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 땐 방에 콕~ 말고 Bangkok!
더울 땐 방에 콕~ 말고 Bangkok!
  • 글ㅣ사진 이두용 기자
  • 승인 2017.08.2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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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방콕

뉴스만 틀면 우리나라도 ‘불가마 더위’니 ‘찜통더위’니 하는데 더 뜨거웠다. 태국의 수도 방콕. 너무 더우니 에어컨 빵빵한 방에서 콕!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거리는 활기에 넘쳤다. 태국에 무지했던 내겐 마주하는 모든 것이 반가웠다. “사와디 캅Sawadee Kap” 신기한 만큼 새로웠던 방콕.

태국의 수도 방콕에 도착했다.

여기가 정말 방콕이라고?!
늦은 밤 도착한 방콕. 아무리 첫 방문이라지만 미지의 세계도 아닌데 생각보다 으리으리한 공항에 놀랐다. 입국 수속을 밟으면서 연신 시스템이 잘 돼 있다고 생각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가서 창문을 열었다가 또 한 번 놀랐다. “에! 여기가 태국이라고?”

늦은 시간까지 카오산 로드의 노상 포장마차는 사람으로 넘쳐났다.

창밖으로 보이는 방콕의 야경은 여느 일류 도시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었다. 태국이라고 못살라는 법은 없는데 내가 머릿속에 그린 방콕은 태국 코끼리가 뛰놀고 자연과 벗한 도시였던 것 같다. 화려한 조명이 쏟아지는 마천루들은 그야말로 놀랄 노자였다.

밤이 늦었지만, 잠자리에 들기는 아까웠다. 태국의 명물인 툭툭이(오토바이를 개조한 교통수단)를 타고 카오산 로드Khaosan Road로 향했다. 밤거리 하면 홍콩인데, 이곳도 만만치 않다. 화려한 조명과 사람들의 흥겨운 웃음소리가 골목 곳곳으로 뻗어 나갔다.

창밖으로 보이는 방콕의 야경은 여느 일류 도시와 비교해도 최고 수준이었다.

카오산 로드는 오래전부터 전 세계 여행자들이 모이는 명소였다고 한다. 밤이 새도록 자신들의 여행정보를 공유하고 술잔을 기울이며 추억을 만들었다고. 지금은 배낭여행자는 물론 방콕을 찾는 이는 누구나 거치는 필수코스가 됐다. 시간은 새벽을 향하고 있었지만 좁다란 거리에는 형형색색의 간판이 조명을 쏟아냈고 피부색이 서로 다른 여행자들은 자연스레 친구가 돼서 거리를 거닐었다.

우리네 포장마차를 닮은 노상 카페(?)에 앉아 방금 갈아서 나온 과일주스 한 잔을 들이켰다. 새콤달콤에 시원하다는 말로 기분의 전부를 표현할 수 없었다. 그저 좋았다. 밤은 그렇게 물들었다. ‘하물며 여기가 태국의 수도 방콕이라니.’

차오프라야강을 따르면 방콕의 명소를 둘러볼 수 있어 오가는 보트가 워낙 많다.

물길 따라 명소 톺아보기
해가 뜨고 다시 내려다본 시내의 풍광은 또 달랐다. 고요한 숲이 공원을 이루었고 사방에선 하늘을 향해 건물을 쌓아 가느라 바빴다. 도시가 이렇게나 분주한데, 내일의 방콕은 또 어떻게 바뀔지 궁금했다.

툭툭이 운전사가 룸미러로 힐끔힐끔 보다가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씨익 웃는다.

일단 명소부터 돌아보기로 했다. 출발지를 몰라 일단 툭툭이에 올랐다. 운전사는 젊은 친구. 서툴지만 이쪽에서 먼저 “사와디 캅”하니 목례를 한다. 툭툭이는 좌우가 열려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달리는 동안 사방을 보며 계속 셔터를 눌렀더니 운전사가 룸미러로 힐끔힐끔 본다. 카메라를 들이댔더니 씨익 웃는다. 말이 통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친구 영어를 한마디도 못 해서 아쉬웠다. 이럴 때면 가끔 ‘전 세계 언어가 하나였음 좋았을 텐데’ 싶다.

강을 따라 지어진 수상 가옥들이 멀리 요즘 양식의 건물들과 조화를 이룬다.

그래도 어디로 가려는 지는 알아들었는지 선착장에 내려줬다. 방콕엔 곳곳에 볼거리가 많지만 차오프라야강Chao Phraya River을 따라 보트만 타고 가도 왕궁 사원과 카오산 로드, 아시아피크, 차이나타운, 왓아룬 사원, 왓포 사원 등 명소를 돌아볼 수 있다.

차오프라야강엔 오가는 보트가 워낙 많은데 관광용 보트인 파란색 깃발을 단 보트부터 운행 날짜나 서는 곳, 요금, 시간에 따라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깃발의 보트가 있다. 관광용 보트의 일일패스도 150바트(약 5,000원)정도 하니 이걸 구매하는 게 좋다. 하루 종일 어디서든 몇 번이고 계속 타고 내릴 수 있다.

