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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마이걸스와 떠나는 지리산 둘레길사람과 자연을 잇다
  • 글 사진 김혜연 마이기어 마스코트
  • 승인 2017.07.22 06:59
  • 호수 147
  • 댓글 2

유난히 긴 장마가 모든 아웃도어인의 발을 꽁꽁 묶었다. 덕분에 무료하던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자연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다가 결국 아웃도어 DNA가 살아났다. ‘장마, 그까짓 게 뭐 대수라고’ 뉴스에서는 주말에도 장맛비가 이어질 거라는 기상캐스터의 예보가 들려왔지만, 이미 마음은 짙푸른 숲 속을 걷고 있었다.

이번에 팀마이걸스가 간 곳은 국내 대표 트레킹 장소인 지리산 둘레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백패킹, 하이킹, 등산을 좋아한다면 언제나 가고 싶을 만큼 매력이 넘치는 곳으로 지리산 둘레 3개도(전북, 전남, 경남), 5개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 21개읍면 120여개 마을을 잇는 285km의 장거리 도보길이다.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이 이어지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중에서 팀마이걸스는 아름답기로 유명한 3코스를 걷기로 했다.

비가 오는 주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신속히 인월행 버스에 올랐다. 즉흥적으로 나서긴 했지만 쏟아 붓는 빗줄기에 마음이 그리 편치는 않은 상황이었다. 여름철 백패킹은 겨울 못지않게 안전에 유의해야 할 상황이 많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비가 그쳐주기를 내심 바랐지만 야속한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는 듯했다. 이렇게 된 이상 준비를 단단히 하는 수밖에.

빗속을 달려 버스는 인월에 도착, 장에 들러 시골 인심 한껏 느낄 수 있는 보리밥 한 그릇 뚝딱하고, 둘레길 센터에서 우중트레킹에 대비하여 우의, 레인커버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길을 나섰다.

서울에서 걱정만 하다가 떠나오지 않았으면 후회할 뻔 했다. 후두두두 떨어지는 빗줄기는 마냥 시원하고 감사했다. 아이처럼 물 고인 웅덩이를 일부러 첨벙첨벙 밟아가며 논두렁 밭두렁을 따라 한참을 걸었다. 잘 닦여진 시골길 옆으로 강이 흐르고 벚나무가 두 팔 벌려 나란히 서서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길은 참 적절했다. 흙길, 임도를 타고 걷다가 아스팔트 도로가 잠시 나오고 약간의 오르막길을 걷다가 또 이내 아기자기한 마을이 나왔다. 마을을 지나면 이내 울창한 숲이 나타났고 뒤이어 시원한 계곡이 반겼다.

코스를 개발한 분이 존경스럽고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걷다가 만난 시원한 계곡에서 발을 담그고 쉬기로 했다. 계속 내린 비에 계곡물이 제법 콸콸콸 활기차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모두 가방과 등산화, 양말까지 벗어던지고 계곡에 발을 담갔다. 그간의 피로가 계곡물을 타고 멀리 흘러갔다. 피로야 가라~!

계곡을 지나자 오르락 내리락 아주 재미있는 숲길이 나타났다. 좁은 길에 줄맞춰 콧노래 부르며 걷는데 저 멀리 숲속에서 고라니가 ‘누구세요?’ 라고 묻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무 신기하고 귀여워 소리를 ‘꺅’ 지를 뻔 했지만, 그들의 공간에 잠시 다녀가는 손님이라는 생각을 상기하고, 조용히 숨죽이며 고라니와 눈을 맞췄다. 한참을 우리를 바라보던 고라니는 큰 동작이 없자 그대로 편안히 인사하듯 자리를 떠났다. ‘건강히 잘 지내라. 고라니’

우리들 걸음은 계속 됐다. 지루할 틈이 없는 숲길을 바람소리 계곡소리에 발맞춰 걷다보니 오늘 우리가 하루 묵게 될 민박집이 있는 매동마을에 도착했다. 백패킹으로 진행하고 싶었지만 걸어야할 거리도 짧지 않고 숙영지로 선택할만한 곳이 적절하지 않았다. 여건이 되면 백패킹을 하지만 꼭 그래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다.

