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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섬주의 마운틴 테라피등산 에반젤리스트가 전하는 산의 매력
  • 임효진 기자 | 양계탁 팀장
  • 승인 2017.09.15 06:59
  • 호수 149
  • 댓글 5

당신은 왜 산에 가는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보기 위해? 건강을 위해? 본지 ‘퍼스트무버FIRST MOVER’이자 등산 에반젤리스트, 등산 전도사 김섬주 씨. 그녀는 산에 관한 남다른 철학과 안목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꺼져가던 등산에 대한 관심에 불을 지폈다.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산에 가고, 산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고.

‘완전히 바닥까지 무너졌었다. 순간 명치를 얻어맞은 것처럼 강한 통증이 느껴져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머리가 핑하고 돌아 길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그녀는 회사에서 유능한 직원이었다. 성실했고, 똑똑했고, 속으로 끙끙 앓을지언정 밖으로 얼굴을 붉히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런 그녀에게 돌아온 건 더 많은 일과 압박, 그리고 시기와 질투였다.

“저는 경쟁을 좋아하거나 성공을 위해 비인간적인 것까지 감수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예요. 일하는 동안은 잘 몰랐어요. 그저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했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점점 더 힘들어졌죠. 모든 게 다 제가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았고요. 그런데 등산을 이끌어 준 친구가 처음으로 ‘네 잘못이 아니야’라고 얘기해 주더군요.”

산도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네가 아픈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산은 무너졌던 마음을 회복할 힘을 줬고, ‘내가 나여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산을 오르며 그녀는 자신이 누군지 더 잘 알게 됐다. 그녀는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과 무지에 고개 숙이지 않았고, 남과 다른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분명한 색을 가진 사람이었다.

“처음엔 저도 등산복을 입어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등산복은 여성의 신체 구조나 욕구를 고려한 디자인이 아니라고 느껴졌어요. 또 옷이 예쁘지 않아서 입고 싶지 않았어요. 피트니스 운동복을 입고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시도했는데 좋았어요. 기존의 등산 문화에 익숙하신 분들은 저를 안 좋게 보기도 하셨죠. 그런데 제가 단순히 자랑하거나 과시하기 위해 피트니스 운동복을 입는 게 아니라는 걸 아신 뒤로는 그분들이 저의 가장 든든한 팬이 됐어요. 옷 때문에 등산의 기본 지식도 모르는 사람으로 오해 받지만 배낭에는 여벌 재킷과 응급 용품 등을 항상 가지고 다닙니다.”

그녀는 자신을 등산 에반젤리스트라고 칭한다. 에반젤리스트는 애플컴퓨터에서 처음 시작한 말로 ‘의미 있는 명분(cause)을 퍼트리고 꿈을 전달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누군가 저에게 등산은 생존이고, 등산복이 곧 등산 예절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등산복이 등산 예절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절은 태도가 더 중요하지 옷이 대변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또 날씨와 안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때도 많아요. 뭘 입으면 어떤가요. 그보다는 자신의 등산 스타일에 맞는 옷을 찾는 게 중요해요. 오히려 등산은 생존이라는 공식이 등산 문화를 주도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외면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해요.”

그녀의 등산은 산에 대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다. 산이 주는 힘에 집중하고, 교감하며 산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왜 아니겠는가. 시원한 바람과 나무 냄새, 흙냄새, 그리고 멋진 자연경관에 탄탄한 복근과 허벅지까지. 산이 준 선물은 그녀의 일상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었다.

“제가 등산 에반젤리스트를 자처한 이유이기도 해요. 산은 치유 그 자체예요. 마운틴 테라피죠. 등산을 하다 보면 자연의 냄새, 소리, 비경이 오감으로 느껴지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몰입의 경지에 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치유의 힘을 느끼죠. 등산을 하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자연스럽게 아무는 걸 느꼈어요. 이건 자연이 가진 힘이고 산이 가진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다른 분들도 제가 느꼈던 황홀경을 모두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르락내리락하는 행위가 등산이 가진 매력 전부는 아니었다. 산은 숨 막히게 아름다웠다. 그런 매력을 혼자만 알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산은 야생화나 정상 비석 사진으로 대표될 만큼 단순하지 않아요. 막걸리 마시러 가는 곳도 아니고요.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등산=아재’라는 인식이 있는 게 안타까웠어요. 산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면이 있고, 하이킹은 즐거울 수 있어요.”

