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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항아리 여는 날, 천연 쪽 염색 체험
쪽 항아리 여는 날, 천연 쪽 염색 체험
  • 임효진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7.08.23 0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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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 염색 옷 입으면 아토피·무좀·땀띠에 효과적

‘쪽빛으로 한껏 갠 가을 하늘이 소년의 눈앞에서 맴을 돈다’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문구다. 이따금 소설책에서나 보았던 쪽빛이라는 말. 문학적으로만 쓰이는 문구인 줄 알았다. 하지만 쪽은 실재하는 식물이고, 그 식물에서 추출한 색이 쪽빛이다. 처음 만나는 쪽빛 세상, 그 고요한 푸른빛에 여름 열기로 휩싸였던 몸과 마음이 녹았다.

사라졌던 쪽
그냥 이런 게 좋다. 사라져 가던 옛것, 힘들다고 다들 외면했던 것, 그런데 돌아보니 그만한 게 없는, 딱딱한 과학 기술이나 차가운 실험에서 나온 게 아닌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내려온 것. 그중 하나가 천연 염색이다.

천연 염색 하면 아마 종종 개량 한복에 짙게 물든 황톳빛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오래되고 자주 사용했던 게 쪽 염색이다. 쪽은 고조선 때부터 근대화를 겪기 이전까지 이용됐다. 푸른색 염료는 오로지 쪽에서만 얻을 수 있는데 역사책 <환단고기>에 단군을 하늘의 자손이라 칭하며 ‘푸른 옷을 입게 하라’ 말이 나오는 거로 미루어 보아 한반도에서는 이때부터 쪽 염색을 시작했다고 짐작한다. 하지만 과학과 기계가 발전하면서 값싸고 편리한 화학 염료가 개발 되다 보니 까다로운 조건을 맞춰서 발효해야 하는 쪽은 순식간에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사이 전쟁을 겪는 폭풍 같은 시대가 지나가고 씨가 말라버렸다.

이 땅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쪽의 가치를 알아봐주고 지키는 사람들이 있었다. 1970년대 다시 일본에서 종자를 얻어와 뿌리를 내렸지만 대량 생산, 대중화 하는 데는 무리가 있었다. 몇몇 장인의 손에만 머물러 있던 쪽을 대중 앞으로 데려온 건 킨디고 장수주 대표. 청계산 일대에서 반디자연학교를 운영했던 그녀는 환경과 건강에 관심을 두고 방과 후 수업 등을 담당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먹거리에서 입을 거리까지 관심사가 넓어졌다.


“쪽은 예로부터 염색뿐만 아니라 잎, 씨앗, 뿌리까지 약으로 사용했어요. 염료 성분에는 항균, 항바이러스, 항염증 작용이 있어 동양에서는 민간약이나 전통 의료에 이용되기도 했지요. 실제로 아토피가 있는 아이나 알레르기 있는 사람이 쪽으로 염색한 제품을 사용하면 간지러움이 완화되고, 점차 낫는 걸 볼 수 있어요. 화상을 입었을 땐 쪽 염색 수건을 적셔서 올려두면 화기가 금방 가셔 통증이나 상처도 줄어들고요.”

아토피에 좋아요
쪽은 방충, 해독 효과가 있어 산에 갈 때나 캠핑 갈 때 손수건을 둘러주면 모기를 쫓는 효과가 있고, 자외선을 차단해 주기도 한다. 냄새를 없애주는 소취 작용도 쪽의 효능 중 하나.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쪽으로 염색한 면 티셔츠를 입으면 땀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무좀이 있을 때 쪽 염색 발가락 양말을 사용하면 냄새와 가려움을 잡을 수 있다. 쪽 염색 속옷을 입으면 분비물이 줄어들고, 냄새가 나지 않아 건강에도 좋다고.

“천연 쪽 염색은 여러 천연 염색 중 유일하게 인간문화재가 지정된 염색 기법이에요. 염색 과정이 까다롭고 장인의 자연발효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야생에서는 자라지 않아요. 한해살이 식물로 씨를 받아서 다음 해에 파종해야지만 자라죠.”

장수주 대표는 이천과 홍천에서 무농약 기법으로 쪽을 길러 매년 7월에 수확해 염료인 니람을 만든다.

대량 생산이 어렵다는 점을 개선하기 위해 큰 폭의 원단을 자연 발효 쪽으로 염색하는 기술과 설비를 만들어 세계여성발명대회에서 금상을 받기도 했다.

5년 전에는 코리아와 쪽의 영어 이름인 인디고를 합친 쪽 염색 전문 브랜드 ‘킨디고’를 론칭했고, 1년 전부터 강남에 매장을 내고 체험 프로그램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매장에서는 직접 만든 발효 염료를 이용해 아기용품부터 성인 의류, 스카프, 침구류, 속옷, 마스크, 안대까지 만들어 판매한다. 불면증이 있으면 머리와 눈 쪽이 뜨거운 경우가 많은데, 쪽 안대를 이용해 눈을 시원하게 해주면 잠을 잘 수 있다고 한다. 쪽은 효능이 참 많기도 하고, 약과 같은 성분을 지닌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신기하기도 하다.

