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Outdoor 트래블
‘조약돌로 소반지어’ 소반공방소반은 인생이다
  • 임효진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17.08.09 06:59
  • 호수 148
  • 댓글 0

‘조약돌로 소반지어, 언니, 누나 모셔다가 맛있게도 냠냠’ 동요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 소반. 소반은 한국의 전통 상을 가리킨다. 밥상으로 쓰이기도 하고 찻상, 술상으로도 쓰였다. 예전에는 집집이 사람 수마다 있던 게 소반이었는데 부지불식간에 그 자리를 식탁과 테이블이 차지해 버렸다.

“소반은 음식을 올려놓는 단순한 상을 넘어서 삶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함께하는 소중한 물건이었어요. 아녀자가 아이를 배면 소반에 정화수를 떠놓고 아이의 건강과 순산을 빌었고,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되면 돌상을 차려줬죠. 그러다 어느 정도 크면 할아버지와 함께 식사하면서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걸 받았고, 성인이 되면 1인 상인 각상 받는 걸 시작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있었어요. 결혼식 때는 구멍이 두 개 나 있고 그 구멍에 잔을 넣는 특별한 상을 사용했고 만 60세인 환갑 때도 상을 받았고, 심지어 죽어서는 제사상을 받았습니다.”

북촌 소반공방을 지키는 이종구 대표의 말처럼 소반은 우리 민족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물건이었다. 옛날에 한양으로 올라올 때 집과 소는 이고 올 수 없어도 소반은 꼭 가져왔다. “밥상이라는 건 음식을 놓는 곳입니다. 먹는 건 목숨, 생명과 관련이 있으니 아무 데나 두고 먹지 않았어요. 춘향가에 보면 사또가 ‘거지에게 한 상 차려서 먹여 보내라’는 구절이 나오기도 해요. 거지도 바닥에서 밥을 먹지 않았던 거죠. 담아내고, 차리고 나누었던 존중의 의미도 크고요. 소반은 정이기도 해요. 자그마한 소반에 옹기종기 모여 앉으면 상대방의 콧바람이 느껴질 정도입니다. 이 정도 거리에서 매일 밥을 먹으면 가족끼리도 정이 안 들 수가 없겠죠.”

패션과 광고 사진을 전문으로 했던 사진 작가였던 이종구 대표는 일에 치여 스트레스를 풀 수 있던 취미 생활을 찾던 중 우연히 소반을 알게 됐다. “처음부터 소반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가구를 만드는 소목장을 하려던 중 소반의 존재를 알게 됐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다행이다 싶어요. 소목장을 만드는 일을 했다면 소반을 작업하는 즐거움을 알지 못했을테니까요.

예를 들면 가구는 처음에 그린 도안에 맞게 완벽하게 해야 해요. 연결해야 해서 규격도 딱 맞아야 해요. 틈이 생기면 안 되죠. 사진도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소반을 만드는 작업은 즐거워요. 소반은 단순해요. 상판과 상반을 받치는 운반, 다리, 받침 네 가지로 구성돼요.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똑같이 하지 않고 중간에 얼마든지 디자인을 바꿀 수 있어요. 다리 모양을 바꾸기도 하고요. 뭔가 잘 안 풀릴 때는 작업을 멈추고 그냥 이리저리 봅니다. 만져도 보고 지켜보다가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칼을 들곤 해요. 급하게 하지 않아요. 또 칼을 잡고 조각하다보면 잡념이 사라져서 정말 좋아요.”

소반은 대부분 은행나무로 만든다. 은행나무가 무늬가 없고 탄성이 있어서 자극이 많이 갈 수 있는 상에 적합하다.

“만드는 과정이 끝나면 옻칠을 하는데 이것도 참 재미있어요. 색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고요. 칠을 거듭하다 보면 결과물이 보여서 즐겁고요. 여러 칠을 해봤는데, 소반에는 옻칠이 가장 잘 어울려요. 방수, 항균 작용을 하고 불에도 강해지죠. 마지막 과정에서는 물을 끼얹고 상판 위를 손으로 쓸어내리는데 그 부드러움이, 뭐랄까요. 여자 속살보다 더 부드러워요.”

직접 소반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소반 공방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석 달이면 소반 하나를 완성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계동6길 4
010-9783-6006
운영 시간 : 12시~오후 6시 (일, 월 휴관)
체험 프로그램 : 준비 중

임효진 기자  hyo@outdoornews.co.kr

<저작권자 © 아웃도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임효진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