그녀가 등산 에반젤리스트를 자처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3년 동안 거의 빠짐없이 매주 산에 가다 보니 보고 싶지 않은 모습도 자주 봐야만 했다. 아무렇지 않게 까서 버리는 귤껍질, 사탕 봉지, 바닥에 떨어진 김밥, 흡연, 구성진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휴대용 스피커, 심지어는 삼겹살과 찌개를 해 먹고 남은 음식물을 계곡에 버리는 사람도 봤다. 그리고 어김없이 탐방로에 쌓여있던 똥 덩어리와 휴지들.

인간에게 피해는 주지 않고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게 산인데 왜 이렇게 산을 함부로 대하는 걸까. 누군가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했다. 어쩌면 그게 편할지도 모른다. 불편한 건 못 본 체하면서, 나서는 사람은 오지라퍼라고 수군대면서.

그런데 그녀는 산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점을 정면으로 응시하며, 산을 지키는 파수꾼을 자처했다. 과거에 억울한 일을 당할 땐 제대로 된 항변도 못했는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산을 망가뜨리는 사람 앞에서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버리지 마시라’고 공손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그리고 자리를 깨끗하게 치울 때까지 두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지켜본다.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에요. 그런데 아무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충격적이었어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산악인들이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있나요? 산악회는 어떤가요. 산에 올라 즐거움을 찾으시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산을 생각하고 아꼈는지 의문이 들어요. 산에 오르는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에게만 엄격한 게 아니다. 스스로에게도 분명한 선을 그었다. LNT(흔적 남기지 않기)를 기본으로, 최소한의 음식물만 갖고 가서 거의 먹지 않으면서 하이킹을 하기도 한다. “저는 적게 먹어도 움직이는 데 크게 지장이 없어서 가능한데 모든 분께 제 방식을 권할 수는 없겠죠. 아무리 깨끗이 치워도 앉아서 먹었던 자리에는 흔적이 남더라고요. 동식물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죠. 백패킹이나 비박도 안 할 겁니다. 자연에서 하룻밤을 지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식사와 배변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저 하나라도 안 해야지 산이 덜 훼손될 거 같아요. 궁극적으로는 문화가 더 발전해서 이런 부분이 개선되길 바라고 있어요.”

그녀는 카카오스토리와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등산 경험과 철학을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링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 흔한 맛집 사진 하나 없이 오로지 등반에 관한 콘텐츠만 제공하는데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만, 카카오스토리는 5만 명이다. 침체된 등산 문화에서 적지 않은 수다. 앞으로는 개인 홈페이지(http://hikeforlife.kr/)에 산행과 회복에 관한 칼럼 등을 연재할 예정이다.

“하이킹은 자아를 발견하고 독립심과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적인 운동이자 생활 습관이 될 수 있어요. 제가 등산이나 산행이라는 용어보다는 루틴ROUTINE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지금은 어느 산에 갔다 왔다는 이야기만 하고, 왜 가는지,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떤 점에서 즐거움을 느꼈는지 이야기하는 장이 없다고 봐요. 처음 가는 사람에게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도 중요해요. 장점을 조곤조곤 이야기해주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커버리RECOVERY도 중요해요. 외국 친구들을 만나보면 한국 사람들은 등산 전후 준비 운동과 쉴 때마다 틈틈이 근육을 이완하는 리커버리가 부족하다고 얘기해요. 등산은 몸을 쓰는 운동이잖아요. 다칠 수도 있고, 등하산할 때와 다음 날 컨디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스트레칭을 통해 몸을 풀어주는 게 정말 중요해요. 저는 앞으로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되지 않았던 다양한 등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그녀를 보면서 산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20~30대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녀처럼 몸에 딱 붙는 레깅스를 입고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도 1~2년 새 부쩍 늘었다. 앞으로는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고 즐길 줄 아는 여성 크루와 매달 한 번씩 산행할 예정이다.

