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행복
오로지 행복
  • 글 사진 우근철 기자
  • 승인 2017.08.22 0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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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탄

#1

여행준비를 도와준 치미라는 친구가
내게 물었던 말이 생각난다

“네가 우리나라에 어떤 이로움을 주는거야?”

여행이라는 게 오롯이 내 추억거리를
만들기 위함으로 생각했던 터라 망설이며
답을 못하고 있을 때 다시 메시지가 왔다

“만나는 사람과 좋은 추억을 남겨.”
“그럼 다들 해피하니까.”

내가 만나는 한사람 한사람을
소중히 대해 달라는 바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라는 말을
듣는 이유가 이 질문으로 요약이 되었다

오로지 행복만 위해, 부탄



#2

음식은 입에 안맞는데 자꾸 퍼주는
할머니의 인심을 거절 할 수 없었다

와이파이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핸드폰 자체가 먹통이 될줄은 몰랐다

간이로 깔아준 매트릭스에 뒤척이며
이름 모를 벌레들을 피하느라 애먹었다

구름은 땅에 닿을 듯이 진했고
사람들의 미소는 그저 순수했다

쏟아지는 별들이 하늘에 빈틈을 채웠고
사방에선 음메하는 소들이 고요를 깼다

이곳에선 나의 방문이 그저 신기한 듯
한 집안에 옹기종기 모여 잘 생각이 없던 며칠

매일 비슷한 일상 일텐데
당신의 삶에 대한 대답은 심플하다

‘젖소의 아침을 깨우는 일,
가장 경이롭고 행복한 순간이야.‘


#3

키보다 높은 담벼락 위
들러붙은 두놈을 만났다

하이 헬로우하며
뭔일이 있나 갔더니 대뜸

“아저씨, 거기서 뭐해요?”
질문이 너무 자연스러워
한국에서 왔다는 둥 말렸다

얼떨결에 궁금증만 남은,
“너네, 거기서 뭐하냐?”


#4

맥도날드 매장이 없는 나라,
나라 전체가 금연국가인 곳,

유일하게 신호등이 없는 나라며
공장이나 오염시설이 없는 나라 등등

다양한 수식어처럼 그곳은 진짜
맥도날드도 없고, 신호등도 없었다

어딜가든 금연 표지판에 애를먹었고,
나물반찬 뿐이라 끼니도 대충떼웠다

국민 전체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말과는 달리
국민들의 행색이 풍족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단 건
여행에 마지막 날 만난 한 아저씨의 대답

“내게 행복은
세가지를 지키는 겁니다
신께 기도하며 묻는 하루,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연에 유익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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