왕궁 사원에 갔다가 차이나타운에 들려 시장을 구경했다. 서민들이 찾는 곳이라 방콕의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쌌다. 거리에서 먹는 음식도 맛있고 저렴했다. 뭐니 뭐니 해도 태국은 국수.

사원의 지붕과 입구 양쪽에 세워진 장수들의 형상이 알록달록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독실하기로 유명한 태국불교
가는 곳마다 푸미폰 국왕의 영정 모신 곳을 볼 수 있었다. 그는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으며 태국을 70년간 통치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왕위를 지킨 왕이라고 한다. 작년 10월에 서거했지만 1년간 국가 애도 기간을 두기로 해서 태국 어디를 가도 왕의 영정을 볼 수 있다.

영정은 태국불교 의식에 맞춰있다. 태국은 국민의 90% 이상이 불교를 믿을 만큼 독실한 불교국가지만 상좌부불교가 많다고 한다. 상좌부불교는 대중구제를 중시하는 대승불교와 대조적으로 승려 자신의 해탈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 왓포 사원에는 작은 와불상에 금박을 붙이며 기도하는 사람이 많았다.

태국이 독실한 불교국가라고 말하는 것 중 하나로 부엇낙Buat Nhak이 있다. 남자들이 일생에 한 번 승려 생활을 하기 위해 절에 들어가는 의식이다. 20세가 넘으면 불가에 약식으로 입문해 삭발하고 5일에서 7일, 15일, 1개월, 3개월 등의 기간 동안 불경을 외우고 불가의 가르침을 수행한다고 한다. 덕분에 길에서 승려를 만나는 일은 쉽다.

스마트폰으로 태국불교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며 왓아룬Wat arun사원으로 향했다. 입구에 다다르니 안쪽에 우뚝 선 80m짜리 불탑이 눈에 들어온다. 햇살을 받아 하얗게 빛난다. 사원의 지붕과 입구 양쪽에 세워진 장수들의 형상이 알록달록 수를 놓은 듯 아름답다. 실제로도 방콕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이라고 한다. 걸음마다 ‘어떻게 이렇게 깎아서 만들었을까’ 싶을 만큼 정교한 불탑이 나타났다.

왓포에는 왓아룬사원보다 불상이 많았는데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곳에서 강을 건너면 왓포Wat Pho사원이 있다. 별도로 강을 가로지르는 배를 타고 건너가야 한다. 큰 액수는 아닌데 가는 곳마다 돈을 지불해야 하니 번거로웠다. 무더위에도 사원으로 향하는 사람이 많았다.

왓포는 방콕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본당에 있는 길이 46m, 높이 15m의 크고 웅장한 와불상이 유명하다. 작은 와불도 여럿인데 불상에 금박을 붙이며 기도하는 사람이 많았다. 금박을 붙이는 건 건강을 비는 것인데 자기가 아픈 부위에 금박을 붙이면 자신의 병이 나을 거라 믿는다고 한다.

오토바이를 주차한 곳에 바퀴에 기대어 강아지가 쉬고 있다. 개의 천국이다.

고양이·개 팔자가 상팔자
한 낮이 되니 기온이 버티기 힘들 정도로 뜨거웠다. 왓포사원에 들어설 땐 이미 ‘관광을 포기하고 돌아갈까’하고 망설여질 정도였다. 그런데 인지상정이었을까. 왓포사원에 입장할 때 쿠폰 한 장을 줬는데 바로 시원한 물 한 병과 교환하는 종이였다.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 같은 물이었다. 시야가 트이면서 좀 전까지 보이지 않던 풍광이며 사람들이며, 나무들까지 눈에 들어왔다. 다시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러고 보니 유난히 고양이와 개가 자주 눈에 띄었다. 무늬와 색, 종은 달랐지만, 한결같이 그늘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엄마 품에서 잠든 아기처럼 세상 평온할 수가 없다. 방콕까지 와서 고양이와 개가 부러울 줄이야.

그늘에서 자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카메라에 한 마리씩 담으면서 보니 자세도 어쩜 그리 제멋대로 편하게 취하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하루 동안 9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찍었는데 건강상태가 나빠 보이거나 다친 녀석은 고사하고 사람 눈치를 보는 녀석도 없었다.

‘무엇이 이 녀석들을 안심하게 했을까’ 가난한 나라라고 생각하며 찾았던 태국. 물론 도심을 벗어나면 가난이 보이기도 했지만 만나는 사람들은 내게 먼저 미소를 건넸다. 심지어 고양이·개도 안심하며 그늘을 찾아 쉬는 곳인데 사람이야 뭐. 보이는 대로 믿는 게 때로 틀리기도 하지만 이번엔 좋은 것만 보기로 했다.

조만간 시간을 넉넉히 잡아서 다시 오기로.

그땐 나도 태국 고양이처럼 늘어져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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