“약을 먹는다고 할 때 내복한다고 하죠. 여기서 복 자가 옷 복자 예요. 약을 먹는데 옷 복 자를 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옷을 입는다는 건 건강과 대단히 직결된 문제예요. 우리 몸은 80% 이상을 피부로 호흡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어떤 옷을 입는 가도 굉장히 중요해요. 저는 속옷부터 피부에 닿는 옷은 거의 쪽으로 염색한 옷만 입어요. 입어보니 좋아서 다른 옷은 못 입겠더라고요. 모두 다 저처럼 쪽으로 염색한 옷만 입을 수는 없겠지만, 진한 색 옷은 화학 염료를 써 세탁을 해도 계속 남아서 피부를 자극하므로 되도록 피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이맘때만 가능한 생쪽 염색
모로코였던가. 어떤 해외 사진에서 천연 염색을 하는 걸 보고 완전히 매료됐었다. 언젠가 그곳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는데, 직접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쪽 항아리를 열러 킨디고 매장으로 갔다.

쪽 염색은 생 쪽을 이용한 염색과 발효 쪽을 이용한 염색, 두 가지 기법이 있다. 생 쪽 염색은 발효 쪽보다는 더 밝아 청록색 빛을 띤다. 오로지 수확하는 이맘때, 7~8월에만 가능하다. 먼저 생 쪽을 이용해 염색을 해봤다. 가지는 남겨두고 이파리만 딴 후에 믹서에 넣고 잘게 빻아준다.

이 과정에서 공기를 만나는 건 좋지 않으므로 믹서 입구에 망을 연결하고, 그 아래로 얼음물을 담아서 쪽 잎이 차가운 얼음물에 바로 빠지게 한다.

잎을 다 빻은 후에는 큰 대야에 얼음물 두 세 병을 넣고 망에 담긴 쪽 잎을 조물조물 주물러서 푸른 색소가 충분히 우러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토피가 있으면 이 물로 목욕하면 증상이 완화된다고 한다.

어느 정도 주물러서 푸른색이 잘 우러나왔다고 생각하면 누에고치가 만들어준 실크 천을 따뜻한 물에 적신 후에 생 쪽 물에 담가주면 된다. 발효 쪽은 면이나 인견, 모시 등을 사용하지만 생 쪽은 오로지 동물성 섬유인 실크만 염색할 수 있다.

망 아래쪽에 깊숙이 천을 넣고 천 곳곳에 고루 색이 배도록 펴주면서 조물조물 주물러주면 된다. 이때 공기와 만나면 색이 변할 수 있으므로 수면 밖으로 나오지 않게 물 깊숙이 넣고 주무르는 게 중요하다. 이 상태로 30분을 더 둔 후에 꺼내서 바람을 쐬주고, 깨끗한 물에 두서너 번 헹군 후에 햇빛에 말려주면 바로 착용할 수 있는 쪽빛 실크 스카프가 탄생한다.

푸른 물감이 물들어
다음은 발효 염색. 미리 만들어둔 염료인 니람을 이용한다. 쪽 항아리에 가득 담긴 니람을 일부 덜어내 면으로 된 스카프와 손수건을 염색하기로 했다. 쪽 항아리를 열자 꼬릿한 냄새가 올라온다. 막걸리를 이용해 발효하는 니람의 특징이다. 바다보다 짙푸른 색의 풍성한 거품이 이는 장면을 상상했는데, 누런 황토물에 몇 방울 파란 물감을 떨어뜨려 놓은 것 같았다. 무늬를 내기 위해 손수건 곳곳을 고무줄로 묶어서 홀치기 했다.

그다음에 준비한 면 손수건과 스카프를 염료에 조심스레 담갔다. 끝까지 담근 후에 천천히 들어 올리자 누런빛이 배어있던 천이 점점 푸른색으로 변했다. 말로만 듣던 쪽빛, 인디고 컬러다.
“쪽은 화학 매염제가 들어가지 않은 가장 환경친화적인 염색 기법이에요. 맨손으로 만져도 문제가 없죠. 섬유를 쪽으로 염색하면 피부 보습력이 좋아지고, 올라간 열은 낮춰주고 정상 체온이 되면 떨어지지 않게 유지하는 역할도 해요. 일본에서는 아기 배앓이 방지용으로도 써요.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사계절 입을 수 있는 옷이 쪽 염색 옷입니다. 일본은 한국보다 쪽 염색이 더 활발해요. 젊은 사람들도 관심이 많고요. 국가 차원에서도 지키고 계승하려는 노력이 많아요. 2020년 도쿄올림픽 엠블럼 색도 쪽빛을 사용했습니다. 편리하다는 이유로 쉽게 가려고 하기보다 불편해도 지킬 건 지켜가며 사는 게 나중에 더 큰 이익이 될 거라고 봐요. 이렇게 좋은 쪽을 알려 더 많은 사람이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니람 만들기
쪽을 배서 쪽대를 물에 넣고 색소를 우린 후 쪽대는 건져내고 조개껍질가루를 넣는다. 조개 껍질을 넣어주면 색소가 산화되면서 녹지 않는 불용성 입자로 변한다. 고무래질로 산소를 넣어준 후에 침전시켜 윗물은 버리고 아래에 가라앉은 색소 진흙만 모아서 발효시킨다. 쪽으로 염색한 제품은 물이 빠지지 않아 세탁도 편리하다.


쪽항아리 여는 날
쳔연 쪽염색 체험

토요일마다 매장에서 ‘쪽항아리 여는 날’ 체험 행사를 진행한다.

험비(재료비 포함)
손수건 염색 2만원
스카프 염색 5만원
티셔츠 염색 유아용 2만 5천원, 성인용 3만 5천원.
내 옷 염색 (종류, 크기, 무게 별 - 신청시 가격 문의)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 151길 17, 건훈빌딩
문의 www.kindig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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