클라이밍을 레저스포츠화 했다. 3년 전부터 트리클라이밍 체험장을 열고 많은 이들과 만났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나무를 위한 공간 만들고 싶었어요. 또 트리클라이밍을 이용해 아이들을 교육하길 원했죠. 안타까운 점은 조경을 위해 나무를 아무렇게나 싹둑 잘라낸다는 것인데 그건 나무를 진정으로 위한 게 아니에요. 아무 대나 자르는 것이 아닌 잘라 내야 할 곳을 찾아 관리해야 하죠. 아무렇게나 자르면 나무도 장애가 돼요. 나무도 사람처럼 생명을 가진 존재니까요.”

대화를 할수록 나무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짐작할 수 있었다. 실제로 작년에 소년원 위탁 직전의 아이들을 데리고 트리클라이밍 교육을 시행했다.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잘못을 스스로 깨닫고 양심을 회복하길 바랐기 때문이다. 또 트리클라이밍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하고 친구 관계가 개선된 사례가 있다. 센터장은 더욱 트리클라이밍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트리보트 위를 오르는 아이들

다가오는 10월 18일 ‘산의 날’을 맞이해 KBS에서 트리클라이밍 다큐 촬영이 예정됐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아보리스트와 트리클라이밍에 대해 알리고자함이다. 또한, 실업 문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아보리스트 직업을 대중화할 계획이다. 트리클라이밍 체험 시, 장비를 관리하는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김병모 센터장이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 ‘사단법인 아보리스트 협회’에서는 아보리스트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아보리스트에 관심 있다면 협회 홈페이지를 찾아보자. 또 아웃도어 활동을 좋아한다면 네이버 ‘쿠니의 아웃도어 라이프’를 검색하자. 블로그에 따르면 내년 초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안나푸르나 히말라야 등반 계획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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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2017-11-24 19:31:26
멋진아웃도어입니다
근다 꼭 블로거 홍보하는 느낌이네요 ㅋ

금당 2017-10-24 11:46:52
와~ 저런 곳이 있고 저런 체험이 있다는게 믿기질 않아요. 저도 체험해 보고 싶어요

서충근 2017-10-24 11:46:01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한국아보리스트협회 사무국장 서충근입니다.
이색적인 트리클라이밍체험을 아이들과 함께 하셨군요. 여러모로 감사드립니다.

꼬맹이 2017-09-20 09:10:04
생동감 있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