“마운틴 테라피하고 싶다면 수 십 명씩 같이 가는 게 아니라 혼자 혹은 둘에서 셋 정도의 소수 인원으로 등산 가는 걸 더 추천해요. 물론 혼자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저마다 있죠. 저도 그랬어요. 마운틴 테라피를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겠죠. 앞으로 제 경험과 노하우를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야기할 거예요. 여성 크루와 정기적인 등산 운동을 하기로 한 이유이기도 하고요. 귀중한 산을 아끼면서 즐거운 일상이 되는 등산 문화를 더 알리고 싶은 이유가 가장 커요. 다음 번 등산부터라도 마운틴 테라피를 시도해 보세요. 일상이 달라집니다.”

임효진 기자  hyo@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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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춘희 2017-09-27 14:12:20

    등산복에 대한 의견부터 많은 부분 공감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는 결혼 후 산을 무척 좋아하는 남편의 끈질긴 권유로 마지못해 산을 오르기 시작하다가 사십대부터는 저 자신 스스로 산행의 참 묘미를 알게된
    케이스입니다. 지금은 혼자서 또는 남편과 함께 가까운 산을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꼭 시간을 내어 찾곤합니다. 모든것을 다 받아주는 어머니 품같은 산,아름답고 소중하게 지키고 누리며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람합니다   삭제

    • 긍수강산 2017-09-16 17:57:28

      저의 경우는 탑이나 반팔이라도 입었을 경우 나무가지나 풀숲에 스쳐 상처가 쉬이 나 휘트니스복은 감당하기그러하다고보는데 괜찮으시나봅니다.
      저도 이제는 산을 좋아하는 이로서 음식물의 잔여물이 남겨 둔채 있는걸 보면 안타까운 심정을 느끼게됩니다.내가 앉은 자리 내가 먹었던 음식물 정도는 깔끔하게 되가져오는걸 절대 윈칙이자 의무라고 생긱됩니다.산행에서는 에너지도 필수닌깐요 이제는 우리 강산을 지키는 파수꾼의 역할을 스스로 다짐하면서 산이 주는 무한 공감대와 님의 여러 체험을 통해서 지혜롭게 배워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게되어 감사합니다.   삭제

      • 금수강산 2017-09-16 17:43:45

        이 글을 읽고 저와 공감대가 마우 유사함을 느낍니다.
        저는 주부이자 직장에서의 일정치않은 근무 사이클로 수면부족 영양섭취 불균형으로 지친 심신이었지만 기껏해야 가끔씩오르는 정도인 산행이라기보담 트래킹정도 친구의 프로젝트의 동기부여가 되어 우리 강산을 찾기 시작하면서 놀리운 체험을 하게되었지요 심신이 안정되어지는 마운틴 테라피의효과를 말입니다.한 템포 느슨하게 기다림의 미학도
        변화되고 계절이 주는 아름다운 강산의 모습예서 산이 주는 묘미는 제 삶의 더할나위없는 행복감 또한 최상의 치유법이라고 이건 산을 오르는 자 만의 것이라고   삭제

        • 산이좋아 2017-09-15 15:15:39

          저도 처음산행을 시작했을때 지억에서 가까운 곳에 홀로 산행을 하곤 했습니다. 가끔 친구들과 동행을 하기도하고요. 가슴답답할때 혼자 산행하며 정상 경치를 보고있노라면 스트레스가 다 날라가지요. 산을 오르는 이유입니다~~   삭제

          • 진기창 2017-09-15 15:00:24

            늦게나마 산과친구가되어보고픈 사람임니다~~ 길잡이가되고 조은정보 감사함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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