마을은 호두와 고사리가 지천에 널려있었고, 빗방울을 머금은 풀잎들이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고 있는 모습이 더없이 평화롭고 싱그러웠다. 오늘 우리가 묵을 민박집 주변으로 지금 한참 열심히 열매를 맺고 있는 갖가지 과일나무와 채소가 주렁주렁 열려 탐스러웠다. 여름방학을 맞아서 할머니댁에 다 같이 놀러온 기분이 들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짐을 풀고 줄을 서서 한 명씩 씻는 재미에 소녀시절로 돌아간 것 같이 설레었다.

저녁엔 민박집에서 손수 기른 가지, 고추 등으로 밥을 먹고 역시 직접 기른 참외와 토마토도 얻어먹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정, 이것이 바로 시골 인심이다. 맛난 음식, 시골 인심 배불리 먹고 다음날 좀 긴 코스를 걷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원한 바람과 꼬끼오~꼬끼오~ 울어대는 살아있는 알람소리에 잠에서 깼다. 일상에선 어기적거리며 쉽게 일어나지 못했는데 맑은 공기 때문인지 시원한 바람 때문인지 가뿐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차, 아무래도 할머니의 위대한 밥상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자고 일어나서 생각해도 할머니의 밥상은 역시나 아주 훌륭했다. 아침도 할머니의 정성이 담긴 밥상을 든든히 먹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의 날씨는 맑음. 어제는 도통 볼 수 없었던 해가 반짝하고 고개를 내밀었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이마와 등줄기로 땀이 주루룩. 그러기도 잠시, 이내 또 울창한 숲이 나타나고 선풍기 바람보다 강력한 자연풍이 땀을 식혀 주었다.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신나게 걷는데 옆으로 대왕뱀이 쉬이익~ 지나갔다. 악!악!악! 자동반사로 한 2미터는 앞으로 튀어나간 것 같다. 자연은 신비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하다. 요즘 한창 뱀이 활동하는 시기이니 되도록 긴팔과 긴바지, 그리고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신어주는 것이 좋다. 무사히 목숨(?)을 건지고 계속해서 걸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물론 아름다운 숲이 도와주었다.

푸릇푸릇한 층층이 다랑이논을 지나고 등구재를 지나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창원마을에 도착했다. 팀마이걸스는 잠시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그곳의 공기와 느낌을 한껏 느끼며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우중 트레킹은 매우 좋았지만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요즘 이곳저곳 트레킹 코스가 많이 생겼고 또 계속해서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도움과 양해로 코스가 열렸을 것이고 지리산 둘레길 역시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지리산 둘레길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유행을 쫓듯 이곳을 찾기 시작하면서 힘겹게 일하는 지역민의 농작물에 손을 대기도 하고 먹다 버린 쓰레기를 버리고 가기도 하며, 마을과 숲에서 소란스럽게 해서 주민들과 숲이 터전인 동물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을길을 지나며, 마을 분들이 가꿔놓으셨을 탐스러운 논밭을 보며, 숲의 주인 고라니를 보며 왠지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이곳을 찾는 모든 사람들이 더 많은 배려와 이해로 다 같이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도록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곳들을 찾고 또 공정여행을 많이 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쨌든 이번 팀마이걸스의 아웃팅은 베리성공적이다.

지리산 둘레길 3코스
전라북도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상남도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20.5km의 지리산둘레길 3코스. 인월-금계구간은 지리산둘레길 시범구간 개통지인 지리산북부지역 남원시 산내면 상황마을과 함양군 마천면 창원마을을 있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고, 넓게 펼쳐진 다랑논과 6개의 산촌 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제방길, 농로, 차도, 임도, 숲길 등이 전 구간에 골고루 섞여있고, 제방, 마을, 산과 계곡을 두루 느낄 수 있다.
*백패킹, 트레킹, 산행 등 아웃도어 활동의 시작을 망설이는 분들은 팀마이걸스, 마이기어와 상의 하세요. 안전하고 즐거운 아웃도어의 길잡이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인스타그램: 팀마이걸스(team_mygirls)/마이기어(mygear_insta) 다이렉트메세지 문의 환영합니다.

글 사진 김혜연 마이기어 마스코트  webmaster@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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